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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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간결·분명한 언어인가, 불통의 동문서답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강조된 것은 경제혁신과 통일이었다.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전략도 밝혔다.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서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공공기관의 정상화와 재정·세제 개혁, 원칙”으로 바로 선 경제를 추진하고, “고용창출력이 높고, 특히 청년이 선호하는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우리 경제가 실제로 대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로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틀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소견도 밝혔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특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서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됐으므로 소모적인 논쟁을 접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다룬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 제목을 보자.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소통의 시작이 되기를’은 중앙의 사설 제목이다. ‘감동도 비전도 없는 불통 회견’은 한겨레의 사설 제목이다. 두 신문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설의 어조와 뉘앙스는 다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의 사설에 사용된 어휘를 보자. ‘일목요연’ ‘분명’이라는 단어군과 ‘아쉽다’ ‘필요했다’는 단어군이 교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언어가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인 측면이 있지만 야당과의 소통이 불충분했다는 측면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의 입장은 이와 판이하다. ‘한마디로 감동도 비전도 없는 동문서답식 회견’이었고,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미흡’한 회견이었다는 것이 한겨레의 논평이다. 사전에 “참모들이 써준 답변지를 줄줄 읽는 대통령한테서 지도자로서의 철학이나 신념을 읽기는 힘들다”고 한겨레는 일침을 놓는다. 박 대통령의 언어가 간결하고 분명하다는 중앙의 평가는 어떤 측면에서만 타당하다. 경제혁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밝혔다는 점, ‘통일은 대박’이라는 언어로 통일이 경제에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는 점, 국기기관 대선 개입 의혹 특검에 대해서 소모적인 논쟁을 접자고 한 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는 간결했고 분명했다. 그러나 바로 그 간결성과 분명성이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통의 언어일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자. “민주당이 대변하는 정치적 반대층과 국회에서의 위상을 감안해 더 경청하고 이해하는 정성스러운 모습이 필요했다”는 중앙의 언급도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의 자세도, 대선 때 자신을 찍지 않은 48%의 국민을 포용하려는 아량도 없었다”라는 한겨레의 언급도 간결하고 분명한 언어가 오히려 불통의 언어일 수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적 비전에 대한 두 신문의 논조도 다르다. 중앙은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적 상황과 도전적 비전을 잘 담아냈다”고 언급한 반면, 한겨레는 “경제 민주화 등 우리 경제의 토대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전략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유감이다”라고 언급했다. 한겨레가 말하는 “우리 경제의 토대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전략”이란 무엇인가? 바로 분배의 개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던 ‘복지’나 ‘경제 민주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급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는 없었다. 오직 성장과 혁신만 강조되었을 뿐이다.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혁신, 내수활성화도 복지나 경제 민주화 없이는 공허하다. 복지나 경제 민주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중앙의 “앞으로 더 많은 기자회견, 간담회, 국민과의 대화를 수시로 열고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과 만남을 자주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한겨레의 “대선 때 자신을 찍지 않은 48%의 국민을 포용하려는 아량”을 가지라는 주문도,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아닌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주문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출마 당시 ‘국민 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의 첫번째 항목이 ‘경제 민주화’임을 고려한다면 복지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언급을 듣고 싶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못박았지만 현대국가에서의 국민의 이익이란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국민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유동하는 실체다. 이익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다면 어느 쪽의 이익은 반드시 다른 쪽의 손해를 전제로 한다. 그 둘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의로운 통치행위임은 군말을 보탤 여지가 없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소통 내 뜻을 전하고 남의 뜻을 전해 듣는 것이 소통이다. 그러나 소통에는 장애가 따른다. 이쪽에서는 객관적인 정보를 전해주었다고 해도 저쪽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이쪽의 뜻은 왜곡되고 만다.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 한다. 저쪽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쪽에서 듣고 싶은 것만 추려 듣는 것이 선택적 지각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모르고 있는 것을 걱정하라”고 하신 분은 공자님이다. 소통은 내 편의 생각을 읽는 일이 아니라 다른 편의 생각을 읽는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뜻과 이익은 하나가 아니다.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해야 하는 대의제 민주정치에서 분열된 의견들을 하나로 조정하는 대화와 소통의 작업은 그 어떤 정치적 현안 다음으로 미루어질 수 없다.
[추천 도서]
왼쪽부터 <의사소통의 심리학>과 <의사소통과 협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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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심리학
홍경자 지음
이너북스 펴냄, 2007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분노다. 화가 나면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욕망도 마찬가지다. 내 이익에 대한 욕망을 앞세우면 남의 의견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의 의사소통을 무엇이 방해하는지를 조망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우리가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인가를 통찰하게 해준다. 대인관계를 매끄럽게 해주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대화방법이 중요한가도 알려준다. 의사소통과 협상론
김재득 지음
대영문화사 펴냄, 2013년 리더는 실력과 소통으로 비상한다, 소통력이 리더십이다, 왜 소통을 논해야 하는가, 기본예절을 벗어난 소통의 태도, 소통 리더의 자격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들, 소통을 위한 리더의 능력과 태도…. 열거한 항목들은 이책의 챕터들과 그 아래 항목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 리더의 능력에 왜 소통의 능력이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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