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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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중앙 “고통 따라도 구조조정 해야”…한겨레 “국민 삶 보장할 수 있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월25일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승리하여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총리로 당선되었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총선에서의 승리가 확정된 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국제채권단이 구제금융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온 긴축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채권단에게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채권단이 3200억유로(약 390조원) 규모인 그리스 국가채무의 절반 정도를 탕감해줄 것을 요구하는 재협상을 총선공약에 내걸었다. 그리스는 2010년 이후,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파산의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실업률이 26%를 넘었고 빈곤층은 25%에 달했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이른다. 한마디로 경제가 바닥인 상태다. 만성적이고 천정부지의 실업률로 고통받던 그리스 민중들은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으로 상징되는 질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 ‘다른 길’이 시리자의 승리, 치프라스 총리의 당선을 의미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74%에 달하는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한 긴축재정과 세수 확충으로 허리띠를 계속 조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통이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외치는 시리자의 집권을 낳았다”는 중앙의 사설과 “한마디로 많은 유권자가 기득권층 중심으로 완고하게 돌아가는 그리스와 유럽연합의 기존 질서를 거부한 것이다”는 한겨레의 사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번 그리스 총선에서 시리자 총리의 승리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이다. 중앙은 긴축재정으로 인한 그리스 국민의 고통을 시리자의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기존질서에 대한 거부를 시리자의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두 신문의 사설이 시리자의 승리 요인을 다르게 꼽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표현만 다를 뿐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제금융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온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등 국제채권단의 긴축정책이 중앙이 말하는 그리스 국민들의 고통의 실체이다. 국제채권단이 요구하는 질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한겨레가 말하는 ‘유럽연합의 기존 질서 거부’를 의미한다. 두 신문의 사설은 표현만 다를 뿐 고통스러운 긴축정책의 거부가 시리자 정권의 승리를 낳았다고 보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시리자의 그리스 총선 승리 요인을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논조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승리 이후를 보는 두 신문사의 논조는 사뭇 다르다. 중앙의 사설은 “이런 고통이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외치는 시리자의 집권을 낳았지만 개혁정책이 중단·후퇴하게 되면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약화시켜 경제회복세를 둔화시키거나 하락세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 국민의 고통이 더욱 크고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재정이 그리스인들의 고통을 낳았고 시리자의 집권을 낳았지만 개혁정책이 중단되거나 후퇴하게 되면 그리스 경제는 더 큰 파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앙이 그리스에게 보내는 주문이다. “구조개혁 없는 미봉적 경제 운용,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등 포퓰리즘적 정책이 초래한 치명적 결과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 주는 사례인 것이다”라는 중앙의 사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받아들여만 한다는 것이다. 비록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겨레는 중앙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시리자의 승리는 고통스러운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새 길을 찾으려는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존중돼야 한다”는 구절이 한겨레의 주장을 잘 압축하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것은 유권자들의 의견, 곧 선거에 의해 탄생한 시리자 정권의 뜻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는 시리자 정권의 핵심 정책인 긴축정책, 구조조정 반대를 존중하라는 의미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국제채권단은 그리스의 재협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줄 경우 독일은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키프로스, 스페인 등 남유럽 채무국가들에도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일은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들에게 국익을 양보하면서까지 마냥 퍼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겨레가 “국제 경제 질서는 냉혹하지만”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겨레는 말한다. 아무리 국제질서가 냉혹하다고 할지라도 구성원의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그 질서 자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온전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자체 개혁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이 그리스의 현 정국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리스의 경제난국이 구조개혁 없는 미봉적 경제 운용,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등 포퓰리즘적 정책이 초래한 치명적 결과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이 사설 뒤에 깔린 것은 대한민국에서도 구조개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이런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자료로 중앙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의 ‘통합재정수지가 2021년 적자로 바뀌고 2033년께는 국채 발행으로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파산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 중앙은 “증세에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무상복지 등 재정지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충고를 덧붙이고 있다. 증세나 무상복지의 축소는 곧 포퓰리즘으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대중의 이익보다 국가의 장래를 중시해야 한다는 중앙의 입장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복지다. “가혹한 긴축으로 그리스의 경제 규모와 임금 수준은 4분의 1쯤 줄었고 청년 실업률은 50%를 넘는다. 면세 등 특혜를 누리면서 경제를 장악한 과두재벌과 이들에 영합해온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도 커져 왔다”고 그리스의 어려운 상황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중들에게 더 큰 고통을 짊어지라는 것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질서를 고스란히 수용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번 그리스 총선의 결과를 두고 “신자유주의 종언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라는 한겨레의 사설이 말하는 바는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등으로 상징되는 질서로부터 벗어나 ‘다른 길’을 선택한 그리스 민중들의 뜻을 받아들여 구성원들의 삶을 보장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구조에서 나온 불균형을 새로운 규칙을 세워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신자유주의와 시리자의 요구 시리자는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보장을 유권자들에게 약속한다. 정부, 민간, 사회 부문에서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률이 50%에 이르는 20대와 55세 이상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30만 가구에게 월 300㎾h의 전력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식량보조금도 지급하며, 난방용 연료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고, 직업이 없거나 의료보험이 없는 가정에는 무상의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부자들의 탈세를 적발해 재원을 충당할 계획도 밝혔다. 중산층에 대한 재산세를 폐지하되 호화주택이나 여러 채의 주택 소유자에게는 세금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며 복지 제도의 감축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장과 부딪히는 것이다. 또 그리스에게 긴축과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채권단의 입장과도 어긋난다. [추천 도서]
게르트 슈나이더 지음, 이수영 옮김
반니 펴냄, 2013년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어떤 이들은 세계화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이 책은 국제 금융자본, 신자유주의,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어린이 등 우리가 꼭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세계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 인터뷰, 소설 방식을 이용한 스토리 텔링, 다채로운 관련 사진과 일러스트, 용어 설명과 더 찾아볼 자료 등을 통해 다양하게 책을 구성한 것도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정원규 외 지음
신인문사 펴냄, 2013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어떤 쪽은 긍정적으로 보고 어떤 쪽은 부정적으로 본다. 박정희 식의 경제성장론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지닌다. 정부의 시장 간섭과 규제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배경 지식이 없는 편향된 독서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런 점에서다. ‘논쟁하는 경제교과서’의 부제는 “일방적인 주장만 주입하는 교과서는 동작 그만”이다. 책은 시장경제 및 주류 경제학 이론에 대해 알려 주면서도 때로는 반대되는 시각까지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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