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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02 21:49 수정 : 2015.11.02 22:42

지난달 26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회차 작별상봉에서 남쪽 최고령인 구상연(98) 할아버지 볼에 북쪽 딸 구송옥씨가 입맞춤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교류·협력 확대로 이어져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대북 강경 기조를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등 여러 변수가 있었으나 북쪽도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8·25 합의가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곧 교류·협력 확대 등 남북관계 진전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뒷받침할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삼 실감하는 것은 이산가족의 고령화다. 80대 이상이 절반을 넘으면서 직계가족 사이의 상봉이 갈수록 줄고 있다. 2박3일씩 두 차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도 상봉자들의 건강 문제가 신경이 쓰일 정도다. 60년 이상 떨어져 있던 상봉자들이 바로 알아보고 부둥켜안을 정도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시간은 이산가족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1988년 이후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3만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미 숨졌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과 남북 교류·협력 확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남쪽이 아무리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더라도 북쪽이 호응하지 않으면 제동이 걸린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봉 정례화, 고향방문, 자유왕래 등은 각각 남북관계의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교류·협력 확대의 핵심은 경협 활성화다. 그중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가 출발점이다. 금강산 관광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을 더 원활하게 해줄 받침판이 된다. 이산가족면회소가 금강산에 마련된 것도 금강산 관광 사업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쪽이 이번 행사에 동행한 남쪽 기자단의 노트북 컴퓨터를 무리하게 검열한 것은 옥에 티다. 이런 방식은 상호 존중이 요구되는 남북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북쪽도 곁가지 문제로 남쪽 여론이 나빠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한민족 전체의 아픔이다. 과거처럼 상봉이 중단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남북관계는 이제 지난 7년여 동안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북 모두 난관이 있더라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른 시일 안에 당국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 이산의 슬픔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20일 오후 북한의 금강산호텔 이산가족단체면회소에서 남측에서 간 96가족 389명은 북측의 141명과 상봉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1년8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상봉은 극적인 8·25 남북합의에 따라 가까스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이번 만남은 2000년 8·15를 시작으로 20회를 맞았다는 점에서 뜻깊다. 그동안 연평균 1.3회꼴로 열려 지금까지 4500여 가족, 2만2700여 명이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화상상봉까지 포함하고 남북한을 합친 숫자다. 문제는 통일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남측 상봉 신청자(9월 말 기준) 13만409명 중 49%인 6만39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나 6만6488명만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생존자 중 70세 이상이 81.4%에 이른다. 사망자 숫자가 생존자 숫자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식의 찔끔찔끔 만남으로는 상당수 신청자가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리고 항상 미흡한 이산가족 상봉 숫자가 온 국민의 가슴을 타들어 가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북한에 전체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한 수시 만남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봉 희망자 명단을 일괄 교환한 뒤 남북이 대대적으로 상봉 가능자를 찾아 금강산에서 수시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이산이라는 비인도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수시 만남은 아직 남북 간 의제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가족의 끈을 이어줄 최소한의 인도주의 조치인 서신교환과 생사확인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8월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도 “8·25 합의를 소중히 가꾸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자”고 한 바 있다. 이런 남북 최고지도자들의 발언이 결코 공수표가 되어선 안 된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 당국은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서로 만나야 믿음이 쌓이고, 신뢰가 쌓여야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우리가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현안 가운데 가장 인도적이며 최고로 엄중한 과제라는 점이다. 북한은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협상카드로 여겨선 안 된다. 남한 당국 역시 상봉 규모와 빈도를 확 늘리기 위해 북한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남북이 정치·군사적 긴장과 별도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이제 이산가족들에겐 시간도, 흘릴 눈물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교류 확대 핵심은 경협”…중앙 “북한, 대남 협상카드로 여겨선 안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달 20일에서 26일까지 금강산에서는 제 20차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열렸다. 분단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헤어진 가족의 생사 확인도 못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다. 상봉신청자들 대부분이 70세가 넘는 고령임에 비추어볼 때, 이산가족문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와 중앙은 현실의 절박함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이산가족의 슬픔을 풀어줄 수 없음도 분명히 한다. 이번 상봉의 경쟁률은 무려 663대 1이었다. 현재와 같이 만남이 이루어질 경우, 통일부의 등록된 이산가족 6만6000명이 상봉하는 데는 무려 3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겨레가 “지금과 방식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중앙 또한 “이런 식의 찔끔찔끔 만남으로는 상당수 신청자가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이산가족문제의 해법에 있어서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한겨레는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봉 정례화, 고향방문, 자유왕래 등은 각각 남북관계의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는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 이산가족상봉은 정치적 이벤트의 특성이 강하다. 이산가족문제를 그 자체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기보다, 정치적 군사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국면돌파용’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이번 상봉도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8·25 남북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한겨레는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과 남북 교류·협력 확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같은 도발을 하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경축사에서 ‘인민’이라는 낱말을 무려 90여 차례나 들먹였다. 위급한 경제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북한이 이산가족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유인책이 될 수 있다. 한겨레는 경협 가운데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콕 짚어서 강조한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은 항상 금강산 관광과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해왔다. 게다가 이산가족면회소는 금강산에 마련되어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문제해결을 이끌 남북의 관계회복을 이끌 실마리이다.

반면, 중앙은 정치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하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좀 더 가까운 듯 보인다. 중앙은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현안 가운데 가장 인도적이며 최고로 엄중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북한은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협상카드로 여겨선 안 된다”며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박근혜 대통령은 70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이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는 이산가족상봉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직접 인용한다.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남북이 정치·군사적 긴장과 별도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표현 속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중앙의 입장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물론, 중앙 또한 신뢰를 쌓기 위해 “남북 당국은 더 자주 만나야” 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의 비극을 풀기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 교류와 민간 왕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사설 사이에 의견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두 사설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서로 맞서며 논란을 빚는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앙이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문제는 타협할 수 없는 대원칙’이라는 입장에 가까운 반면, 한겨레는 남측의 경제자원을 끌어내기 위해 남북이산가족상봉카드를 꺼내드는 북측의 속내를 이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에 근접해 보인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

B.R. 마이어스 지음, 고명희, 권오열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2011년


[추천 도서]

광장

최인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996년

마이어스에 따르면, ‘국방위원장’이라는 북한 지도자의 호칭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남한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북측의 지도자들은 ‘민족을 수호할 수 있어야’ 체면이 산다. 만약 북쪽을 위협하는 적이 없다면 어떨까? 그런데도 ‘백두산 혈통’을 이어받은 김씨 왕조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까닭은 사라지고 만다. 북한 권력자들의 아킬레스건이 어디 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광장>의 주인공 명준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시대는 그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한다. 그는 부패하고 타락한 남한 사회에 염증을 느껴 월북한다. 북에서는 자유가 없는 삶에 회의를 품게 된다. 인민군 장교로 참전하여 포로수용소에 갇힌 그는 결국 제3국행을 택한다. 분단의 비극과 시대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남북분단과 이산가족문제”

남북 분단으로 생긴 이산가족의 수는 1000만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6·25전쟁과 이어진 동서 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이산가족상봉은 한동안 남북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다.

1985년, 남북은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 공연단”으로 이산가족상봉의 물꼬를 텄다. 이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합의함에 따라 2000년 8월, 제 1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이 이루어졌다. 2005년 8월 15일에는 서울과 평양, 인천,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을 연결한 화상 상봉이 실시되었다.

그 후 현재까지 20차례 상봉이 이루어졌으나, 남북의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이산가족 만남은 자주 중단되곤 했다. 2008년 이후에는 불과 3차례의 만남만 이루어졌으며, 2010년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한동안 상봉이 끊기기도 했다. 나아가 2013년에는 남측 언론의 비판을 구실로 삼아 북측이 상봉 나흘을 앞두고 행사를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 대기자는 남측에서만 6만명이 넘는다. 당초 신청자는 12만명이 넘었지만 절반 넘게 가족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현재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모든 이산가족이 죽기 전에 서로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등 실향민 단체들은 지난 8월, 유엔의 ‘실향민 처리지침’을 근거로 청원을 냈다.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사회에 보편적 인권문제로 공론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실향민 처리지침’은 유엔이 무력충돌, 재난, 인권 유린 등으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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