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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3 20:16 수정 : 2017.03.13 20:16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2017년도 한국경제학회 제1차 정책세미나-절대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가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새겨들어야 할 ‘한국경제 절대위기’ 경고

한국경제학회가 2일 올해 첫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가 ‘절대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였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쉽게 입에 담지 않는 ‘절대 위기’란 표현을 쓴 것은 흘려듣기 어렵다. 요즘 항간에 나도는 ‘4월 위기설’ 같은 단기 경제 전망과는 발상의 뿌리가 다르다. 우리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큰 우려를 담은 것이다.

위기의 징후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는 오래전 시작돼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양상은 두려움을 갖게 한다.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반세계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의 앞날에 그림자가 짙다. 우리 안의 병증은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 구조는 오래전 모습에 머물러 있고,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시장은 둘로 나뉘고 청년 실업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빚에 짓눌리는 가계는 지갑을 움켜쥐고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위기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인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 그때보다 더 큰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병은 소문을 내야 낫는다고 했다. ‘창조경제’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내려놓고, 외부 환경이 좋아지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주술을 그만두고, 마법의 처방을 찾는 헛된 기대를 접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할 순 없다. 그러나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고,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며,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혁신의 기운은 쇠퇴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배경이다.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가 재량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특히 수출 대기업에 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구가해왔다. 그 낡은 틀을 깨고, 공정한 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빨리 함께 찾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정부에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이미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그보다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이들이 경제 철학과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하면서 공론을 모아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저출산 고령사회 전담부서부터 만들어야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는 인구통계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앞서 보여준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겨우 40만 명 턱걸이(40만6300명)에 그쳤고, 혼인건수(28만1700건)와 사망건수(28만1000건)가 비슷해졌다. 올해 인구문제의 관건은 출생아 수 40만 명 지키기가 가능하냐는 것 정도이고, 사망건수가 혼인건수를 추월하고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수를 앞서는 인구지진(Age-quake)은 예고된 대로 진행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올해를 기점으로 저출산·고령사회의 충격이 경제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해 왔다. 한국경제학회가 올해 처음 개최한 경제정책 세미나에서도 한국 경제 위기의 중요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 현상을 논의했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포인트 증가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화 사회 자체가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제 느슨한 인구정책으론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를 넘을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 차기 정부에 대해 정부조직 안에 인구부총리 혹은 인구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 사회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회의 한 번 열리지 않은 해가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고, 총괄부서가 없다 보니 부처마다 끼워넣기식 대책을 내놨다. 다양성은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이 되지 않아 효율이 낮아진 것이다. 앞으로 인구문제가 우리 경제와 미래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립 부처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향후 5년을 책임지겠다는 대선주자들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경쟁 공정하지 못하고 사회 안전망 취약”…중앙 “효율적인 인구정책 부처 출범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2일 한국경제학회는 ‘절대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유력 대선 주자들의 ‘경제교사’ 격인 학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큰 관심을 끌었다. 거시·금융 분야 전문가인 신관호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0년께부터 성장률 3% 이하인 저성장 시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겨레와 중앙도 우리 경제가 오래전부터 누적되어온 구조적인 요인 탓에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한겨레는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를 위기의 징후로 꼽는다. 중앙은 특히 저출산·고령사회의 충격을 주목해서 바라본다. 이 모두는 모두 단기적인 처방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뿌리 깊은 문제들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문제의 해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중앙과 한겨레의 생각이 달라 보인다. 한겨레는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고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며, 사회 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점”을 위기의 핵심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혁신의 기운은 쇠퇴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앙은 인구 고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중앙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 증가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현훈 강원대 교수의 말을 소개한다. 현재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 남짓이다. 그렇다면 일본 수준으로 고령화 수준이 진행되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 사설 자체로만 보자면 한겨레는 기회균등과 공정한 분배에, 중앙은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듯이 보인다.

한겨레는 우리 경제가 “오랫동안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가 재량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특히 수출 대기업에 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구가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정책 세미나에서 신관호 교수 또한, ‘저성장 탈피’를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교수는 이와 동시에 증세를 통해 사회보장 여건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한 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앞세우는 한겨레의 주장과 통하는 대목이다.

중앙도 정부 정책 운용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005년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뿐더러,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회의 한 번 열리지 않은 해가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고, 총괄부서가 없다 보니 부처마다 끼워넣기식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은 인구문제가 경제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립 부처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가족부를 ‘인구부’ 혹은 ‘인구가족부’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현훈 교수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국 금융시장은 10년 주기로 경제 위기를 맞곤 했다. 과거 우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8년 리먼 쇼크로 인한 금융 위기를 겪었다. 또다시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내수 부진으로 ‘불황형 흑자’가 계속되고 있을뿐더러, 가계부채 또한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드 사태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또한 불안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4월 위기론’이 황당한 이야기로만 여겨지지는 않는 요즘이다.

한겨레의 주장대로,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두 사설은 모두 경기 부양책 같은 단기적인 처방을 고민하기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라보며 대안을 찾으려 한다.

나아가 중앙과 한겨레는 경제 위기를 풀기 위해 대선주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은 인구문제가 “향후 5년을 책임지겠다는 대선주자들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호소한다. 한겨레 또한, 공정한 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기 위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이들이 경제 철학과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하면서 공론을 모아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경제 위기를 풀어갈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경제 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

이완배 지음, 푸른숲주니어 펴냄, 2012년


[추천 도서]

정해진 미래

조영태 지음, 북스톤 펴냄, 2016년

일본은 ‘계획경제’로 나라를 일으켰다. 개발독재를 겪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1980년대에는 증권시장까지도 정부가 관리했다. “이번 달은 화학 업종 주식을 집중 매수해서 주가를 올리고, 전자 회사 관련 주식을 팔아서 주가를 3%가량 떨어뜨리시오”라고 증권회사들에 ‘지침’을 주는 식이었다. 관이 이끌던 일본 경제에는 공무원들의 비리가 유독 많다. 개발독재를 거쳐 기초체력을 키운 우리 경제는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는가? 지금의 40대 부모들이 태어났을 때는 한해의 신생아가 100만명이었다. 이들 자녀 세대에선 한해 태어나는 아이가 40만명 남짓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고령화 사회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인구정책을 핵심으로 한 ‘대한민국 리모델링’이 절실한 이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4월 위기론

‘4월 위기론’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현실화,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져 소비는 더욱 줄고 경제도 위축되게 된다. 나아가 정권 교체 시기에는 기업들 또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새로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시장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 탓에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은 과장되었다고 보는 전문가 또한 적지 않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최근의 원화 강세 움직임으로 보았을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한-미 에프티에이 또한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경제 갈등이 해소가 우선이므로 당장 전면적인 재협상에 돌입하는 일은 벌어질 것 같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국책은행이 감당할 만한 여지가 많으며, 사드 보복 역시 한·중 간에 얽힌 경제 관계로 미루어볼 때 전면적인 대결로 치닫기는 어렵다. 이렇듯 사안들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는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경제를 둘러싼 정치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올해 하반기에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불안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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