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골프장 터에 놓여있다. 성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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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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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사드 1조 청구서’ 우리 정부는 책임없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연이틀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10억달러)을 한국이 부담할 것을 주장했다. ‘사드 배치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한다’는 양국 합의사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0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하고 사드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양국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혀 안도하지 못하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해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국내정치적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불렀다. 상대에게 미치광이처럼 비치도록 해 공포를 불러일으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발판 삼아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사드 배치 및 운용 비용이 분담금 증액을 통해 우리 정부에 전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점점 잦아지고, 대규모화하는 한-미 연합훈련 비용, 칼빈슨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출동 비용, 미국산 무기 구매액 등도 모두 증액을 압박하는 항목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 배치 비용이 방위비 분담금 형태로 포함될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항목이 포함되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으니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니다. 애초 연말로 예정됐던 사드가 절차도 무시한 채 서둘러 기습배치된 데에는 김 실장이 올 들어 1월과 3월 두차례나 미국을 방문해 조기 배치를 강력히 요구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이 서둘러 사드 조기 배치를 요구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건 아닌가. 특히 김 실장의 사드 조기 배치 요구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라는 점에서 혹 안보 이슈를 부각시켜 탄핵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인다. 정부는 지난해 7월8일 ‘대통령 결심’이라며 느닷없이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탄핵됐고, 김 실장은 1주일 뒤면 물러난다. 남은 건 경북 성주에 기습배치된 사드와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내민 ‘1조원 청구서’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김 실장이 독자적으로 사드 조기 배치 강행을 주도한 것인지, 당시 대통령 업무가 정지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는지 등도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 청문회라도 열어야 한다. 진상을 제대로 알아야 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 사드 비용에 대한 미국 내 혼선부터 정리하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에서 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가 거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 반발이 거센 줄 알면서도 지난달 29일 인터뷰를 통해 “왜 우리가 사드 배치 비용을 내느냐”며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트럼프가 한 발언이 물정 모르고 한 소리일 수 있다는 항간의 추측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그는 사드 장비 운영·유지는 미국이, 부지 및 기반시설은 한국이 각각 부담키로 한 원칙을 알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 게 틀림없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30일 오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배치 비용을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쏟아낸 악재를 비중 있는 미국 측 인사가 진화하려 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국인들의 분노와 한·미 동맹에 대한 불신을 가라앉히기에는 미흡하다. 국무 또는 국방장관 수준의 인사가 나서서 확실히 이야기해야 혼선을 정리할 수 있다.
일의 시작과 경과를 따져보면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는 게 백번 옳다. 우선 2014년 사드 배치를 처음 제안하고 본격 추진한 건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다. 사드는 도입 여부가 거론되기 시작할 때부터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방어체계가 적의 미사일을 제대로 격추할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 배치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게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건 중국의 격렬한 반발이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저지하기 위해 오만 가지 경제적 보복을 가해왔으며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한미군 장병을 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다. 심지어 경북 성주에 배치하면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지지해 온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조차 사드 배치 비용의 미국 부담을 당연시한다고 한다. 그간 한국이 얼마나 고통을 참아가며 이 문제를 진행해 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는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진보 세력들은 물론 적극 지지해 왔던 보수층들까지 격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안이 한·미 동맹에 얼마나 치명적인 악재인지 깨달아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다간 한국인의 마음까지 잃을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가 딴소리를 하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 장관급 수준에서 빨리 혼선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코앞에 다가온 엄혹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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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미행정협정(SOFA)과 사드 비용 분담 한미행정협정, 이른바 ‘소파(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협정’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미군에 관한 한-미 간 협정을 말한다. 미군은 1950년 6·25전쟁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한반도에 배치되었다. 1953년 7월, 휴전이 이루어진 뒤에도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미군은 우리 땅에 계속 주둔하게 되었다. 한-미가 1953년 서명한 상호방위조약 4조에는 “미 합중국은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이 허여(허용)하고…”라고 되어 있다. 나아가 한미행정협정에는 “미국 측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하고(제1항), 한국 측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한다(제2항)”는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전투 장비인 사드 포대에 들어가는 비용은 미국이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와 향후 방위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모든 동맹국들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 부담 방식은 지난해 3월 합의한 한-미 약정(TOR)에서 정하고 있다. 2급 군사비밀인 이 문건은 2026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내년 말부터 한-미는 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2019~2023)을 벌인다. 여기에 미국이 사드 비용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우리가 부담한 분담금은 9441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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