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뒤 돌아온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지난 10일 오후 귀국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익을 생각하며 진지하고 차분하게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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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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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야당을 ‘대통령의 2중대’로 생각하지 않는 담에야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의 경고성 요청을 뿌리치고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명을 공개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 입장에 동조하면서 중국을 방문한다.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하더라도 국가안보 문제에선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게 정치의 기본 책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떴다. 야당 의원들의 행동을 ‘매국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사드 배치의 본질적인 논란은 외면한 채 야당 의원 방중을 ‘국론 분열’ 또는 ‘사대 매국’ 행위로 매도하는 데 정부와 여당, 대통령까지 팔을 걷고 나선 모양새다. 도를 넘은 지나친 정치 공세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중국과 대립하는 상황이라 해도,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대화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을 대통령까지 나서 비난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외교를 하는 정부가 취할 태도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이 국익을 훼손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정부 입장과 다른 생각은 일절 대외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정권 안보’를 지키는 데 사용됐던 논리다. 1979년 9월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뉴욕 타임스> 인터뷰를 빌미로 박정희 정권이 “반민족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망동을 했다”며 김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한 것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중요한 건 ‘국익’으로 포장된 획일이 아니다. ‘국익’의 내용을 따져보는 일이다. 여권은 야당 의원에게 ‘매국’이란 딱지를 붙이기 전에, 사드 배치 결정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뜨거운 논란에 먼저 답을 해야 마땅하다. 박 대통령은 사드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과 한 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런 과정과 절차는 깡그리 무시한 채 야당 국회의원들을 ‘국론 분열자’로 모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의원들의 베이징 방문이 야당 차원이 아닌 국회 차원에서 좀더 폭넓게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중 정부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서 국회의원이나 학자들의 교류·토론까지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수록 양쪽의 솔직하고 다양한 대화는 필요하다. 더구나 야당 의원들이 중국 학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벌떼처럼 나서 미리 공세를 가하는 배경엔 사드 논란의 초점을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닌가 싶다.
‘국론 통일’은 정부 입장을 국민과 야당에 강요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야당의 행동까지 끌어안아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훨씬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게 위기 상황에서 국가지도자가 취할 온당한 태도일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안에서 싸워도 바깥으론 초당외교를
외교와 국방은 행위의 단위가 국가라는 점에서 어느 나라든 행정부에 고도로 집중된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다. 정당이나 입법부는 나름의 영역에서 외교행위를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 성격에서 멈춰야지 국가의 외교적 목표를 흔들거나 역행해선 안 된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 해도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선 내부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게 정치의 기본 책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과 설득 과정에서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안보 문제는 국내 토론과 국회 논의, 국내 정치 과정을 통해 해소돼야 한다. 야당이 끝내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면 정권을 교체한 뒤 외교노선을 변경하면 된다. 안에서 싸워도 바깥으로 초당적인 안보외교를 하라는 건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정치권이 지켜야 할 기본자세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통제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나라다. 언론의 자유나 야당의 정부 비판, 시민적 저항과 정치활동이 완전하게 보장되는 한국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베이징에서 아무리 국익외교를 편다고 주장해도 중국 정부의 입맛대로 이용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환하다. 더민주 의원들이 뒤늦게 의도와 다른 결과가 벌어졌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실제로 중국 언론들은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끝날 것’이라고 주장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인터뷰 기사는 실으면서 ‘사드는 대북한용이며 중국은 한국 국민이 지닌 안보불안을 인식해야 한다’는 김흥규 아주대 교수의 기고는 게재 취소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베이징에 간 더민주 초선 의원들의 선의는 인정한다. 그들을 향한 ‘매국노’라는 비난도 과도한 느낌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보면 이런 나라망신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권이 제대로 작동하는 정상적인 나라치고 초당적 외교, 초당적 안보의 원칙이 훼손되거나 무시되는 경우는 없다. 어차피 방중을 강행한 만큼 해당 의원들은 살얼음판 걷듯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귀국 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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