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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5 20:02 수정 : 2016.08.15 20:02

청년유니온 등 11개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시정명령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서울시 청년수당’ 발목 잡는 정부의 옹졸함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10.3%다. 전체 실업률(3.6%)의 세 곱절이나 된다. 실업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3.2%)의 청년실업률이 5.5%, 독일(4.2%)의 청년실업률이 7.2%이니, 우리나라 청년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계속 고쳐 쓰고 있다. 이렇듯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무능한 정부가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회적 연계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의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끝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옹졸함의 극치다.

서울시는 지난해 독자적인 청년정책을 내놨다. 청년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확대하고, 주거와 생활안정을 지원하며, 청년활동 생태계를 지원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서울시는 그 일환으로 조례를 제정해 미취업 청년 3천명에게 길게는 6개월까지 월 50만원씩 사회참여활동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실제 서울시는 6천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3천명을 뽑아,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3일 활동지원금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이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취소 처분을 내리겠다고 한다.

복지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한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들이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주민 복지를 시행·확대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이 조항을 들이대는 것부터가 억지다. 서울시 청년 사회활동지원금은 협의 대상인 사회보장제도라기보다는 연간 예산 90억원짜리 정책사업이다. 복지부는 서울시와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심의’하고 ‘통제’만 해왔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이 사업을 막으려는 이유를 합리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미취업자의 고용이 촉진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의 여러 노력을 고무하고, 성과가 좋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을 보편적인 제도로 만들어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와 반대로 정부가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끝까지 발목을 잡는 것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비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앙일보 사설] 청년수당 충돌 서울시와 복지부 볼썽사납다

청년수당 현금 지급을 둘러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정면충돌이 볼썽사납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는데 서로 갈등만 키우더니 급기야 법정 싸움까지 벌이게 됐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10.3%까지 치솟은 마당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공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청년활동지원사업’이란 명칭의 청년수당 사업을 밀어붙였다.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이들을 뽑아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을 구직 활동비로 주는 내용이다. 선정·지급 방식과 효과도 불명확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란 지적과 새로운 복지실험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26조)에는 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는 정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서울시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고, 그간 수차례 협의와 공방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설전을 벌인 뒤 하루 만인 3일 기습적으로 사업을 단행했다. 선정된 3000명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원씩을 지급한 것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선 박 시장이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다.

그러자 복지부가 강경하게 나왔다. 어제 사업 직권취소(무효) 처분을 내리고, 이미 지급한 14억1550만원도 모두 환수하라고 전격 통보했다. 이에 서울시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해 청년수당은 법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구직을 돕기는커녕 돈을 받았거나 신청한 젊은이를 울리는 ‘정치·이념적 탈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중앙·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 복지정책을 짜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년을 볼모로 한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정부의 강경 대응이 엉켜 구직자들에게 상심만 안겨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박 시장은 반성하고 조속히 후유증 최소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복지제도 아닌 연 90억원 정책사업”…중앙 “청년 볼모로 한 ‘정치적 탈선 사고’”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3일,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에 선정된 3000명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복지부는 다음날 바로 직권취소(무효) 처분을 내리고, 지급된 14억원도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복지부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까지 나서는 모양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현실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비난한다. 그러나 두 사설이 꼬집는 문제의 핵심은 사뭇 달라 보인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끝까지 발목을 잡는” 정부의 처사를 “옹졸함의 극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반면, 중앙은 “정부와 박 시장은 반성하고 조속히 후유증 최소화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공했”다며 선을 긋는다.

사실,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청년수당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이란 만 19~29살 미취업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인 사람들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씩을 지급하는 제도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겨레는 청년수당을 변형된 형태의 기본소득제(basic income)로 받아들이는 듯싶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시민들에게 정부가 매달 일정 소득을 나눠주는 제도다. 이는 복지정책이라기보다 ‘시민 배당’에 가깝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제는 복지제도를 대체할 제도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청년수당은 기본소득제의 취지에 맞아 보인다. “서울시 청년 사회 활동 지원금은 (복지부와의) 협의 대상인 사회보장제도라기보다는 연간 예산 90억원짜리 정책사업”이라는 말 속에는 한겨레가 바라보는 청년수당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반면, 중앙은 청년수당을 ‘복지정책’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중앙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공”했다는 것의 근거로, “박 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설전을 벌인 뒤 하루 만인 3일 기습적으로 사업을 단행했다”는 사실을 든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청년수당에 대해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구직활동이 아닌 개인적 활동에 사용되면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고 박 시장을 몰아붙였다.

‘도덕적 해이’는 기본소득제에 반대할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논거다. “선정·지급 방식과 효과도 불명확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란 지적과 새로운 복지 실험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는 진단 역시, 기본소득제를 복지정책으로 여길 때 나오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그럼에도 중앙은 청년수당 자체는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잘만 추진되었다면, “중앙·지방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 복지정책을 짜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동시에, “청년을 볼모로 한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정부의 강경 대응이 엉켜 구직자들에게 상심만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며 양 진영 모두를 비난한다.

이 말은 “막무가내로 (정부가) 이 사업(청년수당)을 막으려는 이유를 합리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겨레의 평가와 묘한 공명을 이룬다. 새로운 복지나 혜택은 민심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때문에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복지나 혜택을 주는 정책을 남보다 앞서 내놓으려 한다. 중앙이 갈등의 본질을 “야권의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선 박 시장이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이며, “정치·이념적 탈선 사고”로 보는 근거는 여기에 있겠다.

지난 12일, 정부는 ‘취업 성공 패키지 참여 청년 취업지원 사업’을 내놓았다. 면접과 구직활동 비용으로 2만여명의 젊은이들에게 3개월간 월 20만원씩 최대 60만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한다는 점에 있어서 청년수당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한겨레가 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정부의 반대를 “합리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는지도 이해가 된다. 두 사설은 모두 청년수당 갈등이 정치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수당 논란에는 기본소득제에서 포퓰리즘에 이르기까지 복지 정책을 둘러싼 숱한 논쟁거리들이 담겨 있다. 짧은 두 사설이 깊고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포퓰리즘-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

서병훈 지음, 책세상 펴냄, 2008년


[추천 도서]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하승수 지음, 한티재 펴냄, 2015년

경제 성장을 해도 더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시대다.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 소득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면 어떨까? 이른바 ‘기본 소득제’라 불리는 생각이다. 기본 소득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좌파에서 우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퍼져 있다. 실업 걱정을 없앨뿐더러,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늘어 경제도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없을까? 포퓰리즘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우리들’은 착하고 성실하다. 그럼에도 삶은 늘 팍팍하고 힘들다. 왜 그럴까? 돈과 권력을 움켜쥔 1%들 탓이다. 그들은 온갖 잘못된 방법을 써서 법을 바꾸고 재산을 모은다. 모두 힘을 합쳐 썩은 1%를 도려내고 우리 몫을 찾아야 한다. 포퓰리즘적 복지를 넘어 정당하고 효율적인 기본소득제를 이루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청년수당과 기본소득제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 사업의 정식 명칭은 ‘서울시 청년 지원사업’이다. 19~29살 청년 가운데 가구 소득, 미취업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총 3000명을 추려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해 주는 제도다. 18~26살 청년들에게 월 451유로(약 57만원)씩 현금을 지급하는 프랑스의 알로카시옹(현금보조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현금을 수혜자들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점에서 청년수당 사업은 기본소득제(basic income)의 변형된 형태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한해 청년정책예산은 2조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청년들에게 바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용촉진 지원금, 청년취업인턴제 등 젊은이들을 채용하는 사업주들에게 지급된다. 때문에 관련 예산이 집행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관련 사업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는 경우도 생긴다.

기본소득제는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데 많은 행정비용이 들어가는 복지정책보다 효율적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아울러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현실에서, 시민들에게 수입을 안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제는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일하지 않고도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시민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는지 등등의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용처를 구직활동에 필요한 비용 등으로 제한하고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재원 등의 문제로 수혜자 규모도 3000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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