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 세종청사 및 시도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조류인플루엔자 일일점검회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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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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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황 대행, 대통령 행세 그만두고 AI부터 수습하라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금까지 닭 1656만마리 등 1911만마리가 살처분됐거나 될 예정이다. 전체의 12%에 이른다. 2년 전 6개월 사이 1396만마리가 살처분된 것에 비하면 속도와 규모 면에서 거의 재앙 수준이다.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피해는 사육 농가만의 일이 아니다. 16일 기준 달걀 한판 소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6% 급등해 학교급식에 비상이 걸리고 유통 및 판매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재정지출도 2년 전의 2381억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정부는 19일 알 낳는 닭(산란계)을 수입해 달걀을 공급하고, 소비 활성화를 위한 홍보계획도 수립하겠다고 밝혔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지난달 16일 첫 바이러스 검출 이래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을 보면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세계 곳곳에서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데도 정신줄 놓은 사람들처럼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발생 한달 만인 지난 16일에야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이 지난달 21일 바이러스 검출 직후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것과도 대비된다. 물론 오리를 거의 키우지 않는 등 우리와 사육 환경이 다르다고는 해도 아베 신조 총리가 서둘러 범정부 차원의 방역에 나서 살처분 78만마리 등 피해를 대폭 줄인 것과 비교하면 무능한 행정력이 창피할 정도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이틀 뒤에야 가축방역심의회를 여는 등 늑장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지난 15일 경보를 ‘심각’으로 올리면서 엉뚱하게 살아있는 닭 유통은 허용했다가 이틀 만에 다시 금지하는 등 오락가락한 것도 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뒤늦게나마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는 듯하더니 결국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엔 실패한 꼴이 됐다. 국회의 요구는 경시하면서 민생·교통 현장 방문(13일), 구세군 자선냄비 성금 전달(15일), 한미연합사 방문(16일) 등 ‘대통령 코스프레’에 정신을 팔 때가 아니다. 당장 시급한 민생 문제인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대책만이라도 제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계란 대란 부른 AI 사태, 정부가 안 보인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 농가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19일 자정까지 살처분된 가금류가 2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2014~2015년 고병원성 H5N8형 발생으로 669일간 1937만 마리를 살처분한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단·최악의 AI 피해를 낳고 있다.
번식용인 산란종계는 전체 사육 대비 38.6%가 살처분돼 자칫 양계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기다. 알 낳는 산란계는 17.8%가 살처분돼 시중에 달걀값 폭등과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상 처음 항공편을 통한 생달걀 수입까지 추진 중이다. AI로 인한 농가 보상금과 생계소득 안정 등에 드는 국가 예산도 2014~2015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는 살처분 보상금 1392억원을 포함해 모두 2381억원이 들어갔다.
문제는 앞으로 AI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소독·살처분 등 차단 방역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데다 AI를 보유한 야생 철새가 한반도로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AI 바이러스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더 기승을 부린다. 이제 바이러스의 위력이 잦아들 내년 봄까지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각오해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AI 발생 초기에 정부 부처의 늑장 대응과 허술한 방역 대책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I 대책을 다루는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가 지난 12일에야 처음 열렸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농가 최초 신고 이후 26일 만이며 야생 조류 확진 판정이 난 지 한 달 만이다. 위기경보는 AI가 사실상 전 지역으로 확산한 다음인 16일에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올겨울 AI 확인 2시간 만에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방역을 챙기면서 위기경보를 즉시 최고 단계로 격상한 일본 사례를 굳이 들 필요도 없다. 2014년 1월 전북 고창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이틀 만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8개 부처가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최순실 사태를 틈타 공직사회가 일손을 놓는 바람에 방역 컨트롤타워가 실종돼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똑같은 AI 바이러스를 지닌 철새들이 중국~한국~일본을 오간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의 살처분 가금류 비율이 2000만 대 100만 마리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황 총리가 AI 사태를 직접 챙기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겨울철마다 AI 재앙이 반복되는 만큼 정부는 양계산업을 비롯한 한국 축산업의 미래 전략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면 가금류 사육농가가 AI가 창궐하는 겨울철에 사육을 중단하는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휴업보상제’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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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AI 방역 실패와 계란 대란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 대란이 최악인 이유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초동 대응도 실패하고 농가의 방역도 허술해졌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간의 불협화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진 것도, 농가에서 사용한 소독약이 맹탕이나 다름없는 불량 소독약이라는 점도, 사료차량과 달걀운반차량이 전파의 매개체가 되었을 것이라는 검토 의견도, 살처분 물량이 폭주함에 따라 묻을 땅과 소각시설이 부족하여 지역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현장 증언도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단서들이다. 계란 파동이 현실화되자 조류인플루엔자는 경제난의 첫 신호탄이 되었다. 이번에 살처분된 가금류 중 닭이 80%를 차지하고, 알 낳는 닭인 산란계는 30%에 해당한다. 달걀 품귀 현상은 예정되어 있었다. 달걀 한 판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47.5% 인상되었고, 달걀유통업체의 10%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주부들은 명절 차례상을, 제과제빵 업계는 물량 확보를 걱정한다. 한 달 만에 전국 닭·오리 취급점에서는 평균 매출이 54.8%나 감소했다. 현재 국내 닭의 14%, 오리 25%가 살처분으로 사라졌고 앞으로 5000만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정부와 농가의 직접 손실은 8573억원, 육가공업과 음식업 등 간접 손실은 1조4769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도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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