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4자 대표자회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한겨레 사설] ‘노동개혁’ 기본방향과 원칙 다시 세워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한 지 4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구체적인 복귀 시기와 방법은 김동만 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4개월째 막혀 있던 노사정 대화의 물꼬도 다시 트이게 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변경 등 두 가지 쟁점과 관련해, 정부는 원칙엔 포함시키되 추후 논의의 여지를 열어두는 쪽으로 일단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기로 했다. ‘노동계 합의’라는 명분을 섣불리 걷어차지 않기 위해서다.
진통 끝에 노사정이 다시 머리를 맞대게 됐으나,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을 풀어낼 대타협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일차적인 걸림돌은 편향된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외골수 태도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기본방향이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의 특권을 없애는 것이란 기본인식 아래, ‘쉬운 해고’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곧장 청년 일자리를 가져온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기존 노사정 대화의 틀이 지닌 근본적 한계도 여전히 뚜렷하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아예 참여를 하지 않는데다, 그나마 한국노총 역시 대기업과 사무직 조합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내 고용 인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청년 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공간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노사정 대화의 틀을 넘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필요성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라도 노동개혁의 기본방향과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할 때다. 국내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에 있다. 단순히 노사관계를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정책과 경제정책이 함께 보조를 맞춰 경제성장의 열매가 사회 전반에 고루 흐르도록 하는 데 개혁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설령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것이 청년실업에 대한 진정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공정한 원-하청 관계, 사회안전망 확대 등이야말로 가라앉은 우리 경제를 되살려내고 노동계도 끌어안는 진짜 노동개혁이다. 생각을 바꾸면 해법은 보인다.
[중앙일보 사설] 이번엔 노동개혁 끝장내라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 복귀해 어제 첫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지난 4월 이후 중단돼 온 노동개혁 논의가 재개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허송한 140일이 너무 아깝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악화했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불안 같은 외풍 속에서 수출 감소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경제 체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노사정위가 이번엔 노동개혁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이 내년 시행된다. 노사 간 양보와 타협 없이 기업에만 부담을 지운다면 정년 연장의 효과를 보기는커녕 ‘고용절벽’을 맞기 쉽다. 독일과 스웨덴·캐나다·뉴질랜드 같은 선진국은 이미 10~20년 전 노동개혁을 마무리했다. 이들 나라의 꾸준한 성장세는 노동개혁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을 방증한다.
노사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미래세대를 위한다면서 청년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 복귀하면서도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핵심 문제는 이게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이중구조와 양극화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 고용 유연화,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등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또다시 임금피크제와 해고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노사정 대타협을 거부한다면 한국노총은 ‘상위 10% 근로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외면하는 귀족 노조’임을 스스로 입증하게 된다. 기업 역시 비용 절감이라는 단선적 시각에 매몰돼선 안 된다.
정부는 공정한 중개자의 본분을 다하되 노사 양쪽에 명확한 시한을 제시해야 한다. 합의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플랜B)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리기엔 시간이 없다. 정년 연장을 위해서라도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 근로 시간 단축 등은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뛰쳐나가기 전에도 65개 개혁 과제 중 대부분은 이미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였다.
정치권도 참견이나 뒷다리 잡기를 자제해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 벌써 “노사정이 합의해도 통과시키지 못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국익보다 정파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정치적 알박기’에 다름 없다. 야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노사정 합의로 만들어진 비정규직보호법 대신 원안보다 후퇴한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던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그 이후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급속히 악화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권 모두 노동개혁을 치적 과시나 선명성 경쟁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노동개혁 현재 우리사회 노동개혁 논의의 초점은 주로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맞추어져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간 성별, 고졸·전문대졸·대졸간 학력별, 청년·장년·고령층간 세대별 등 노동시장의 5대 양극화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 모든 분야 문제의 주범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1단계 노동개혁 과제로 임금피크제 도입, 통상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2단계로는 인력의 배치·전환, 근로계약 해지 관련 가이드라인 등 노동 유연·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개혁 등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노조의 영향력을 줄여서 직원들의 해고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선 오늘날 저성장의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이지 노동시장의 양극화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임금상승을 제한한다고 해서 그 남은 돈으로 신규 직원을 더 뽑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고용이 부진한 것은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쌓아놓은 돈을 풀어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노동개혁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 방법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바람직한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이룰 것인지가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