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2017년도 한국경제학회 제1차 정책세미나-절대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가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
[한겨레 사설] 새겨들어야 할 ‘한국경제 절대위기’ 경고
한국경제학회가 2일 올해 첫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가 ‘절대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였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쉽게 입에 담지 않는 ‘절대 위기’란 표현을 쓴 것은 흘려듣기 어렵다. 요즘 항간에 나도는 ‘4월 위기설’ 같은 단기 경제 전망과는 발상의 뿌리가 다르다. 우리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큰 우려를 담은 것이다.
위기의 징후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는 오래전 시작돼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양상은 두려움을 갖게 한다.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반세계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의 앞날에 그림자가 짙다. 우리 안의 병증은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 구조는 오래전 모습에 머물러 있고,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시장은 둘로 나뉘고 청년 실업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빚에 짓눌리는 가계는 지갑을 움켜쥐고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위기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인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 그때보다 더 큰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병은 소문을 내야 낫는다고 했다. ‘창조경제’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내려놓고, 외부 환경이 좋아지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주술을 그만두고, 마법의 처방을 찾는 헛된 기대를 접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할 순 없다. 그러나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고,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며,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혁신의 기운은 쇠퇴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배경이다.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가 재량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특히 수출 대기업에 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구가해왔다. 그 낡은 틀을 깨고, 공정한 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빨리 함께 찾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정부에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이미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그보다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이들이 경제 철학과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하면서 공론을 모아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저출산 고령사회 전담부서부터 만들어야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는 인구통계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앞서 보여준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겨우 40만 명 턱걸이(40만6300명)에 그쳤고, 혼인건수(28만1700건)와 사망건수(28만1000건)가 비슷해졌다. 올해 인구문제의 관건은 출생아 수 40만 명 지키기가 가능하냐는 것 정도이고, 사망건수가 혼인건수를 추월하고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수를 앞서는 인구지진(Age-quake)은 예고된 대로 진행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올해를 기점으로 저출산·고령사회의 충격이 경제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해 왔다. 한국경제학회가 올해 처음 개최한 경제정책 세미나에서도 한국 경제 위기의 중요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 현상을 논의했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포인트 증가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화 사회 자체가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제 느슨한 인구정책으론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를 넘을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 차기 정부에 대해 정부조직 안에 인구부총리 혹은 인구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 사회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회의 한 번 열리지 않은 해가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고, 총괄부서가 없다 보니 부처마다 끼워넣기식 대책을 내놨다. 다양성은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이 되지 않아 효율이 낮아진 것이다. 앞으로 인구문제가 우리 경제와 미래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립 부처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향후 5년을 책임지겠다는 대선주자들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추천 도서]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4월 위기론 ‘4월 위기론’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현실화,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져 소비는 더욱 줄고 경제도 위축되게 된다. 나아가 정권 교체 시기에는 기업들 또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새로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시장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 탓에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은 과장되었다고 보는 전문가 또한 적지 않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최근의 원화 강세 움직임으로 보았을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한-미 에프티에이 또한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경제 갈등이 해소가 우선이므로 당장 전면적인 재협상에 돌입하는 일은 벌어질 것 같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국책은행이 감당할 만한 여지가 많으며, 사드 보복 역시 한·중 간에 얽힌 경제 관계로 미루어볼 때 전면적인 대결로 치닫기는 어렵다. 이렇듯 사안들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는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경제를 둘러싼 정치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올해 하반기에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불안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