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장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법정기한 안에 획정안을 제출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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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교사(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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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무책임 정치권과 무소신 획정위가 낳은 실패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작업의 법정 시한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13일 사실상 손을 들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정 기한인 10월13일까지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의 게리맨더링(부정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기구를 사상 처음으로 설치했는데, 그 독립기구가 결정을 못 내리고 다시 정치권에 공을 넘겼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러니 국민이 정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엔 우선 여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숫자,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달라고 획정위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이 기준을 정하지 못한 건 정치권이다. 획정위가 지역구 수를 244~249개로 정한 뒤에야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농촌 지역구를 줄여선 안 된다”고 획정위를 강하게 압박했다. 정당 추천을 받아 임명된 획정위원들이 이런 압력을 견뎌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 추천을 받았더라도 획정위가 독립기구인 이상 ‘원칙과 상식’에 따랐다면 이렇게 빈손으로 활동을 끝내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독립기구까지 만들면서 선거구 재획정에 나선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인구 편차가 심한 기존의 선거구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획정위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 편차 2 대 1’을 제1의 원칙으로 삼아 획정 작업에 나서는 게 옳았다. 그랬다면 아무리 외부 압력이 있더라도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할 리가 없다. 농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인구 편차를 조정하는 방법은 없는지, 인구 편차를 맞추려 시·군·구를 인위적으로 나눌 수는 없는지 등 편법을 자꾸 생각하다 보니까 결국 백기를 들어버린 것이다. 이 점에서 획정위원들은 스스로의 처신을 반성해야 한다.
내년 총선까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획정위가 두 손 든 마당에 국회 정개특위에서도 결론이 쉽사리 날 리 없다. 이젠 여야의 정치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필요하면 여야 대표가 직접 나서 획정 기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훼손하거나 선거법을 어기면서까지 게리맨더링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선거구획정위 3(여)-3(야)-3(선관위)으로 바꿔야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은 춤을 추었다. 17~19대 총선은 모두 선거일을 겨우 한 달여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정해졌다.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외부인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자문위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자문이었다.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획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가 마음대로 칼질을 했다. 이런 폐해를 없애보려고 이번 총선에 대비해 만든 게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다. 그런데 이번에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법에 따르면 획정위는 총선 6개월 전(10월 13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이견을 달면 다시 조정해 최종안을 만든다. 이 안에 대해선 추가 수정이 불가능하고 국회는 본회의 표결에 부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획정위는 시한 내에 안을 만들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사실상 “우리는 못하겠으니 국회가 마음대로 정하라”는 것이다. 위원장을 맡은 김대년 선관위 사무차장은 어제 획정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여야가 지난 5월 새로운 각오로 독립 획정위 제도를 만들었는데도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가. 구조적으로 합의가 어렵게 돼 있고 이런 공간 속에서 획정위원들이 여야의 대리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법에 의하면 획정위원 9명은 여당 추천 4명, 야당 추천 4명, 그리고 선관위 인사로 돼 있다. 그런데 의결정족수를 3분의 2로 하는 바람에 꽉 막혔다. 위원들이 여야 성향별로 똘똘 뭉쳐 ‘6명 찬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막판에 회생시키는 농촌 선거구 1석을 놓고 의원들은 갈렸다. 여당 성향은 강원, 야당 성향은 호남을 고집했다. 선관위 출신 위원장은 결정권을 가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국회가 이런 구조로 획정위를 만든 것은 결국 최종 결정권을 자신들이 가지겠다는 고도의 포석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여야는 법도 이렇게 엉성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기준을 정해달라는 획정위의 거듭된 요청도 뿌리쳤다. 만약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을 확정해 넘겨주었다면 획정위는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준이 유동적이니 획정위는 자신들의 안도 결심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뿐 아니라 공천제도에서도 방황하고 있다. 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구와 공천 방식이 안갯속에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한 정치 신인이 확실한 계획을 세울 수 있나. 이런 혼란은 국가의 정치 자산에 대한 손해다.
여야는 속히 비례대표, 권역별 의석 배분, 농어촌 지역구 배려 방안 등에 합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획정위가 명실상부하게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여야 추천을 3명씩으로 하고 나머지 3명은 선관위에 주어 중립적인 선관위가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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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게리맨더링은 선거구를 정하면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게리맨더링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 Gerry)가 1812년 선거에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하였는데 그 형태가 부자연스럽고, 생긴 모양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불도마뱀 샐러맨더(salamander)과 유사하게 생겼다 하여 게리와 샐러맨더가 결합되어 생겨난 말이다. 당시 게리의 선거구 조작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화당은 5만 164표를 얻어 29명의 당선자를 낸 데 비해, 야당은 5만1766표를 얻고도 11명의 당선자 밖에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각국의 선거법은 이를 모범삼아 자의적이고 인위적인 선거구를 제한함으로써 공정선거를 실현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선거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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