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22 22:30
수정 : 2015.09.0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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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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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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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사상 최저 1.5% 기준금리 시대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내리면서 사상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친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이번 조처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해야 할 때다.
1.5% 기준금리는 한은이 처음 선택한 것이어서 부담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파장이 커지면서 내수에는 주름살이 깊게 파이고 있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매출과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게 뚜렷하다. 조금씩 나아지던 소비지표의 추세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수출은 벌써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엔화 약세의 여파가 원체 큰데다 세계교역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상승률이 0.5%를 나타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3년째 밑돌고 있다.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늘려주지는 못한 채 경기 둔화세에 일조하는 양상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런 상황을 크게 개선하지는 못해도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얼마간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무엇보다 11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가 걱정스럽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 가계부채 등과 관련한 금융불안을 더는 데는 이런 건전성 규제 정책이 기준금리 정책보다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 현행 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한계 채무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더 있다. 기준금리 인하 조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재정 확대 방안을 비롯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수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추가경정예산의 편성도 검토해봄 직하다.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그저 그런 내용의 나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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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한은 금리 인하, 메르스 공포 이겨내야 약발 들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계부채, 어느 게 더 무서운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메르스였다. 어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1100조원의 가계부채와 9월로 예정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린 데는 깊은 고심과 결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메르스의 충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상찮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메르스의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했다.
메르스발 경기 위축은 세월호 때를 넘어서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과 영화 관람객 수, 외식은 세월호 사고 때보다 줄었다.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지난 8일 외국인 관광객 5만4476명이 방한 계획을 취소했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 올 우리나라 성장률(GDP)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그간 경기 부양에는 금리 인하보다 정부의 재정 동원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최근의 비정상적인 경제 위축이 심각하다고 보고 전격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제 공은 최경환 경제팀과 국회로 넘어갔다. 금리 인하와 박자를 맞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100원을 쓰면 국민 소득은 49.8원이 늘어난다며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 국회와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규모·시기를 논의하기 바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가계부채 문제와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려면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성장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부어 경기 흐름을 상승 쪽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래야 석 달 뒤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금통위가 통화정책을 수정할 여지가 생긴다.
국민 협조도 꼭 필요하다. 과잉 불안으로 정상적인 경제·사회 활동마저 위축되면 백약이 무효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한국 경제의 ‘긴축 발작’을 일으키게 놔둬서는 안 된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자신감과 용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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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한겨레 “건전성 규제 정책 강화해야”…중앙 “성장에너지 쏟는 총력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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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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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장기화된 경기침체 위에 메르스 파장이 겹쳤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4000억달러(2015년)로 세계 11위 수준의 경제대국이다. 경제 규모는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극화에 따른 중산층의 소득 축소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짐이 되고 있다. 고용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는 사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는 어느새 1100조원에 이른다. 수출 또한 5개월째 감소세라 올해 성장률은 3% 안팎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 감염병에 따른 이동과 활동의 감소로 문화, 유통, 관광 등의 산업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한마디로 안과 밖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5%로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란 2008년 3월부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안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금리이다. 기준금리는 금융기관 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시장금리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도 상승하게 되고,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도 떨어진다. 기준금리 인하는 위축된 소비와 투자로 인해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아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대로 과소비와 투기가 일어날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경기를 진정시킨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부채가 많은 공공기관 및 (지방)정부의 부담은 증가하고 가계부채도 늘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오는 9월, 언론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된다면 우리도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위축에 대한 한시적인 처방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단기적이긴 하지만 통화정책을 통해 신용을 창출하여 구조적 침체와 메르스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대응책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와 중앙은 사설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 인하를 불가피한 조처라고 평가하였다.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매우 크기에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긍정적인 점수를 주었다. 나아가 두 신문 모두 정부를 향해서도 동참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맞춰 정부에서도 과감한 추가경정예산 등 적극적으로 재정확대 방안을 추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싼 가격으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간접적인 방법인 반면,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은 사업 목적에 따라 세금을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물건을 싼 가격에 제공하느냐 정부가 가격의 일부를 지원하느냐의 차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재정적자를 늘릴 우려가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함께 시행되어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두 신문은 판단하였다.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공통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에는 차이점이 있다. 중앙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맞추어 ‘성장에너지를 쏟아 붇는 총력전’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라고 주문한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한도를 낮추는 ‘건전성 규제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중앙은 ‘시장 부양을 통해서 금리 인상을 준비하자’고 주문하였고, 한겨레는 ‘채무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차이는 결론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중앙은 ‘국민 협조’를 당부하는 것으로, 한겨레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관심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현안에 대해 동일한 인식과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의 강조점이 다른 것은 경제문제를 바라 보는 근본적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은 시장을 우선시하고 한겨레는 정책을 우선시한다. 시장의 주체는 개인이고 정책의 주체는 정부다. 시장 쪽에 무게를 둔 중앙은 개인의 선택과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국민 협조’를 필수적인 타개책으로 보았다. 반면, 한겨레는 정부의 정책 선택에 따라 구조적 문제 해결이 좌우될 수 있다고 보기에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두 신문 모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속 사설을 내놓았는데, 여기에서도 일관성을 보였다. 중앙은 “경기 회복을 위해 증권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풀라”(6월15일치 사설 ‘상하한가 확대, 증시 선진화 계기 삼아야’)고 요구하였고, 한겨레는 재정확대가 경기부양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어 “추경예산을 확대하라”(6월15일치 사설 ‘적극 검토 필요한 추가경정예산’)고 더욱 강하게 요구했다. 개인의 행위를 위주로 현상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구조적 경제문제를 극복할 것인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을 호소할 것인가. 1.5% 최저 기준금리가 던진 시대적 고민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추가경정예산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매년 9월 정기국회에서 심사하여 결정한다. 추가경정예산은 결정된 예산 집행 과정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이다. 추가예산은 이미 성립한 본예산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하여 편성하는 것이며, 경정예산은 본예산의 세출을 삭감하거나 세출금액 범위 내에서 조정하기 위하여 편성하는 것이다. 사정이 어려울 때 추가로 돈을 쓰느냐 기존의 지출을 조정하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원래 추가예산과 경정예산은 분리되었다가 현행 헌법 56조와 국가재정법 89조에 근거하여 통합되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기본적으로 세금과 채권 즉 빚, 국가자산매각 등으로 충당한다. 추가경정을 통한 재정지출은 금리인하보다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대응 방식이다. 대규모 자연재해로 피해를 받을 경우 그 피해보상과 복구비용을 지출하여 빠르게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도 재정의 과잉지출에 따른 적자와 다른 예산을 축소하여 조달할 경우 그 사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된 예산이 축소될 경우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현 정부가 여론의 질타에도 추가경정예산 배분에 조심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6월말에 있을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에 관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추천 도서]
위험사회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새물결 펴냄, 2014년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 문명이 산업화의 성공에 따른 물질적 풍요를 얻은 대신 전지구적 위험도 함께 증대시켰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성공한 근대 안에 내재된 일상적 위험은 그 원인과 범위가 광범위하고, 파급과 결과를 완전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경우 피해가 막대할 뿐 아니라 복구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위험사회’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정부는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에 힘써야 한다. 동시에 민족국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종교, 사회운동, 재계, 전문가 등 정치 외부의 영역이 전 지구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메르스 진통뿐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적 여파와 해법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추천 도서]
가난에 빠진 세계 이강국 지음
책세상 펴냄, 2007년
우리 사회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고도 빈곤 문제가 여전히 사회적 현안이다. 현대의 가난은 세계화의 그늘이다. 세계화 이후의 빈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양극화와 같은 국가 내 소득격차로 드러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적 안목과 거시경제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양극화 해소 방안을 제시한다. 정부는 분배와 성장을 함께 아우르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장기 성장을 위한 저소득층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그의 제안을 눈여겨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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