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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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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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야당의 존재 의의 없어진 ‘안보 우클릭’
야권이 심각한 혼돈의 시대다. 서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야당의 철학과 이념, 존재 의의가 무엇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모습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특히 북핵 사태에 대응하는 야당의 태도를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급기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9일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물론 야당도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여당의 방침에 찬성할 수 있고,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맞추어 기존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등 최근 정부의 마구잡이식 대북 강공몰이는 그런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백 교수 등이 성명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지금의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 간의 충돌”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수수방관”하고 심지어 “합리화해주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
야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은 주로 과거 보수 진영에 몸담았던 영입파 인사들한테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나름 ‘개혁적 보수’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지만 남북문제 등에서는 기존의 야당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북한 궤멸론’으로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나, 개성공단 폐쇄를 찬성한 이수혁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 햇볕정책을 비난한 국민의당 이성출 안보특위 위원장 등이 모두 그렇다. 두 야당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현실은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당의 정체성이 아직도 아리송한 국민의당은 그렇다 쳐도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수혁 위원장은 “계속 화해나 협력만을 주장하면 설 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공동체를 발전시켜 통일 기반을 만들어 나간다’는 당의 기존 강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다. 이런 인식의 소유자가 당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책임자를 맡고 있어도 좋은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은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고려할 때 ‘안보 우클릭’이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고 오산이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정당,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합리화해주는 야당에는 기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설] 해법 없이 정부 비난에만 열 올린 제1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맹비난하고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 문책을 요구했다. 이는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찬반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더민주가 ‘안보 전문가’로 영입한 이수혁 전 외교부 차관보는 한 발 더 나가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필연적이며 비난할 수 없다. 계속 화해나 협력만 주장하면 (당이) 설 땅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런 목소리는 다 빠졌다.
더민주가 북한에 대해 제재보다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당의 정체성을 감안할 때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또 제재의 궁극 목표는 처벌 아닌 협상 유도임을 정부가 상기하도록 견제구를 던지는 게 야당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먼저 북한의 책임을 엄중히 물은 뒤에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게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엔 일언반구 언급 없이 ‘쪽박’ ‘훼방꾼’ 같은 자극적 용어로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선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비현실적이고 무분별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력이 40배 넘게 앞선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도발을 전혀 막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불안감에 휩싸인 나머지 나오는 목소리다. 제1야당의 입법·정책을 책임진 원내대표라면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 이런 불안을 해소해줄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연설에는 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에 대한 비난만 가득할 뿐 북핵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찾을 수 없었다.
더민주는 대표와 원내대표, 주류와 비주류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통일되고 현실성 있는 대북 정책을 당론으로 내놓아야 한다. 제1야당의 안보 정체성이 혼란스러우면 수권 정당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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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햇볕정책과 대북 관계의 변화” ‘햇볕정책’이란 표현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닌 햇볕의 따뜻함이었다는 이솝 우화의 교훈에서 따온 말이다. 햇볕정책은 ‘평화, 화해,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도발 불용의 원칙’, ‘흡수 통일 배제의 원칙’, ‘화해·협력 적극 추진의 원칙’이라는 3원칙 아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였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개발사업 등은 이런 정책 기조 아래 이루어졌다. 이후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대북 관계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2013년 2월 3차 핵실험과 166일 간에 걸친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큰 위기가 있었음에도, 남북은 대화의 끈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은 직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급변했다.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체제 붕괴’를 공식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미 노무현 정권 시기인 2006년 11월, ‘서초포럼’ 연설에서 “지난 10년간의 대북 정책은 완전 실패”했으며, 포용정책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치인 “레드라인을 정해서 북핵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지금의 대북 강경 노선은 박 대통령의 일관된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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