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영남지역 시도당위원장과 당원들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려고 연 기자회견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아래 왼쪽 다섯째)과 이종걸 원내대표(아래 왼쪽 셋째)가 참석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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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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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정치개혁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늘릴 필요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제안을 계기로 의원 정수 논쟁이 불붙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반대지만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한 듯하다. 새정치연합 안에서도 이종걸 원내대표는 적극 찬성인데 문재인 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야당 내부에선 ‘혁신위가 왜 이런 민감한 문제를 꺼내 쟁점을 만드느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획정을 진행중인 지금 시점에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조정은 또다시 몇 년 뒤로 미뤄질 것이다. 지역 갈등을 줄이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의회로 수렴하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하는 게 맞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런 차원에서 야당 혁신위의 제안을 의원 정수와 선거제도 개편을 국회에서 적극 논의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선 국민 여론을 빌미 삼아 혁신위 제안을 깔아뭉개고 ‘차라리 의원 수를 줄이자’는 식의 포퓰리즘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회 무용론 또는 축소론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국민 불신이 높을수록 국회가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옳다.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증원은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일부에선 미국(하원 435명)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원 수가 인구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인구는 3억명이 넘기에 단순 비교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인구·경제 규모가 비슷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오히려 우리가 훨씬 많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표는 의원 1인당 보수와 국민 1인당 부담액이다. 따라서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세비와 각종 특권을 줄이고 그 대신에 의원 수를 늘리는 게 국민 대표성을 높이고 민의를 수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의원 정수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다. 눈앞의 여론에 기대 무조건 의원 수를 줄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의석 확대를 위해 국회가 할 일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보길 여야 모두에 권한다.
[중앙일보 사설] 정치 철밥통 위한 의원 정수 확대는 무리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6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지역구 의원 246명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현행 54명에서 123명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연동시켜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군소정당의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게 혁신위의 설명이다.
취지는 근사하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난 2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도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야당의 문재인 대표도 2012년 대선 때 선관위와 똑같은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한술 더 떠 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런 야당에서 갑자기 혁신위의 이름으로 의원 정수를 대폭 늘리자고 나서니 이런 모순이 없다.
야당 혁신위의 비례대표 확대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없지 않다. 국내 정치학자들 상당수도 같은 주장을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쑥 들어간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거액의 검은돈이 오가고, 개혁·전문성 대신 당 대표 구미에 맞는 인사들이 배지를 다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입성한 비례대표 상당수는 지역구 공천을 노려 ‘3류 정치꾼’이자 거수기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진정 비례대표를 늘리고 싶다면 계파공천·돈공천부터 없애고 자질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게 먼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례대표는 늘리면서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두겠다는 발상이다. 혁신위는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하니 의석수를 건드리기 힘들다고 설명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제 살 깎기’는 안 하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정치의 ‘철밥통’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례없는 저성장·청년실업에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우리 헌법이 의원 정수를 ‘200인 이상’으로 정한 것도 300명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뜻이 깔려 있음을 읽어야 한다.
혁신위도 비판여론을 의식했는지 “의원 정수가 늘어도 국회 총예산은 현행 300명이 받아 온 규모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뜬구름 잡는 얘기다. 200개가 넘는 특권 가운데 자발적으로 내려놓은 건 하나도 없는 의원들이 스스로 세비를 낮춰 받을 가능성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를 믿지 않는다고 할 만큼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당리당략과 기득권 수호에 혈안이 돼 식물국회와 장외투쟁으로 일관해 온 의원들의 자업자득이다. 이런 마당에 혁신위가 의원 특권 폐지와 생산성 향상같이 진짜 필요한 혁신은 제쳐 둔 채 의원 숫자부터 늘리자고 주장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대로 혁신하려면 고통 분담과 제 살 깎기가 우선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도 의원 수는 상·하원 합쳐 535명 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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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권역별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권역별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례대표로 배정한다. 이에 대해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현행 전국구 방식에 비해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하는 방안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본래 비례대표제는 사표가 많이 발생하는 다수대표제나 소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하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이다. 한 선거구에서 당선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의 경우 4명의 후보가 나와 30%를 득표한 후보가 1위로 당선됐다면 나머지 후보에게 투표한 70%가 사표가 된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3% 이상(2004년 제17대 선거부터 적용) 득표한 정당에 투표한 모든 사람의 표가 한 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비례대표제는 사표가 매우 적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지지 정당에 대한 표의 가치는 유효한 것이다. 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장점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소수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다수대표제의 경우에는 지역별로 나눠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각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애인·여성·다문화가정 등 소수자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의 경우 특정 지역이 아닌 특정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 중 비례대표 의석수는 54석이다. 최근 일고 있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 과정에서 촉발된 것이다. 올해 초 중앙선관위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 동시 출마 허용 및 석패율제 포함) 채택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지금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으로 번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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