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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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개혁보수’ 내건 바른정당, 새누리당과 뭣이 다른가
대표적 개혁입법의 하나로 꼽혀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에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이 공수처 신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선거연령을 18살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 역시 바른정당의 당론 번복으로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면서 주요 현안에선 새누리당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니, 이래선 바른정당의 차별성을 어떻게 호소할 건지 궁금하다. ‘개혁적 보수’의 길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정체성 상실로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바른정당은 되돌아봐야 한다.
바른정당은 공수처 신설 대신에 ‘국민 참여 검찰위원회 설치’ 등 나름의 검찰 개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이미 제시됐던 것이다. ‘과감한 권력기관 개혁’을 내걸고 창당한 정당이 이제 와서 새누리당 공약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검찰 권력화의 핵심인 기소 독점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검찰 개혁안’도 의미가 없다. 공수처를 포기한 바른정당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재벌 개혁을 비롯한 다른 현안에서도 결국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물론 바른정당이 처한 현실정치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보수’의 적통을 놓고서 새누리당과 경쟁해야 하는데 지지율 차이는 별로 나지 않으니 조바심이 날 만하다. 소속 의원들의 다양한 색깔도 소신 있게 ‘새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호하게 나가선 바른정당의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촛불 민심’을 받들겠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왔다. 좀 더 과감하고 용기 있게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추구해야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보수의 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재정립하지 않으면, 보수 정치세력은 앞으로 상당 기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촛불에 담긴 사회 개혁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고선 누구도 ‘새로운 보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보수 개혁
대한민국 보수층 유권자들은 길을 잃었다. 이 땅의 보수 진영이 비상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한복판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섰지만 그 어느 쪽도 합리적인 보수 개혁의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역대 최약체로 불릴 만큼 지지율이 바닥이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각각 5%와 1%대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주자들인 이인제 전 의원, 원유철·안상수 의원은 후보로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가장 유력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낙마한 뒤 그 반사이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두 가져가는 황당한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고전은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층이 믿고 의지할 만한 설득력 있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육아휴직 3년, 칼퇴근 보장 등 복지공약으로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은 당대로 18세 투표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등에서 갈팡질팡하는 등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마저 저마다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5.8%로 정의당(6.8%)에도 밀리는 것이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을 확고히 붙잡아 13.8%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국정 농단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건강한 보수 유권자들로 지지세를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황 권한대행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비호감도와 출마 반대 의사가 70%에 가까운 만큼 유권자들이 마음을 쉽게 열어 줄 것 같지 않다.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꾼다지만 친박 패권의 인적 청산 없이 이름만 바꾸는 것은 유권자들이 너무나 많이 봐온 ‘데자뷔’일 뿐이다.
보수 진영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까닭은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우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자신을 보좌했던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장차관을 비롯해 18명이 구속됐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고 부인하고, 혐의를 측근들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대통령의 품격 잃은 모습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조차 느꼈던 환멸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만으로는 국가 경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정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건전한 야당세력이 굳건해야만 국가가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헌재 심판을 늦추려는 꼼수를 버리고 당당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시대착오적인 친박세력에 의존해 연명할 생각을 버리고 치열한 반성과 그 이상의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음을 입증해야 한다. 바른정당 역시 스스로 내세웠던 개혁보수가 어떤 모습인지 유권자들에게 내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보수가 살 길이고 보수와 진보가 상생하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다.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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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보수 정당의 당명 변천사 국내 보수 정당은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이후 신한국당(1996년), 한나라당(1997년), 새누리당(2012년)을 거쳐 지난 13일 당명 개정안을 가결한 자유한국당까지 다섯 차례 변신했다. 과거 보수 정당의 당명 변경은 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 등 현직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 주자가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의 변경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자당 내부의 민정계와 공화계를 축출하면서 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 영남권과 수도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15대 총선에서 승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꿀 때는 당시 당의 중심이 유력한 대선 주자 이회창이었는데 이인제 전 의원 탈당,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으로 몰린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당시 민주당 조순 총재와 손을 잡고 한나라당을 창당해서 당의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바탕을 마련한 당명 변경이었다. 2012년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했는데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19대 총선과 20대 대선을 앞두고 2012년 2월13일 당명을 바꿈으로써 명실공히 박근혜 1인 체제를 굳히는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5년 후 같은 날 변경이 결정된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보수 진영 전체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침몰하는 당을 구하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라는 점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당의 쇄신과 변화를 천명하면서 여러번 당명을 바꾸어왔지만 일시적인 여론 무마용인 경우도 적지 않아 과연 이번 보수 정당의 당명 변경이 보수 개혁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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