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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7 20:44 수정 : 2016.11.07 20:44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들으며 하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밝혀야 할 ‘대통령의 거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그 시간은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릴 만큼 거대한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 ‘당선자 시절 잠시 최씨가 연설문을 손보았을 뿐’이라는 박 대통령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국민의 눈과 귀는 이제 다시 박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다시 국민 앞에 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 자리는 지난번 대국민 사과 때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단순히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표명하는 선에서 끝날 수는 없다.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낱낱이 고해성사하고, 대통령 스스로 수사 대상이 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으려면 아예 국민 앞에 나서지 않는 게 낫다. 대통령의 진정한 참회와 고백, 그리고 진실규명에 대한 협조는 국가적 혼란상을 수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한 걸음 나아가 박 대통령은 당면한 국정 공백 사태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그 핵심은 대통령의 거취와 앞으로의 역할 문제다. 지금 국민 사이에는 박 대통령의 하야와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화일보>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하야’ 필요성이 36.1%, ‘탄핵 추진’ 주장이 12.1% 등 박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48.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적나라한 민심이고 국민의 보편적 정서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밝히는 것은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국 수습책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책임총리제며 거국중립내각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정국 수습방안은 그 자체의 의미와 성격 규정도 모호하지만,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뜻이다. 박 대통령이 다시 국정의 중심으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벼르고 있다면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 정도로 정국을 수습하려는 구상 속에서 벌써 후임 총리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지금의 국가적 혼란상이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은 박 대통령을 빼고는 모두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가장 나라를 위하는 일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신이 국정운영에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정의 상당 부분을 위임한다면 형식과 방법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을 방치·조장해온 사람들의 말이나 들어서는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학계, 종교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 대통령이 만나서 의견을 물을 사람은 수없이 많다.

박 대통령의 결심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빠뜨린 장본인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수습책이라도 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국정 최고책임자를 자처해온 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완수해야 할 마지막 의무이자 책임이다.

[중앙일보 사설] 신임 민정수석, 대통령에게 ‘수사 자청'을 건의하라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검찰청사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에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모자와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60대 아낙네가 4년 가까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병신년(丙申年) 대한민국의 현실이 돼 버렸다. 비참하고 부끄럽지만 이 또한 우리 대통령의 민낯이고 자화상이다.

국민은 대통령과 검찰에 묻고 있다. “도대체 이 탐욕스러운 여인은 어디서 나왔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누구냐”고. 이제라도 박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深淵)으로 추락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정법과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버틸 게 아니라 수사에 협조해야 했었다. 다행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 후임인 최재경 민정수석이 “검찰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 성실히 임하겠다”며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 전 수석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질려 버린 국민은 후임자가 국가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헌신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 수석 또한 국민의 이 같은 바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저 박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내가 먼저 수사를 받겠다’고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하라”고 건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검찰 수사는 거대한 장애물 앞에 막혀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경우 취임 이후 최저치인 15.5%의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정공백이 최소화되기를 원한다면 형사 불소추권의 특권을 더 이상 강조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 들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와 있다. 국가는 뒷전으로 한 채 오로지 정권에 아부하는 듯했던 검찰에 대해 국민은 조롱과 비아냥으로 분풀이하고 있다. 어제 검찰청사에 한 시민이 던진 오물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상징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김수남 검찰총장과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직을 걸고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최씨가 외국으로 도피하고 기자회견을 갖고 갑자기 귀국한 배경에 정권 차원의 음모가 숨은 것으로 의심한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대선자금 수사팀이 ‘국민의 검찰’로 지지를 받았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계속해 정권의 치마폭에 숨을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명예를 되찾을 것인가. 국민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검찰 수뇌부와 신임 민정수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스스로 거취 밝히는 게 대통령 의무”…중앙 “비서진 비리와 실책 현 상황 초래해”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미로 속 같은 시국을 야기한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은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이었다. 두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출연금을 걷었는데 그 배후가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보도가 시작이었다. 이어서 최순실의 딸, 승마선수인 정유라씨의 국가대표 훈련 일지 조작 의혹이 보도됐고, 정씨의 대학 부정 입학, 학사 특혜 등의 문제도 이슈화되었다. 이로 인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항간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10월19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불명예 사퇴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몰고 간 것은, 최순실씨의 컴퓨터를 입수해 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등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고 이를 수정했다는 정황을 폭로한 <제이티비시>(JTBC) 보도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씨는 과거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줬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며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했던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박 대통령의 해명처럼 ‘집권 초 잠시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뉴스들이 연일 기사화되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원종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을 내정하기에 이른다.

비선 실세 집단의 국기 문란 의혹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민심은 싸늘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9.2%로 추락했고,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대학과 시민단체의 시국선언도 줄을 이었다. 이화여대 재학생들의 지난달 26일 첫 시국선언 이후 일주일 만에 100여개 대학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과 분노, 그 자체였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은 모두,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반영하듯 직정적인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중앙은 “비참하고 부끄럽다”고 표현한다. 왜 아니겠는가. 한 국가의 기밀을 한 명의 사인(私人)이 쥐락펴락했으니 말이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다’고 했다. 작금의 국민들의 분노는 값싼 감정적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훼손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적 양심의 표출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이후의 일주일의 시간을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릴 만큼 거대한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수사학적 과장이라고 하겠는가. 그것은 민심의 현주소가 어디 있는가를 똑바로 보라는 충고다. 거리로 나가 여과되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한겨레의 논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것이다. 그만큼 민심은 차갑다. 현 정권의 부동적 지지층,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의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이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중앙은 다른 날짜에 박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하라는 사설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설에서는 대통령 비서진의 비리와 실책이 최순실 게이트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다고 진단한다. 아닌 게 아니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모금 대상 기업들과 접촉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 수사가 진행되어야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여기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허탈할 지경이다. 청와대 보좌진의 충언과 직언이 있었다면 한 ‘탐욕스런 여인’의 농단은 없었을 것이고 대통령의 오판 역시 없었을 것이다. 세계사의 망국(亡國)의 스토리가 잘 말해주는 것이 측근의 무능과 부패다. 가신(家臣)들의 올곧은 직언이 있고 소통하는 지도자가 있는 곳에 몰락의 역사는 없다.

사정기관의 중추라고도 할 수 있는 검찰이 이번 사태에서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를 중앙은 엄중하게 묻고 있다. “국가는 뒷전으로 한 채 오로지 정권에 아부하는 듯”했다는 것이 검찰에 대한 중앙의 직설적인 비판이다. 검찰청사에 한 시민이 던진 오물을 중앙이 사설에서 특별히 언급한 것은 검찰에 대한 민심의 현주소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사정의 엄중한 칼날을 들이대었다면 과연 특검을 따로 논할 필요가 있었을까. 특검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검찰의 불신에서 비롯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겨레는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국 수습책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밝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겨레가 박 대통령에게 거취를 밝히라는 것은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의사표명이 가당치 않다는 일종의 항의다. 이는 사실상 국정 운영에서 박 대통령이 손을 떼야 한다는 한겨레의 요구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절반의 국민들이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 정도로 정국을 수습하려는 구상”을 하는 것은 민심의 동향을 모르는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겨레의 논조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문제에 전념하고 내치는 야당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총리를 뽑아 맡기자는 의견과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한 바 있다. 야당은 “거국내각은 무엇을 전제로 하든 진상 규명이 먼저여야 하는 것”이며,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에 의한 특검 도입 등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을 때 거국내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학계, 종교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과 광범위하게 소통하고,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든지 특검을 수용하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거취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완수해야 할 마지막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이 한겨레의 충고다.

김보일(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10대, 꿈을 이루고 싶다면 생각의 근육을 키워라

권재원 지음, 원앤원에듀 펴냄, 2016년

책의 부제는 ‘청소년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문·경제·사회 이야기’다.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자기정체성, 지식과 정보, 정치와 권력, 토의와 토론,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등 민주시민으로서 생각해보아야 할 개념들로 채워졌다. 특히 7장, ‘민주시민이 된다는 것’에서는 정치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권위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권위와 권위주의는 어떻게 다른지, 공화국에 부합하기 요건은 무엇인지, 현재의 시국과 관련하여 생각할 거리를 준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제

거국중립내각은 전시와 같은 국가비상 상황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이는 의원내각제 성격이 가미된 정치 체제로,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대신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이 국정의 주도권을 쥔다. 그러나 헌법에서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내각이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설 수는 없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제의 틀 안에서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제도다. 책임총리제란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 해임 건의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국정의 권한과 책임을 총리에게 분담하게 하는 제도다. 총리 권한 강화는 곧바로 대통령 권한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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