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가 지난 3월23일 사고 발생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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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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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세월호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1073일 만이다. 온 국민이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 청백의 외양과 달리 여기저기 검붉은 녹이 슬고 생채기가 난 처참한 몰골은 우리의 가슴을 다시 짓누른다.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다니…” 하며 오열하는 가족들의 애끊는 심정이야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룻밤에 올라올 것을 왜 3년씩이나 끌었단 말인가. 침몰에서 구조 실패, 늑장 인양까지 모든 것이 잘못돼 왔음을 세월호는 온몸으로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다.
이제라도 인양 작업을 착오 없이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곧 진행될 미수습자 수습 과정에서도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 암흑의 시간 동안 삭풍 부는 동거차도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슬프게도 ‘유가족 되기’를 기원하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가족들을 온전하게 품에 안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이분들의 한을 손톱만큼이나마 풀어주는 길이다.
선체 인양은 진실 규명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인양 과정을 둘러싼 의문부터 풀 필요가 있다. 2015년 4월 인양을 결정하고 8월 인양업체가 선정된 뒤에도 크레인 방식으로 인양한다며 선체를 훼손해놓고 다시 ‘재킹 바지선’ 방식으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했다. 조류와 기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하필 대통령이 쫓겨난 직후 인양이 성공한 것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의 억측과 논란이 없도록 해양수산부는 분명하게 해명하기 바란다.
침몰 동기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리한 선체 개조와 과적, 조타수의 조타 미숙 등이 겹쳐 침몰한 것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규명돼왔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의 석연찮은 행적에다 일부 학자와 누리꾼들의 레이더 영상 분석 자료 공개 등으로 충돌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체 조사로 진실이 가려지길 기대한다.
사고 이후의 부실 대응과 그 책임 문제는 가장 핵심적으로 밝혀야 할 과제다. 현장에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장 한 사람이 징역 3년형을 받았을 뿐 청와대와 정부, 해경 수뇌부의 책임은 하나도 밝혀지거나 단죄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이 자신들의 책임을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진상 규명 은폐·방해 행위의 전말을 밝히고 책임자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찰 수뇌부, 방송통제를 시도한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권력형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와 정부 고위층이 건재한 것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진실을 밝혀낼 주체를 다시 세우는 일도 시급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선체조사위 특별법은 선체 조사를 목적으로 한다. 필요하면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도 요청할 수 있으나 활동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의 재가동이 필요하다. 또 부실 대응 책임과 진상 규명 방해·은폐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행태로든 별도의 강력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수백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중한 7시간을 허비한 대통령이 제 한 몸 처벌을 피하려 조서를 7시간이나 읽었다는 사실에 국민이 분노한다. 세월호가 올라온 이 시점에 박근혜씨에게 7시간에 대한 고백과 진솔한 사과를 다시 요구한다.
[중앙일보 사설] 물 위로 나온 세월호…의혹은 씻고 아픔은 치유해야
기다림과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 1073일이 걸렸다. 차갑고 어두운 44m 바닷속에 모로 누워있던 선체는 누렇게 녹슨 처참한 모습이었다. 인양 작업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국민의 마음도 참담했다. 탑승자 304명(단원고 학생 266명 포함)이 숨진 세월호가 다시 물 위로 올라온 어제, 대한민국의 하루는 그리 지나갔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침몰한 지 3년, 인양 추진 702일 만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를 수면 밖 13m까지 부양해 24일 소조기까지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길 예정이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세월호는 다음달 5일을 전후로 목포신항으로 옮겨진다. 길이 145m, 높이 24m, 너비 22m의 거대한 선체인 만큼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인양해야 할 것이다.
온 국민에게 분노와 아픔을 남겼던 세월호의 인양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3년을 기다려 온 9명의 실종자 수습과 각종 의혹 해소, 사회적 갈등과 아픔 치유, ‘안전 대한민국’ 재설계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가장 큰 쟁점은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이다. 검찰은 과적과 고박 불량, 선체 구조 변경, 조작 미숙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월호를 직접 조사할 수 없는 탓에 ‘잠수함 충돌설’ 같은 근거 없는 의혹과 루머가 난무했다. 과적의 경우도 그렇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철근 286t 등 총 2142t을 적재해 승인량(987t)을 두 배 초과했다고 추정했다. 반면 세월호특별조사위는 철근 410t을 포함해 총 2215t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제주해군기지용 철근을 실은 탓에 무리하게 운항하다 화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해경이 대통령 보고용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세월호 인양은 이런 의혹과 불신을 해소할 기회이기도 하다. 핵심 증거인 선체가 확보되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도 발효(21일)된 만큼 신속하게 선체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 6개월간 활동할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도 정밀한 ‘눈’으로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입김이나 진영 논리가 작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 국민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정치권은 세월호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인양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대선 정국과 맞물린 데다 세월호 3주기가 머지않았다. 정치권이 세월호 이슈를 5월 9일 대선까지 끌고 가려 한다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더 격해질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뿐더러 국민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개조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철도·화재·선박 대형 인재(人災) 사고가 이어지고, 지진·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사태 때는 컨트롤타워까지 무너졌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대선주자들이 나서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국가안전시스템부터 리셋하겠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그게 세월호 희생자들이 남긴 ‘안전 대한민국’의 교훈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3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세월호 선체 인양 이후 선체 조사를 위한 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은 세월호 선체 조사를 위해 국회 선출 5명, 희생자가족대표 선출 3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위원회는 조사를 위한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참고인 조사,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위원회의 조사 활동 기간은 6개월 이내다. 이 기간 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1회에 한해 활동 기간을 4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위원회는 조사 종료 뒤 3개월 이내에 세월호 참사의 원인 등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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