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이 열린 5일 판문점 북쪽 지역인 통일각에서 우리 쪽 수석대표인 이덕행(오른쪽 둘째)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과 북쪽 대표단 박용일(왼쪽 둘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과 대표자들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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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일단 내민 손…진의 파악 우선일까, 잡는 게 순리일까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청년지난 1월16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상호 비방·중상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중단,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상호 조처 등을 담은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 제안’을 갑자기 내놓았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된 상황이었던 만큼 제안의 진의 판단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입장이 나왔다. 남북 갈등의 상징적 활동 중 하나가 남북간 상호비방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북이 갈린 뒤 지금까지 남북은 끊임없이 상대를 향한 비방을 계속해 왔다. 심한 경우에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과 폭언 수준의 비난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남북 비방을 즉시 중단하고 동시에 상대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자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제안 배경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도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다. 중앙은 ‘이중적인 북의 태도’를 정확히 읽어야 하고, 또다른 도발을 위한 술책이 숨겨져 있는지를 신중하게 살펴서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거부’ 입장인 반면, 한겨레는 무조건 의심부터 할 게 아니고 일단 ‘남북이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해보고 가능하면 남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수용’ 입장을 보인다. 북한의 이번 제안을 놓고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온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제안의 내용과 의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과 그보다는 일단 수용하고 서로 만나서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활용하자는 시각이 맞선다. 중앙은 ‘북한 국방위의 이번 제안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면서 ‘비방·중상 중지라는 평화공세를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무력 시위·도발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일견 전술적인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를 ‘순전히 전술적인 것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이후 북쪽 행태를 보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핵문제를 남쪽과 논의하겠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이번 제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해서도 두 신문은 분명하게 서로 다른 주장을 편다. 중앙은 북한이 상호비방 중지를 제의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한·미 정부가 나란히 거부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비방·중상 중지 제의에 대해 남북간 합의를 깬 것은 북한이라는 통일부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제의 자체에 신뢰성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남북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도 만전을 기하라는 주문까지 덧붙이고 있다. 한겨레는 우리 정부가 북한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 일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잘못이라고 전제하고, 북쪽 행태가 다소 거칠고 제안 내용에 미심쩍은 대목이 있더라도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는 분명히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이라는 당부까지 하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남북간 논제들은 대부분 내용도 그렇지만 제안 시기, 방법 등 상황적 요인들도 복잡하고 이를 해석하는 관점과 시각도 다양하다. 이번 북한의 제안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앙도 북한이 남한을 자극하지 않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겠다고 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동계훈련이나 전방배치 무기의 후방 이동, 대남 전단 살포 중지 등을 예상하면서 그 자체로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겨레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북쪽 행태가 신뢰성이 떨어지고 내부 사정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서 서로 다른 시각에 대한 부분적인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남북관계는 복합적이고 이중적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김정은 체제의 북한 오늘날 북한의 ‘선언’이나 ‘제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 북한의 불예측성, 돌발성, 불확실성 등의 많은 부분이 김정은으로 대표되는 3대 세습의 정점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틀이 있겠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북한 문제의 대부분은 김정은 등장 이후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북한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북한은 냉전 종결 이후 새롭게 조성된 국제정치 질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대내외적인 불안정 속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3대 세습, 1인 지배의 혈통중심 가족지배 체제라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 형태 자체가 비정상적 국가 체제의 전형이다. 한때 시도했던 개혁·개방은 사실상 중단되고 거의 외부 지원으로 연명하면서 핵개발로 안보문제를 해결하고 여전히 선군정치를 지향하는 게 현재 김정은 체제의 실상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면서 일시적인 체제 안정은 이루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취약하고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정성은 오히려 증가된 상황이다. 최근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위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정치, 사회, 경제, 외교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진단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중국과의 대외 관계도 과거에 비해 악화되어 있다. 이런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 처한 북한이 남한과 어떤 식의 관계 설정을 시도할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의 제안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1월16일 북한의 ‘중대 제안’도 마찬가지다. 제안에 담긴 문자적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무시하는 것도 모두 조금씩 불안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이 평화공세적 위장 전술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자 하는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인지 이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시선도 극명하게 갈려 있다.
[추천 도서]
김형기 지음, 연세대학교출판부 펴냄 2010년
이 책은 오랫동안 대북정책을 직접 다루어오고 남북협상의 현장에 있었던 저자가 그의 경험과 학문적 연구체계를 접목하여 남북관계의 역사를 정리한 내용으로, 그동안 남북 간의 여러 사건들을 제반 환경적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그 의미를 파악해 놓은 이론과 현장을 결합시킨 결과물인 만큼 남북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를 원하는 독자들 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계동 지음, 명인문화사 펴냄 2012년
북한은 우리에게 외교의 대상이자 민족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공존 상대이다. 그런 만큼 북한의 외교 정책에 대한 이해는 북한의 언어와 태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외교 정책 이론과 북한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특수한 분석들을 함께 사용하여 북한의 대내외적인 외교환경, 외교정책 등을 심도있게 분석한 내용으로 북한의 제안이나 선언 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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