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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8 19:46 수정 : 2014.04.28 19:46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5월6일 ‘사설 속으로’는 중앙일보 휴간으로 한주 쉽니다.

[한겨레 사설] 범인은 적당주의와 무책임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취항에서 사고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의 방심과 적당주의, 그리고 책임회피가 겹치면서 대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누군가 원칙을 지키고 안전을 앞세웠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지적은 21년 전 서해 훼리호 사건 때도 있었지만 여태껏 고쳐지지 않았다.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지금이라도 그 책임 하나하나를 따져 바로잡아야 한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고가 운항 중 뱃머리를 갑자기 돌리는 바람에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급하게 방향을 튼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가 침몰할 정도로 무게중심이 무너진 건 비정상이다. 그리된 것은 배에 실린 화물과 트럭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급선회하면서 대형 트레일러들이 쓰러지고 컨테이너 등이 잇달아 쏟아지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출항 전 화물 무게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적재한도를 넘겼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엄격한 점검과 안전 우선의 원칙이 무시된 것이다.

무게중심이 흐트러진 근본 원인도 있어 보인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1994년 건조돼 이미 퇴역한 낡은 배다. 이런 배가 수입돼 취항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정부가 ‘규제 완화’를 앞세워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린 때문이다. 더구나 세월호는 건조 직후 이미 589t을 증축했는데,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객실을 증축해 239t을 늘렸다. 무리한 구조 변경으로 평소에도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니 이번 같은 급선회 때 복원력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런 식의 편법은 애초 발붙일 수 없었을 터이다.

운항 과정에서의 안전불감증은 더하다. 세월호는 급선회 당시 17.5노트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속도에서 뱃머리를 크게 틀면 세월호보다 더 큰 배도 기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사고 해역은 권고 항로를 벗어나 있다. 의외의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데도 과속을 한 것이 2시간 정도 늦은 출항을 벌충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배를 가볍게 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배 아래의 평형수 탱크를 비운 탓에 기울어진 배가 복원력을 못 찾고 속절없이 넘어졌다는 말도 있다. 사실이라면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 무신경이 무섭다.

어린 고등학생 등 승객들은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무책임의 극치다. 사고 때 선장이 배에 남아 끝까지 구조에 필요한 조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은 선원법에 규정돼 있다.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은 승조원의 의무이고, 안전관리 규정과 절차도 있다. 그런데도 선장과 대다수 승무원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자신들만 배를 떠났다. 승무원들이 그 시간에 구명뗏목을 내놓고, 복잡한 배 안에서 혼란과 공포에 빠진 승객들을 안내해 대피시켰다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들만 살겠다고 승객들을 내팽개친 이들의 모습에선 직업의식과 책임감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원칙을 무시하고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돌려온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만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야만을 거듭해야 하는가.

[중앙일보 사설] 제대로 된 국민 안전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16일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6925t 크루즈선인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는 대형 사고가 났는데도 구비된 구명보트 42개 중 2개만 제대로 펼쳐졌을 뿐이다. 구명조끼를 얻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학생도 있었다. 475명이나 탑승했는데도 사고 시 대처요령을 제대로 알려주는 안전교육도 없었다. 선장과 일부 선원은 승객 탈출을 돕기는커녕 자신들이 먼저 탈출했다. 어느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실종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회한만 가득하다.

크루즈 선사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수많은 실종자 발생으로 이어진 이번 사고는 긴급 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 선원 안전업무 지침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 매뉴얼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형 크루즈선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의 안전시스템은 어떤 수준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런 긴급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태를 신속히 수습할 수 있는 상세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 평소에 훈련까지 제대로 해왔어야 옳다. 이런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사고는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과 안전의식의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일 수밖에 없다. 장비보다 인력의 문제였고, 그 인력을 제대로 움직이는 안전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문제였다. 국민은 실종자 규모와 함께 이 같은 안전시스템의 부재 앞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큰 사고가 나면 으레 관리·감독 강화 정도의 대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진형 국민 안전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교통·자연재해·화재·식품 등 국민 생활 각 분야에 걸쳐 상황별 안전 매뉴얼을 점검하거나 새로 마련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민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민안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마련한 안전 매뉴얼과 시스템을 관련자들이 제대로 익히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각종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전쟁과 테러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수시 안전교육·훈련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예로 선진국의 경우 크루즈선 승객은 탑승 직전 일정 시간 교육·훈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선원들은 수시로 안전훈련을 받는다. 국회도 적극적인 입법화를 통해 국민 안전시스템 구축을 도와야 한다. 국민 안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비극적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선장 이준석(가운데)씨와 항해사 박아무개(25·오른쪽)씨, 조타수 조아무개(55)씨가 19일 오전 1시께 전남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논리 대 논리]
‘무책임한 규제 완화’ 질타 한겨레…‘시스템 부재’ 꼬집는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해 7월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 올해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숱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세월호 전복은 이런 재앙을 겪고도 재난에 대비하는 우리 사회의 자세나 능력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배의) 취항에서 사고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의 방심과 적당주의, 그리고 책임회피가 겹치면서 대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중앙일보 또한 이번 참사가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과 안전의식의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라고 잘라 말한다. 제대로 대비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설의 입장은 같다.

그러나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서 두 사설은 다른 입장을 보인다. 중앙일보는 ‘안전시스템의 부재’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겨레는 배가 침몰하기까지의 과정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문제를 지적한다.

한겨레 사설부터 먼저 살펴보자. 사설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낱말이 울림 크게 다가온다. 세월호는 1994년에 건조된 낡은 배다. 배를 만들자마자 589톤의 시설을 증축했는데, 작년에 또다시 객실을 늘려 무게가 239톤이나 더 늘었다고 한다. 2009년 당시 정부가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뿐 아니다. 한겨레는 배에 실린 화물 무게가 적재 한도를 넘어섰으리라는 점도 지적한다. 나아가,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탈출한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이기적인 행동도 꼬집는다. 참사가 일어나기까지의 작태들을 보여주며 한겨레는 “언제까지 이런 야만을 거듭해야 하는가”라며 탄식한다.

‘규제 완화’는 안전의식이 뿌리내리고 도덕성을 갖춘 사회에서만 효과를 낸다. 이익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는 되레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과 윤리를 앞세우기가 어디 쉽던가? 원칙보다는 이익을 앞세우는 ‘적당주의’가 더 대접받곤 한다.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적당주의의 당연한 결과다. 한겨레가 ‘거듭되는 야만’이라 부른 것은 이런 우리 현실을 아프게 되짚는 표현이다.

중앙일보는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과 안전 의식의 부재”에 방점을 둔다. 우리나라에는 ‘튼튼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앞세우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있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진형 국민 안전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필요하다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민안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강조하는 중앙일보의 생각은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떠올리게 한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관료 사회가 발전할수록 ‘영혼 없는 전문가가 판치게 될 것’이라 걱정한 바 있다. 세월호 사태는 그의 우려가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를 드러내주었다.

‘재난 전문가’하고는 거리가 먼 고위 관료들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떠맡는 구조, 관계 부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왜 중앙일보가 ‘국민안전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까지 하게 됐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판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큰 사고가 나면 으레 관리·감독 강화 정도의 대책이 등장”했음을 꼬집는다. 그럼에도 달라진 것이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진단은 묘하게 일치한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는 중앙일보의 한탄은 한겨레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매 순간의 방심과 적당주의, 그리고 책임회피”와 궤를 같이한다. 이 세 가지는 ‘영혼 없는 전문가’들의 처세술이기도 하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생명처럼 여긴다고 한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 안전에 있어 ‘원칙’ 준수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원칙을 무시하고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돌려온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만들었다”는 한겨레의 지적, “국민 안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중앙일보의 주장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세월호 참사

지난 4월16일 아침 8시48분께,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바다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세월호는 6835톤급 선박으로 인천-제주 항로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다. 당시 세월호에는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선원 30명 등 총 476명이 탑승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되어 18년 이상 가고시마-오키나와 나하 간을 운항하다가 2012년 9월 퇴역하였다. 이를 청해진해운이 2012년 10월에 도입하여 개수 작업을 거친 후 2013년 3월부터 국내에서 운항하였다.

 해양경찰청은 17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사고 원인이 무리한 편침에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19일 검경합동수사본부 발표에서도 무리한 변침을 침몰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평소에도 배가 곧잘 기울어지곤 했다는 선원들의 증언에서부터 조타기 이상, 개조에 따른 하중 과다 문제, 차량 및 화물이 규정보다 많이 적재되었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탑승 인원과 구조 및 사망 인원 집계조차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경기도 교육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범부처사고대책본부 등 대책본부만 10곳에 달했고 각각이 발표하는 내용이 통일되지 않았다. 해당 부처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의 보도 또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침몰한 것은 세월호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자조 섞인 비난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추천 도서]

관료제
루트비히 폰 미제스 지음, 황수연 옮김
지식을 만드는 사람들 펴냄, 2008년

막스 베버는 관료제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권리와 의무, 책임이 명확하다. 둘째, 상하 관계가 분명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셋째, 모든 명령과 집행은 문서로 이루어지기에 기분에 따른 일처리가 불가능하다. 넷째, 관리의 임용은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뽑는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을 보라. 이상적인 관료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이 폐허를 응시하라
리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펜타그램 펴냄, 2008년

정부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면 재앙에 대처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살펴볼 일이다. 레베카 솔릿은 “고통 없는 세상은 고귀함 없는 세상이다”라고 말한다. 재앙은 고통과 슬픔만을 안기지 않는다. 위기를 이겨내는 가운데, 따뜻함과 배려, 협력과 희생의 정신이 오롯이 피어난다. 우리 사회에 따뜻한 시민의식이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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