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신규 분양 물량 조절에 나섰다. 지난 8월2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최근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8월25일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앞에 내걸린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
|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건설 부양’ 미련 못 버린 알맹이 빠진 가계부채 대책
그동안의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에도 33조6천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폭의 증가다. 가계부채 통계 발표에 맞춰 정부가 25일 종합대책을 다시 내놨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지 않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늘리는 핵심 원인인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이번에도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급증을 이끌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2년과 2013년 3%대에 머물렀으나 2014년 10.2%, 지난해 8.9%에 이르렀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 대출 규제를 거의 없애고, 정부의 통화완화 압력을 받은 한국은행도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춰 대출 증가에 불을 붙였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 경기는 호황이다. 아파트 분양이 급증하고, 집값 상승에 따른 불안감과 투기심리가 겹쳐 사려는 사람도 많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공급 조절’을 대책에 포함했다고 강조한다. 엘에이치공사의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지난해의 12만8천호 분량에서 올해 7만5천호 분량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분양 물량이 줄어야 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급을 줄여 주택가격이 오른다면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택지 공급을 줄이기보다는 주택에 대한 가수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주택 공급이 저절로 줄어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주택시장에 분양권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매를 규제하는 게 마땅했으나 대책엔 넣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것이 중도금 집단대출인데도, 이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도입하지 않았다. 단계적인 도입을 검토한다니, 다음에 내놓으려고 아껴놓은 것인가.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표현했다. 공급과잉 움직임이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는 염려뿐이었다.
우리 경제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는데, 그 절반이 건설투자 증가에 의한 것이었다. 가계는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 내수 소비는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건설경기로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침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가계부채 폭탄 터져야 정신 차릴 것인가
지난 6월 말 가계부채가 1257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국은행이 어제 밝혔다. 석달 새 33조6000억원(2.7%) 늘어 1분기 증가액(20조원)을 한참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올 한 해 100조원 넘는 가계빚이 새로 쌓일 게 확실시된다.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630조원이던 부채 규모는 채 9년이 안 돼 꼭 두 배로 불어났다. 이명박 정부 5년간 276조원, 박근혜 정부 3년 반 동안 351조원 늘었다. 사상 최대인 규모도 문제지만 속도가 더 무섭다.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 중반인데, 가계부채 증가율은 10%를 넘볼 기세다. 질도 나빠지고 있다. 저축은행·새마을금고·단위농협·신용협동조합 같은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이 분기 사상 최대인 10조4000억원 늘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며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분석된다.
같은 날 나온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 정부 들어 벌써 다섯 번째 대책이다. 일 년이 멀다 하고 나오는 걸 보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자인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알맹이가 없는 맹탕 대책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청약 자격 강화,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이 모두 빠졌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관련 대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이 중 한 가지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을 철저히 외면했다. 이쯤 되면 이 정부가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좋다. 경기와 내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경기 대책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로 삼는 건 위험이 너무 크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은 완화 일변도로 치달아 왔다. 재당첨 제한 폐지(2012년 9월),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2014년 3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2014년 7월) 조치가 잇따랐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이를 두고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옷으로 한겨울을 맞을 걱정을 해야 할 때다. 2017~2018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990년대 이후 최대인 70만 가구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주택 인허가(35만 가구)도 25년 만에 가장 많다. 공급과잉을 버티는 시장은 없다. 이미 미분양 주택이 전국 6만 가구로 늘었고 강남 일부에서 역전세난 조짐이 나온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소다. 선제적 조치로 과열을 진정시켜 시장이 경착륙하는 걸 막아야 한다.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대책과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후유증은 다음 정권과 국민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폭탄이 째각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논리 대 논리]
한겨레 “건설경기 부양 미련 버려야”…중앙 “부동산을 경기 대책 전부 삼아선 안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정부가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지난 8월25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섯 번째 대책이다. 택지공급 감축, 신규 인허가 축소 등을 통해 분양물량을 조절하고, 건설회사로 하여금 택지 매입과 관련하여 해당 지역의 사업성, 건설사의 사업 수행 능력, 그 지역의 아파트 공급 및 미분양 상황 등을 고려해 심사를 받도록 하는 분양보증 예비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아파트 집단대출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정부는 스스로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주택공급 과잉에 따라 집값이 떨어질 수 있고 그 결과 가계부채 건전성이 나빠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의 충격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이번 대책이 “주택공급을 줄여 이미 높이 올라버린 분양가를 유지해주겠다는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투기세력에게 지금처럼 계속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혹평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이를 통해 경제를 유지하다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분양권 전매 제한, 후분양제 등으로 투기 가수요를 없애야 한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중앙과 한겨레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말하는 것으로 사설을 시작한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중앙의 “사상 최대인 규모도 문제지만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더 무섭다”는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 두 신문의 이번 대책에 대한 공통된 평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정부의 대책이 실속이 없는 것은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청약 자격 강화,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지 않으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로 투기가 확대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사실이다. 청약 자격을 강화하지 않는 정책, 대출 자격을 꼼꼼히 따지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미적용 또한 투기를 조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겨레도 이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실속이 없다고 평가한다. 한겨레 역시 이번 대책에 전매를 규제하는 대책이 빠진 점,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불과한 것임을 꼬집는다.
한겨레는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이 ‘주택담보대출’에 있다고 언급한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취임한 뒤 대출 규제를 없애고, 기준금리를 낮추어 대출 증가에 불을 붙였다. 가계부채가 비약적으로 급증한 것은 빚을 얻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한겨레가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중앙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 그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을 경기 대책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로 삼는 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재당첨 제한 폐지(2012년 9월),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2014년 3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2014년 7월) 조치” 등을 언급하며 중앙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정책들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띄우려는 것이었지,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것이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2017~2018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70만 가구에 달한다고 언급한다. 공급의 과잉도 문제지만 이 시기에 금리가 인상되면 입주를 위해 잔금을 치러야 하는 분양자들은 입주를 미룰 수 있고, 금융 불안으로 집단대출이 부실화되면 이는 건설사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은행 부실로 이어져, 대규모 미입주 사태로 주택가격이 폭락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앙이 말하는 공급과잉과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한겨레는 택지 공급을 줄여 분양 물량을 감소시켜 대출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가계부채가 심화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한겨레는 “택지 공급을 줄이기보다는 주택에 대한 가수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주택 공급이 저절로 줄어들게 하라고 훈수를 둔다. 분양권 전매를 규제하지 않은 것도,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도입하지 않은 것도 따지고 보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생각이 정부에 없음을 말해준다. 문제는 투기적 수요가 성장을 만들기도 하지만 투기적 수요가 만들어내는 성장은 언젠가 꺼질지 모르는 거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 태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은 “우리 경제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는데, 그 절반이 건설투자 증가에 의한 것이었다”는 한겨레의 언급이다. 경제성장은 집권세력의 성공적인 치적의 표지다. 이 가시적 표지에 정부가 집착하는 한 국가와 민생의 위기는 간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건설경기로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침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한겨레의 지적은 이번 가계부채종합대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의 피해는 다음 정권과 국민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건설경기의 부양을 통한 집권세력의 치적 과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안위다. 정책은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것이리라.
김보일(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10대와 통하는 땅과 집 이야기
손낙구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013년
책은 대한민국의 ‘땅과 집 이야기’를 10대의 눈높이에 맞춰 하고 있다. 저자는 “땅은 인간이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누군가가 독차지해서 탐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땅은 언제부터 사고팔게 되었는지, 집값은 어떻게 정해지고 왜 오르는지, 아파트가 처음 생긴 때가 언제인지, 청소년도 집을 살 수 있는지 등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16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담았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초이노믹스(Choinomics)
초이노믹스(Choinomics)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정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최경환 장관을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등장한 단어다. 초이노믹스의 경기 부양책의 뼈대는 부동산을 담보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고, 금리를 낮추는 것이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가 대표적인 초이노믹스 정책이다. 담보인정비율(loan-to-value ratio: LTV)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줄 때 담보물의 가격에 대비하여 인정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주택 등 담보물 가격에 대비하여 최대한 빌릴 수 있는 금액의 비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ebt-to-income Ratio: DTI)은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자신의 소득에 비해 얼마나 많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가의 비율을 말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