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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30 19:29 수정 : 2013.12.30 20:29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월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철도노조 파업 강경대응 문제 많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와 코레일이 초강수를 두고 있다. 파업 이틀 만에 노조원 5941명을 직위해제했고, 노조 집행부와 해고자 등 모두 194명을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10일에는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법인 설립마저 밀어붙였다.

이런 강경대응은 철도노조 파업이 불법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노사간)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에 관해서만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자회사 설립이 근로조건과 무관한 만큼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연간 약 5000억원의 수익을 내는 케이티엑스를 코레일에서 떼어내 별도법인화하면 코레일은 기존 빚에다 적자 규모도 더 커져 회사 사정이 쪼들리는 만큼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례도 쟁의 목적과 관련해 “반드시 임금 등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유지·향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코레일이 노조원 19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한 건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경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7월부터 회사 쪽과 교섭을 벌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다. 철도가 공익사업장이므로 노동조합법에 따라 필수 유지 업무를 위한 노조원은 파업에서 제외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어느 한구석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곳이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한 것이다.

합법이네 불법이네를 따질 때 우선 짚어야 할 것은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법인 설립을 의결한 10일 임시이사회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의 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의 수를 전체 이사 정수의 2분의 1 미만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코레일 사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가 되레 절반을 넘어 10일 임시이사회 결의는 ‘원천 무효’일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니 코레일은 법의 이름을 빌려 노조를 탄압하려 할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미 노조가,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한 만큼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중앙일보 사설] 명분 없는 철도 파업 당장 끝내라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닷새째다. 철도 파업은 국민 불편과 경제 손실을 부른다. 길어지면 국민 안전은 물론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당장 30%대로 떨어진 화물 운송률은 연말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철도노조 파업이 8일간 이어진 2009년에는 7만여t의 시멘트가 운송 차질을 빚어 47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그런데도 노조와 코레일, 정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장 난 열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코레일은 노조 집행부 194명을 경찰에 고소·고발하고 어제까지 파업 참가자 전원(7611명)을 직위해제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파업 사흘째인 11일 법무·안전행정·고용노동·국토교통부 장관과 합동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파업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 원칙을 밝혔다.

노조는 이에 맞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결정 철회’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등 5가지 요구를 내세우면서 14일 오후 2시까지 응답하지 않으면 경고·연대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정부가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노조를 거들었다. 불법 파업을 말려야 할 정치권이 앞장서 불법을 부추기는 꼴이다.

우리는 이미 이번 파업이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철도 민영화 여부다. 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이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민영화 수순 밟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수서발 KTX는 코레일이 41%, 공공기금이 59% 지분을 출자하는 100% 공기업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부총리, 장관이 “절대 민영화는 없다”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 위에 드러누워서라도 민영화를 막겠다”고까지 했다.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민영화 포기를 믿어줄 것인가. 정부와 코레일이 이 정도로 했는데도 “못 믿겠다”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민영화를 빌미로 다른 것을 얻어내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철도 노조의 파업은 2002년 이후 7번째다. 이런 잦은 파업이 가능했던 것은 파업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와 코레일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시설’ ‘독점 공공기관’이란 지위를 불법 파업에 악용한 셈이다. 그 결과 회사는 17조6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직원은 평균 연봉이 5800만원이나 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현재 400%가 넘는 부채비율은 그냥 놔두면 2020년에는 900%에 달할 전망이다. 민간기업이라면 벌써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자연승급분을 포함해 8.1%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착한 적자’ 운운하며 자구노력도 않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제 배만 불리겠다는 식이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구구절절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철도 노조는 당장 명분 없는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멀리 갈수록 피해는 커지고 되돌리기 어려워질 뿐이다. 파업을 통해 경쟁 구도를 피하고 ‘철밥통 챙기기’가 가능했던 시절은 끝났다. 공기업 빚은 이미 나랏빚을 넘어섰다. 공공기관 노조를 위해 언제까지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가. 국민도 당분간 불편을 참고 견뎌줘야 한다. 그래야 철도 노조가 더는 국가 경제의 핏줄을 볼모 삼아 파업을 벌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정당한 파업인가, 노조 이기주의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노조는 왜 있는가? 노동조건 개선하자고 있다.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에게 자주적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조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하는 파업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당연한 권리다. 작금의 철도 파업도 임금인상이라는 이슈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하등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 철도 파업은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국민의 생업과 생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고,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 파업은 우려할 만하다.

정부와 코레일(철도공사)은 수서에서 출발하는 케이티엑스(KTX)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경영권에 대한 침해이며,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철도노조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의 설립이 노조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슈로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의 설립은 명백히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는 것이 철도노조의 주장이다. 정부와 코레일의 주장에는 여당이 가세하고 철도노조 측의 주장에는 야당이 가세해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의 설립이 민영화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논조, 문체에서부터 철도 파업을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차이는 확연하다.

‘철도 파업은 국민 불편과 경제 손실을 부른다. 길어지면 국민 안전은 물론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중앙의 이 두 문장의 단호한 어조에는 철도 파업을 보는 중앙의 시각이 집약적으로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경제의 안정성을 ‘볼모’로 하는 철도 파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의 주장이다.

중앙은 17조6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도 철도노조의 직원들이 평균 연봉이 5800만원이나 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한다. 400%가 넘는 부채비율도 2020년에는 90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중앙이 이런 수치를 언급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8.1%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니 명분 없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 중앙의 주장이다.

이와 달리 한겨레 사설의 첫 문장은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와 코레일이 초강수를 두고 있다’이다. 정부가 이런 무리한 대응을 하는 것은 ‘철도노조 파업이 불법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하며 한겨레는 파업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연간 약 5000억원의 수익을 내는 케이티엑스를 코레일에서 떼어내 별도법인화하면 코레일은 기존 빚에다 적자 규모도 더 커져 회사 사정이 쪼들리는 만큼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케이티엑스 자회사의 설립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 이를 이슈로 한 파업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대법원이 2011년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경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고, 철도노조가 파업에 이르기까지 적법한 과정을 거쳤고, 필수 유지 업무를 위한 노조원은 파업에서 제외됐으므로 이번 파업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을 통해 경쟁 구도를 피하고 ‘철밥통 챙기기’가 가능했던 시절은 끝났다’라는 중앙의 발언은 경쟁체제 도입의 불가피성, 즉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의 필요성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한겨레는 케이티엑스 자회사의 설립 결의 자체가 원천무효일 수도 있음을 말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의 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의 수를 전체 이사 정수의 2분의 1 미만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코레일 사장이 임명하는 상임이사가 되레 절반을 넘’었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철도노조도 파업 결의문을 통해 “대통령은 해외(프랑스)에 나가 철도시장 개방을 약속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곧바로 정부조달협정을 기습 처리하며 철도 민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며 케이티엑스 자회사의 설립이 철도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민영화 반대의 논리가 단순히 진영논리에서 비롯된 ‘발목잡기’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앙이 철도를 ‘국가 경제의 핏줄’이라고 표현한 것에도 주목해보자. 피가 생명의 흐름길, 즉 철도라고 한다면 피의 멈춤은 파업을 의미한다. 이런 비유를 통해 중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철밥통 챙기기’라는 비유도 주목할 만한다. 이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평균 근로자 임금보다 훨씬 높은 6700만원의 연봉에 대해 8.1%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철도노조가 비정상’이라는 의견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철도공사의 부채가 17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철도노조 또한 자구책을 내놓아야 할 판에 임금인상안은 무리라는 것이 중앙의 ‘철밥통 챙기기’라는 표현의 이면이기도 하다.


[추천 도서]




철도 민영화 : 재앙을 향한 탈선 -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박설·이정원 외 지음, 노동자연대다함께 펴냄
2013년

이 책은 공기업에서 경쟁체제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독일 철도 노동자 수는 1990년 48만명에서 1997년 22만명으로 줄어들었고, 대규모 해고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훨씬 더 강한 노동 강도로 일을 해야 했으며, 열차 탈선 사고, 운행 중단 등의 문제점이 뒤따랐음을 알려준다. 민영화의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민영화와 사회후생
이상호 지음, 집문당 펴냄
2010년

민영화를 왜 하는가, 민영화의 사상적 배경은 무엇이며, 세계 각국에서 민영화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가, 민영화의 실상과 이론을 이 책은 중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민영화가 국민들의 복지와 후생을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민영화의 남겨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민영화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민간 회사들은 늘어날 미래의 전기사용량을 예측하고 설비에 투자를 해야 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피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회사 간 담합도 이루어졌다. 결과는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졌다. 정전은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민영화가 경쟁의 효과를 불러와 독점으로 인한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을 쇄신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민영화를 긍정적인 쪽으로 보는 이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철도공사와 정부는 수서에서 출발하는 케이티엑스(KTX) 법인 설립이 민영화로 가는 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케이티엑스 신설법인의 자본금은 800억원인데 초기 자본금 50억원은 코레일이 전액 출자하고, 나머지를 공적 자금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또 주식 양도·매매의 대상을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 한정하고, 이를 정관에 명시하여 민영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코레일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설립이 민영화라는 건 노조의 억지주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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