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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29 21:25 수정 : 2016.02.29 21:25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야당의 존재 의의 없어진 ‘안보 우클릭’

야권이 심각한 혼돈의 시대다. 서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야당의 철학과 이념, 존재 의의가 무엇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모습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특히 북핵 사태에 대응하는 야당의 태도를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급기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9일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물론 야당도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여당의 방침에 찬성할 수 있고,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맞추어 기존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등 최근 정부의 마구잡이식 대북 강공몰이는 그런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백 교수 등이 성명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지금의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 간의 충돌”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수수방관”하고 심지어 “합리화해주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

야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은 주로 과거 보수 진영에 몸담았던 영입파 인사들한테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나름 ‘개혁적 보수’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지만 남북문제 등에서는 기존의 야당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북한 궤멸론’으로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나, 개성공단 폐쇄를 찬성한 이수혁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 햇볕정책을 비난한 국민의당 이성출 안보특위 위원장 등이 모두 그렇다. 두 야당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현실은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당의 정체성이 아직도 아리송한 국민의당은 그렇다 쳐도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수혁 위원장은 “계속 화해나 협력만을 주장하면 설 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공동체를 발전시켜 통일 기반을 만들어 나간다’는 당의 기존 강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다. 이런 인식의 소유자가 당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책임자를 맡고 있어도 좋은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은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고려할 때 ‘안보 우클릭’이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고 오산이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정당,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합리화해주는 야당에는 기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설] 해법 없이 정부 비난에만 열 올린 제1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맹비난하고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 문책을 요구했다. 이는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찬반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더민주가 ‘안보 전문가’로 영입한 이수혁 전 외교부 차관보는 한 발 더 나가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필연적이며 비난할 수 없다. 계속 화해나 협력만 주장하면 (당이) 설 땅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런 목소리는 다 빠졌다.

더민주가 북한에 대해 제재보다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당의 정체성을 감안할 때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또 제재의 궁극 목표는 처벌 아닌 협상 유도임을 정부가 상기하도록 견제구를 던지는 게 야당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먼저 북한의 책임을 엄중히 물은 뒤에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게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엔 일언반구 언급 없이 ‘쪽박’ ‘훼방꾼’ 같은 자극적 용어로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선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비현실적이고 무분별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력이 40배 넘게 앞선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도발을 전혀 막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불안감에 휩싸인 나머지 나오는 목소리다. 제1야당의 입법·정책을 책임진 원내대표라면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 이런 불안을 해소해줄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연설에는 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에 대한 비난만 가득할 뿐 북핵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찾을 수 없었다.

더민주는 대표와 원내대표, 주류와 비주류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통일되고 현실성 있는 대북 정책을 당론으로 내놓아야 한다. 제1야당의 안보 정체성이 혼란스러우면 수권 정당 자격이 없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수수방관해”…중앙 “북한의 책임 먼저 엄중히 물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은 직후인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과거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개성공단 폐쇄는 시작에 불과하고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 선언했다. 이는 대화를 앞세웠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조를 뒤집는 것으로, 북한이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체제 붕괴’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매우 강경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일된 당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성공단 폐쇄가 ‘통일 대박’을 ‘분단 쪽박’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종인 대표와 이수혁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지와 강경 정책에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

한겨레와 중앙은 이러한 야권의 모습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보낸다. 한겨레는 “야당의 철학과 이념, 존재 의의가 무엇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모습”이라며 한숨을 쉰다. 중앙 또한 “제1야당의 안보 정체성이 혼란스러우면 수권 정당 자격이 없다”며 혼란에 빠진 더민주의 현실을 꼬집는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야권의 안보관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날카롭게 갈린다. 한겨레는 야당이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수수방관하고 심지어 합리화해주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며 김종인 대표와 이수혁 위원장을 비난한다. 햇볕정책은 ‘접근을 통한 변화’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원칙을 통해 북한을 바꾸어보려는 노력이었다. 과연 햇볕정책 탓에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되었는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탓에 북한이 핵에 집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조처 이후, 개성공단 외에 모든 남북교류는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북한 경제는 2011년 이후 한 번도 내리막길을 걷지 않았다. 대북 강경책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김종인 대표와 이수혁 위원장 등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앙은 이종걸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양새다. 지금의 위기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원인이 있”으며, 그렇다면 “먼저 북한의 책임을 엄중히 물은 뒤에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게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맹비난하고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 문책”만을 요구하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핵무장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함께 비판한다. 이는 “비현실적이고 무분별한 주장”일 뿐이다. 핵무장은 국제 사회 전체를 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럼에도 중앙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제력이 40배 넘게 앞선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도발을 전혀 막지 못하는 현실”이 극단적인 안보 강화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앙은 이종걸 대표가 “국민의 이런 불안을 해소해줄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의혹을 제기했을 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2006년 1차 핵실험이 성공했을 때도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은 외부 위협에 대한 자위용 억제 수단’이라고 한 것은 일리가 있다”며 북쪽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모두 대화와 타협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기조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대책들이 문제를 키워온 측면이 있고 현재의 대북 강경책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1야당은 무조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나름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는 진보와 보수 정권 모두 북핵 사태 해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안보 문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더욱 민감해지곤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 아닌 확고한 비전과 신념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이 같아 보인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김성보 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14년


[추천 도서]

전쟁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유제승 옮김, 책세상 펴냄, 1998년

북한은 정치 체제에서 경제 운영까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이다. 북한의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 과정, 주체사상과 ‘고난의 행군’ 같은 북한의 현대사를 알아야 한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북한의 속살을 다양한 사진 자료를 덧붙여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전쟁론>을 쓴 프로이센의 장군 클라우제비츠에 따르면, 전쟁이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일 뿐이다. 전쟁터의 군인들은 승리를 거두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전략가들에게 전쟁은 원하는 바를 얻는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싸우지 않고도 상대가 내 뜻에 따르게 할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낫다. 따라서 군 통솔자는 “흥분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전쟁론>은 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햇볕정책과 대북 관계의 변화”

‘햇볕정책’이란 표현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닌 햇볕의 따뜻함이었다는 이솝 우화의 교훈에서 따온 말이다.

햇볕정책은 ‘평화, 화해,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도발 불용의 원칙’, ‘흡수 통일 배제의 원칙’, ‘화해·협력 적극 추진의 원칙’이라는 3원칙 아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였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개발사업 등은 이런 정책 기조 아래 이루어졌다.

이후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대북 관계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2013년 2월 3차 핵실험과 166일 간에 걸친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큰 위기가 있었음에도, 남북은 대화의 끈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은 직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급변했다.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체제 붕괴’를 공식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미 노무현 정권 시기인 2006년 11월, ‘서초포럼’ 연설에서 “지난 10년간의 대북 정책은 완전 실패”했으며, 포용정책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치인 “레드라인을 정해서 북핵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지금의 대북 강경 노선은 박 대통령의 일관된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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