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1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서 열린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대회에서 서울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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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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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보육대란 외면하고 소송 벌이겠다는 정부
눈앞에 닥친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17개 시·도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화로 해결책을 찾을 의지가 아예 없어 보인다. 국무조정실은 24일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해 “대법원 제소 및 교부금 차감 등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압박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 완전책임’이라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애써 언급을 회피한 채 누리과정 예산은 법에 따라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했다. 이런 의무를 법에 정한 것은 정부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해마다 3조원씩 늘어나리라는 세수 증가 전망에 근거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 한 해 수조원씩 ‘구멍’이 생겼다. 누리과정 부담액은 4조원에 이른다. 이를 메우려 지방채를 발행하다 보니 교육청 재정은 파탄지경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 대고 법을 지키라는 타령을 해봐야 공허할 뿐이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할 시점에 대법원 제소는 한가한 소리다. 교부금 차감은 교육청의 여력을 더 소진시킨다.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대책들은 상황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말 그대로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사이의 ‘조정’이다. 정부는 교육감들이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정부에 그대로 돌려줄 말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지방교육청 탓만 하고 실질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무조정실은 또 서울시와 성남시 등의 청년복지 사업에 대해서도 대법원 제소 등으로 강경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선심성 복지 예산을 편성한 것은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청년들을 위한 사업을 선심성이라고 부르는 인식부터가 문제다. 정부는 이런 태도로 어떻게 청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사업을 훼방놓으려는 의도를 뻔히 드러내놓고 ‘협의’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손을 맞잡아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수북이 쌓였는데 중앙정부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고 지방정부에 까탈만 부리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끼리 소송이나 벌일 궁리를 할 시간에 진지한 조정과 협의 방안부터 모색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누리과정 예산갈등, 정부와 정치권이 결자해지하라
아이들을 잘 키우자는 데는 여야와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3년 전 전면 시행한 것이 만 3~5세 누리과정이다. 젊은 부부들이 마음 놓고 애를 낳도록 국가가 보육·교육을 무상으로 책임져 저출산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2013년 확대됐다. 무상급식을 주창했던 야당도 반대하지 않았다. 현재 전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130만 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간 곪았던 예산 문제가 터졌다. 애초 설계가 꼼꼼하지 않아 매년 ‘땜질’ 처방만 한 결과다. 새해 예산 4조원의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대립이 극단이고, 지방의회의 정치적 개입까지 돌출됐다. 어제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치원·어린이집 예산을 모두 마련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야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한 서울·광주·전남은 교육감이 짠 유치원 예산마저 삭감해 새해 예산이 ‘0’이다. 야당이 다수인 경기도도 같은 상황에 몰렸다. 다른 시·도 교육청은 2~6개월 치 예산만 확보한 상태다. 결국 전체 예산 4조원 중 30%도 안 되는 1조원 남짓이 확보돼 보육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정부와 교육청은 양보 없는 기싸움을 한다. 진보를 주축으로 한 교육감들은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니 정부가 책임지라”며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했다. 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부담금이 39조4000억원에서 41조2000억원으로 늘어도 인건비 증가분과 지방채 상환액을 감안하면 쓸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정부·교육감·전문가가 참석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강경하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어제 “예산을 편성 않는 교육감은 대법원 제소, 재의 요구, 교부금 차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국고 예비비 3000억원 외에 담뱃세 등 지방세수가 늘어 교부금이 1조8000억원 증가하고, 학생 수 감소로 예산 절감 요인도 있어 편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고든 교부금이든 모두 국민 세금인데 아이들을 볼모로 양측의 해석이 정반대인 것이다.
이런 대립은 애초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예산 문제를 촘촘히 따져보지 않은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귀를 닫고 여야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총선에 미칠 유불리만 저울질한다. 전면 무상보육은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복지 천국 스웨덴은 셋째 자녀만, 영국은 만 5세부터 지원한다. 그런데 표 얻는 데 급급해 형편에 넘치는 공짜에 짝짜꿍했던 정부와 정치권이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교육감과 지방의회도 억지만 부려선 안 된다. 보육 문제에 무슨 정치적 잣대와 이념이 필요한가. 엄마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더 늦기 전에 청와대·정부·여야·교육감 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여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 바란다. 사회적 기구 구성이든 5자 회동이든 소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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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누리과정 대한민국 모든 영유아에게 동등한 질적 수준의 교육과 보육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아교육·보육과정이다. 유치원의 유치원교육과정과 어린이집의 표준보육과정으로 이원화돼 있던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2012년 5세, 2013년 3~4세로 대상을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물론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보육복지 제도이다. 이렇듯 교육과 보육을 통합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고 생애 출발점 평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누리과정이 갈등의 핵으로 부상한 이유는 총 4조원에 달하는 예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 파동의 핵심은 어린이집 운영 예산이다. 누리과정의 다른 한 축인 유치원 운영은 교육과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도교육청도 예산 편성 원칙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따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라는 게 시·도교육청의 요구다. 이런 논리로 현재 서울 등 8개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그 중 서울·광주·경기·전남 등 4곳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마저 편성하지 않았다. 반면,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따로 추가해 편성해달라는 일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누리과정 예산은 2012년부터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해 오던 사업이고, 현행 법령 상으로도 지방교육재정 의무지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대선 당시 공약집에서 “0~5세 보육 및 유아 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책임이라는 약속과 달리 국고 지원은 이루어지 않았다. 이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이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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