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3.02 21:59 수정 : 2015.03.03 00:29

류대성 흥덕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박 대통령의 정통성에 의문 던진 ‘원세훈 판결’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후보들을 지지·비방하는 댓글·트위터 활동을 벌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판결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인정됐다는 점에서 항소심 판결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이 국가기관의 부정선거로 오염됐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드러난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공작 실태에 비춰보면 이번 판결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앞선 1심 판결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선거 기간에 특정 정당·정치인을 지지·비방하는 활동을 벌인 게 국정원법상 금지된 정치관여라고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선거운동으로 볼 만큼 능동적·계획적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모순된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관여 활동이 (선거 시기에) 선거개입으로 전환되는 것은 이미 내포하고 있었던 문제”라고 핵심을 짚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야당 후보 비방 글이 급증하고 선거 쟁점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들어 능동적·계획적 선거운동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법리와 더불어 사실관계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1심은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175개와 트위트 글 11만여건만 증거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트위터 계정 716개, 트위트 글 27만4800건으로 늘어났다. 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작의 실체가 인정된 것이다.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정도도 그만큼 컸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 사건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는 약칭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장과 일부 직원들이 정치관여라는 구시대적 일탈행위를 저지른 데 그치지 않고, 선거라는 주권자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한 훨씬 심각한 범죄행위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지적했듯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근본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정통성도 의문에 직면하게 됐다.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공작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계량하기 힘들겠지만, 선거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적 권력 창출의 근본 원리가 흔들린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혼란을 막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의 실체를 더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수사팀은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수뇌부의 방해 속에 혐의를 입증할 최소한도의 증거를 찾아내는 것도 힘겨웠다. 원세훈 전 원장의 범행 동기나 배경, 박근혜 후보 쪽의 인지 여부 등 더 확인돼야 할 대목이 여럿 남아 있다. 박 대통령도 이런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본다.

[중앙일보 사설] 1, 2심 엇갈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사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어제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던 1심 선고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형량에 있어서도 원 전 원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에서 징역 3년이라는 중형을 받았다.

항소심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 및 트위터 등에 댓글을 단 행위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판결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판결문에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에 활용한 것은 공직선거법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 활동은 방어심리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였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에는 “국정원 본연의 활동 범위를 넘어선 위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는 “댓글 활동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평소 해오던 활동으로 이를 선거 기간 중 선거운동으로 전환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과도 배치된다. 항소심은 그러나 원 전 원장이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활동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최종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벌써부터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사법부를 끌어들여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사건을 놓고 또다시 보수와 진보로 여론이 분열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원도 과거 스스로 권위를 훼손해 불신을 자초한 점을 인정하고 과감한 개혁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국가 정보기관은 선거와 무관할수록 국민들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지적처럼 정치적 중립을 실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입법 작업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1심 모순 바로잡은 판단”…중앙 “엇갈린 판결로 혼란 불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2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 때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선거는 민주사회의 근간이다. 대한민국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우리 근현대사는 부끄럽게도 불법 부정 선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 선거는 4·19혁명을 초래했고 5·16군사쿠데타로 이어졌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야말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전제 조건이다.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인류의 가장 큰 불행이라고 역설했던 아놀드 토인비의 통찰이 새삼스러운 현실을 톺아보자.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관련 항소심 재판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검찰 측은 모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며 최종 판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자체 선거의 불법행위와 달리 지난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겨레는 이를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정통성도 의문에 직면하게 됐다”며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달리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점에 주목했다. 항소심의 결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설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우선 한겨레는 이 판결에 따라 이번 사건을 ‘국정원 댓글 사건’이 아니라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심에서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비방하는 활동이 정치관여라고 인정하면서도 선거운동으로 볼 만큼 능동적·계획적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모순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바로잡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리와 더불어 사실관계에도 주목한다. 1심에서는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175개와 트위터 글 11만여건만 증거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서 트위터 계정 716개, 트위터 글 27만여건으로 증거가 늘어난 것은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작의 실체’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중앙은 “국정원 본연의 활동 범위를 넘어선 위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라는 항소심의 판결은 “댓글 활동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평소 해오던 활동으로 이를 선거 기간 중 선거운동으로 전환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는 1심의 판단과 배치된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 댓글을 단 행위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인정된 항소심 판결로 대선 개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항소심의 판결이 1심의 모순을 바로잡은 적절한 판단이라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근본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환영한 데 비해 중앙은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로 인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으며 혼란스런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이 사건의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한겨레는 이 사건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정통성도 의문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에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의 실체를 더 철저히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이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분명이 밝히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여론이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빠른 시일 내에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하며 국정원도 과감한 개혁 작업을 벌이고 정치적 중립을 실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입법 작업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한다.

대법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국가정보원과 정부는 항소심의 판결문처럼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다고 믿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법적으로 유·무죄인가를 판단하기 전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국정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사건이다.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국민들의 감시가 없으면 역사는 언제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국정원의 역할과 의무

국가정보원은 1961년 5·16군사쿠데타를 주도한 군인들이 같은 해 6월 정부를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 만든 ‘중앙정보부’에서 시작됐다. 1980년 12월31일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을 변경했고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 이른다. 하지만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에는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3년간 조사활동을 거쳐 과거 의혹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 사건, 인민혁명당 및 민청학련 사건, 동백림 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등이 7대 의혹사건이었다.

국가정보원장은 장관급이며 해외, 국내, 북한을 담당하는 3명의 차장과 기획조정실장은 차관급이다. 국내 주요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해외 한국대사관에도 국가안보, 산업기밀, 해외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위해 국정원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정보와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과 분석,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문서·시설 등에 대한 보안업무 등이 국정원의 주요 업무다.

이처럼 국가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엄중한 책무를 수행하는 정부기관이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신속하고 다양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도 항존하는 조직이다. 정치와 권력에 예속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권력자가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국정원은 민주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 그것이 국정원의 역할이다.

[추천 도서]

청소년, 정치의 주인이 되어 볼까?
이효건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2013년

정치의 기능에서 시작해서 민주주의의 의미와 권력 분립, 선거 제도 등 청소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실제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의 원리와 가치가 단순히 지식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선거는 민주적인가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004년


국민들이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와 차이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도 개인적 자율성과 시민적 참여를 중시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 마넹은 선거 시점이 아니라 정치 과정 전반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사설 속으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