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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진단과 대안을 주제로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방준호 본지 기자(오른쪽 둘째)가 통신자료 사찰 이유 확인의 어려움에 대해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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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사찰 의심 짙은 ‘저인망식’ 개인정보 수집
국가정보원·검찰·경찰의 통신 감시 대상은 실로 광범위했다. <한겨레>가 소속 기자들과 야당 당직자, 민주노총 실무자 등의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취합한 결과를 보면 놀랍고 두렵기만 하다. 서로 통화할 일은커녕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이들이 같은 날 무더기로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 ‘저인망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수사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 조사 결과, 국정원은 1월7일 연이은 번호의 문서 6개로 한겨레 기자 6명, 민주노총 실무자 19명, 야당 당직자 4명, 세월호 가족 등 모두 29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아직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문서들도 있을 것이니, 실제 제공된 통신자료는 더 많을 수 있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내사 과정에서 피내사자와 연락한 전화번호가 나와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이들의 업무나 일상, 친분관계 등을 보면 특정 피내사자와 공적으로건 사적으로건 공통으로 이어지는 접점은 찾기 어렵다. 그런 이들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넘겨졌으니 수사 목적이라기보다 비판적 집단에 대한 전방위 사찰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일은 또 있다. 취재현장에 나가지 않아 취재원과 연락할 일도 없는 <한겨레>의 편집간부와 논설위원 등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아는 사람 중에 수사나 내사 대상자가 없다면 사찰 목적일 수밖에 없다. 취재원이 겹치지 않는 여당 출입기자와 야당 출입기자가 같은 날, 같은 문서로 검찰의 조회 대상이 됐으니 국회 부근의 통신기지국을 통째로 들여다본 게 아니냐고 묻게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노동시장 개편 문제가 논란이 될 즈음에 이들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으니,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은 당연하다. 야당 국회의원이나 당 실무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당사자들이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으면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경찰은 지금까지 영장이나 사후 통보도 없이 국민의 통신자료를 무제한으로 그러모으고, 이를 발판으로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개인의 정보인권은 내팽개쳐졌고, 수사기관 마음대로 불특정 다수를 위험인물로 간주해 감시하는 전체주의적 감시체계만 시민 위에 군림했다. 이를 ‘수사의 밀행성’ 따위 핑계로 정당화하거나 관행이라고 방치할 수는 없다. 대체 무엇 때문에 개인정보를 수집했는지, 정보를 어떻게 썼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통신자료 수집도 엄격한 사법적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법 개정도 시급하다.
[중앙일보 사설] 통신자료, 마구잡이로 들여다봐선 안 된다
검찰·경찰과 국가정보원의 통신자료 조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자료가 정해진 용도로만 활용되고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절차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말했다. 시중에 확산되고 있는 논란을 의식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는 얘기다. 최근 국회의원과 노동단체 실무자, 기자, 대학생 등 일반 시민들까지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통신 사찰(査察)’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83조는 수사·정보기관이 재판, 수사, 형 집행, 국가안보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 인적 사항을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관들은 이 조항을 활용해 법원 영장 없이 인적 사항 일체를 제공받아왔다. 2014년의 경우 통신사는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검찰 426만 건, 경찰 837만 건, 국정원 11만 건의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미래창조과학부 집계). 1년간 1270만 개 넘는 전화번호 보유자의 인적 사항이 수사·정보기관에 제공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공요청서에 요청사유 및 연관성 등만 간략하게 적으면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해당자들의 인적 사항 일체가 넘어간다는 데 있다. 당사자는 통신사에 제공 내역을 요청해야 알 수 있다. “인적 사항쯤이야…”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적 사항은 프라이버시의 핵심이다. 특히 주민번호 하나만 있으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생활의 울타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표현의 자유도 위협받기 마련이다.
분명한 건 인권이 수사 편의에 희생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물론이고 국정원과 검찰 모두 시민이 납득할 수 있게끔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통신자료 조회는 원칙적으로 법원 허가를 거치도록 법을 고치고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최소한 사후 통지 절차라도 도입해야 한다. .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비판적 집단에 대한 전방위 사찰”…중앙 “조회시 영장 받고 사후 통지라도 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정보수사기관의 수사 편의 조치가 확대됨에 따라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무려 3천만건의 ‘통신자료’가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수사기관에 제공되었고, 작년에도 한 해 동안 1300만건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한 ‘개인건강정보’는 550만여건이며, 지난해에도 110만여건에 달한다. 수사기관의 통신감시를 연구한 학계의 논문(2015)에서는, 지난 2011년 1년간 약 3700만개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제공되었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를 분석한 바도 있다. 실로 엄청난 숫자다.
범죄 예방과 국가 안보도 중요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권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수사협조에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 불안감을 느껴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9년 초 지메일 대이동과 2014년 10월 텔레그램 망명 등은 국내 포털 사이트와 카카오톡이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개인들의 산발적 이동일 뿐이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현역 국회의원, 변호사, 기자, 대학생, 환경운동가,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통신자료 조회가 직접 확인되었다. 또한, 천만 단위를 넘는 엄청난 양은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누구든 ‘나도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철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과정을 포괄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수집한 사유까지 알려주는 것은 수사 밀행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이유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상 불가피하다는 당국의 입장에 대해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도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와 중앙도 즉각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특히 한겨레는 소속 편집간부, 논설위원, 취재 기자들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었음을 직접 확인하면서 언론에 대한 감시 및 사찰 의도를 강도 높게 추궁하였다. 수사기관이 조회 이유를 밝혀주지 않으므로 자체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조회된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노동시장 개편 기사 관련 기자들이 조사대상이었고, 시민들과 함께 연번으로 이어진 문서에서는 공통접점이 없어 수사 목적이라기보다는 ‘저인망식’ 개인정보 수집이고 전방위 사찰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하였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개인정보 수집의 이유와 활용을 가장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나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개인이 느끼는 인간적 불안감과 불쾌감이 클 것이다. 정보인권의 침해에 따른 피해와 더불어 언론 및 표현의 자유도 위축될 것이 뻔하다. 언론 제보자와 취재원의 정체도 같은 방식으로 알아낼 가능성이 높으며, 기자 스스로가 생각과 행동의 보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기자들은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는 이틀 뒤(3월30일) 다시 한 번 사설을 통해 언론 자유의 ‘침탈’, 기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하게 비판하였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중앙도 ‘통신 사찰’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인용하면서 수사정보기관의 정보인권 침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따르면,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법원으로부터 사전 영장을 받지 않아도 되고 개인에게 사후 고지도 거칠 필요가 없다. 통신사에 정보제공요청서만 주면 해당자들의 인적사항을 넘겨 받을 수 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건강보험이나 금융 거래 등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만능키에 해당된다. 개인은 자신도 모르게 수사기관 앞에서 사생활을 노출시킨 채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통신사에 물어봐야만 제공내역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 통신자료 조회시 영장을 받도록 하고 조회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 절차를 마련하라는 해결책을 요구하였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겨레와 중앙은 수사기관의 편의가 인권보다 앞설 수 없다는 공통의 전제 위에서 마구잡이식 개인정보 수집을 멈추라고 촉구하였다. 한겨레가 상대적으로 방점을 찍은 언론의 자유와 중앙이 강력히 요구한 불합리한 법 개정 모두 인권의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이다.
수사기관의 손쉬운 통신자료 조회가 국민에 대한 감시 및 사찰이라 의심받는 까닭은 우선 정부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가져야 할 직군의 사람들이 다수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사에 걸쳐 사회부나 정치부 기자들뿐 아니라 산업부, 금융부, 유통부 기자들까지 조회당하였고, 일선 취재를 뛰지 않는 논설위원, 조회 당시 육아휴직자 등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특정 사건의 혐의자와 통화를 할 수도 있는 관련자 집단 전체가 대상일 수 있으므로 ‘감시’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둘째, 노동조합, 교육, 보건의료, 인권, 정치 관련 분야에서 정부비판적 입장을 가진 단체의 사람들이 다수 확인되어 공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대규모 집회 기간에는 통신정보 조회량도 늘었다고 하니 ‘사찰’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다.
셋째, 통신자료 조회대상자의 숫자가 너무 많다. 1년간 1300만건의 인적 사항을 조회했다는 것은 수사상의 이유로 범죄피의자만을 조회했다고 보기 어렵다. 영장을 받지 않아도 되기에 신속하게 대량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그런데, 영장을 받으면 이 숫자가 줄어들까? 전문가에 의하면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 또한 저인망식 수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기지국 수사’ 때문이다. 기지국 수사란 특정 기지국의 통신내역을 요청하여 일단 대량으로 데이터를 확보한 후 그 다음에 수사대상을 식별하는 ‘무작위 대량 감시’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범죄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통신내역도 특정한 기지국의 반경 안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와 똑같이 조회대상이 된다.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통해 시간, 장소, 통화패턴을 분석하여 범위를 좁힌 후, 통신자료 조회로 주민번호와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대량의 개인정보 수집은 수사방식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넷째, 고지 받지 못함으로 인한 개인의 무력함이다. 정보인권의 주체는 당사자다. 범죄와 무관한 당사자가 자신의 프라이버시 노출을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손을 쓸 수가 없다. 사전 영장도 사후 고지도 개인이 상황을 인지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가로 막는 수사 관련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1984년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번역, 민음사 펴냄, 2003년
전체주의 권력의 사상통제와 사생활 감시를 고발하는 소설이다. ‘빅 브라더’에 대하여 냉전시기에는 공산국가의 독재권력을, 정보사회에서는 네트워크 감시를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번처럼 수사권력이 광범위한 사찰을 진행한 데 반해 개인은 대응력을 거의 가질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빅 브라더’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추천 도서]
수사와 인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과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펴냄, 2009년
범죄자를 잡는 수사도 국민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한 행위이므로, 수사와 인권이 대립적인 관계만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수사 법체계와 절차가 눈길을 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개인정보와 정보인권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정부의 통신자료 청구건수가 2000년에 비해 무려 80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요청기관별로는 경찰(64%), 검찰(33%), 기타(2%), 국정원(1%)순이었다. 수사정보기관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 밀행성과 강제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수사 효율성을 위해 영장 없이 통신자료 제공이 수월하게 진행됨에 따라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 또한, 현행 법률상 ‘개인정보’는 생존하는 자연인에 관한 정보로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성별, 국적 등과 같이 해당개인을 식별할 수 있거나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하여 식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망을 이용하는 가입자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부당한 압수, 수색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통신상의 행위로 인해 자신의 정보가 조회되었을 경우 누가,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당사자에게 통지해 줄 의무가 규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개인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며, 헌법 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 헌법 18조 통신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도 함께 위협받고 있다. 정보통신환경에서의 정보인권을 보호하려면 국회, 정부 수사기관, 통신회사, 국민 등 모든 관련 주체들이 법 개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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