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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7 20:18 수정 : 2013.06.18 09:58

허병두 숭문고 교사·책따세 대표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6월 25일에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국면 바꾸려는 북한, ‘진지한 대화’로 발전시켜야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사흘째 중국을 방문중이다. 대북 제재가 여러 달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면을 바꾸려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지난주 방북한 사실상 일본 총리의 특사를 환대한 바 있다.

어제까지 행적을 보면, 최 특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중국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그동안 소원해진 두 나라 관계의 회복·강화다. 북한이 중국 쪽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쏜 데 이어 올해 2월 핵실험까지 하면서 두 나라는 상당한 갈등을 겪어왔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나름대로 충실하게 동참한 것은 불만 정도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북한이 중국 어선을 나포해 돈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져 중국 안 여론이 더 나빠졌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으로서는 대중 관계 악화가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최 특사는 이런 분위기의 전환과 더불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을 모색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쪽은 특사를 받아들였으면서도 관계 강화에 썩 적극적인 것 같지는 않다.

다른 하나는 핵·미사일 문제에 관한 입장 조율이다. 이 분야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 특사 방중 기간에도 여러 차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련 문제 해결’이라는 기본원칙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최 특사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면담이 늦어지는 것은 이와 관련한 이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이 대화 시작을 위한 조처로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일시 중단 등의 카드를 제시할 수는 있다.

이번 특사 방문은 새달 초순의 미-중 정상회담과 하순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쪽이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사라는 형식과 군부의 2인자를 보낸 것도 이례적이다. 중국 외에는 마땅히 기댈 데가 없는 북한의 처지가 잘 드러난다.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 건설을 바란다면 핵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핵 포기 조건과 관련해서는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핵을 고수하겠다고 해서는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중국은 북한의 결단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진전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불씨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비현실적인 중국역할론에 기대어 북한의 굴복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화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북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 밝혀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 2009년 4월 회담 거부 의사를 밝힌 뒤 4년 만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다. 이로써 지난 몇 달 동안 각종 대남·대미 군사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출구를 모색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로써 한반도 주변 정세는 대립과 긴장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최용해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올 2월 핵실험을 전후로 냉담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유일한 후견국인 중국과 사이가 벌어져 있는 시기에 한·중, 미·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문제를 논의할 경우 자칫 북한만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최용해 특사가 중국 측에 ‘6자회담 복귀’를 말한 것은 중국의 체면을 세워줌으로써 양국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

지난 2월 핵실험 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는 핵 군축을 위한 대화만 있을 뿐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되풀이 천명해 왔다. 이를 잘 아는 미국은 최용해의 중국 방문 행보를 두고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라’고 주문했고 한국 정부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도 최용해 특사를 상대로 비핵화를 되풀이 강조했다. 결국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나아가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리긴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최용해가 밝힌 ‘대화’를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측에 보다 강력하게 북한을 설득하도록 주문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경우 다양한 혜택이 있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 북한이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도발을 통한 긴장 고조 뒤 대화 복귀’는 지금까지 북한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되풀이해 온 행태다. 이번에도 같은 계산을 하고 있다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더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하루빨리 비핵화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최용해 특사가 밝힌 대로 경제 발전, 민생 개선을 위한 외부 환경 조성이 가능해진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인다는 것을 전제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음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논리 대 논리]
중앙, 북한의 용단 촉구…한겨레, 한·미 역할론 강조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핵을 앞세운 북한의 위협이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위협에 그다지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민족의 공멸을 가져올 핵위협을 계속 하는데 또 한쪽에서는 놀라우리만큼 평온한 일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는 객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다. 마지막 상황을 감수하겠다는 의연함일까? 아니면 거듭 되는 위협에 느슨해진 둔감함일까?

북핵과 북한, 그리고 불확실성

어느 쪽이든 남북 관계는 확실히 불확실성 그 자체다. 일찍이 경제학자인 존 갈브레이드가 현대를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고 갈파했는데 우리는 그런 정도의 표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생존의 불확실성이다. 북한 핵을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은 우리 민족의 장래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두 신문사 사설을 읽어 보며 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 보자.

지난 5월 북한의 특사가 중국을 전격 방문하였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 특사의 형식을 취해 군부의 2인자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최룡해를 보낸 것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의 관련 사설을 꼼꼼하게 읽으면 북핵 문제의 해법과 북한을 보는 각각의 시각을 일정하게 짚어낼 수 있다.

일단 두 신문 모두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을 크게 주목하였다. 중앙일보는 ‘지난 몇 달 동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파악하였으며, 한겨레신문은 ‘최근 여러 달 계속 되는 대북 제재 상황에서 국면을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하였다. 긴장 완화의 국면을 알리는 확실한 시그널로 모두 인정한 것이다.

두 신문은 또한 북한 특사의 방북 배경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분석을 했다. 이달 초의 미중 정상회담과 이달 말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북한을 보는 신중론과 적극론

하지만 특사를 보낸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안 모색에서는 두 신문이 다르다. 우선 중앙은 신중론을 취한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도발을 통한 긴장 고조 뒤 대화 복귀’라는 그간의 북한의 단골 수법일 가능성을 경계한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 강조해 온 북한의 최근 태도를 언급하고도 있다. 이번 특사 파견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 사실상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피하려 한다면 “더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중앙은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중앙은 북한이 명백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전제 조건을 준수한다면 우리나라와 미국 등이 북한에 다양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반면에 한겨레신문은 북한이“이러한 시도(특사 파견)를 하는 것 자체는 진전”이라고 판단한다. 북한의 노력이 비록 ‘불씨’에 불과하더라도 이를 우리 정부와 미국이 잘 살려 나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북한이 무조건 핵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나 북한만의 굴복을 요구하기란 어려우므로 “핵 포기 조건과 관련한 협상이 필요하며, 실효성 있는 대화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분위기 반전 등을 위해 우리 정부와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요컨대, 중앙일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촉구하면서 관계국의 보상을 강조했고, 한겨레신문은 핵 포기를 끌어낼 ’실효성 있는 대화의 틀‘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러한 온도차는 지난 1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되었을 때도 중앙일보와 한겨레 신문의 사설에서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즉,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는 전제 아래 중앙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기존의 대북정책을 수정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신중하게 ‘미래를 예측’(2013년 1월28일치)하였다. 반면에 한겨레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이 이전과 달리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적극적으로 ‘현재를 확인’(2013년 1월25일치)한 바 있다.

두 신문 사설 이후 북한은 남한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왔지만, 회담 대표의 격 문제로 대화는 무산됐다.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올바른 선택론에 무게를 둔 중앙과 한미 양국의 효율적 대화론에 방점을 찍은 한겨레의 메시지를 함께 염두에 둔다면, 북한 문제의 불확실성을 보는 시야는 넓어질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중국역할론

중국역할론중국은 남북 관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남북의 상황을 적당한 수준의 ‘갈등과 평화’ 관계로 만들어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균형자 노릇을 즐길 것인가? 남북한의 통일을 위하여 적극 노력하는 통일의 산파 역할을 자임할 것인가? 중국역할론은 남북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중시하는 견해다. 아직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용어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면 즉각적으로 일본을 비롯한 한국의 핵무장을 불러 일으켜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다. 동북아의 안정이 중국의 경제 발전에 절대적이기에 중국이 일정하게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두 신문은 각각 다르게 판단한다. 이를테면 앞서의 사설들에서도 두 신문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좀 더 심도 있게 살펴 보면 확실히 다르다. 중앙일보는 “중국 측에 보다 강력하게 북한을 설득하도록 주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한겨레신문은 중국이 ‘북한의 결단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한다. ‘강력한’과 ‘지속적으로’라는 수식어의 차이는 중국 역할론에 대한 차이를 또렷이 암시한다. 중앙은 중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며, 한겨레는 중국이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겨레가 중국에 북한의 굴복만을 끌어내라고 주문하는 입장을 특별히 ‘비현실적인 중국역할론’으로 언급하며 경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이렇듯 중국역할론은 현실에 비추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시진핑을 필두로 중국 공산당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과연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을 우리에게 적절하게 조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책무이다. 중국역할론은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앞으로 계속 살펴야 마땅하다. 한편 중국역할론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동북공정론을 우려하고 경계하면서 중국역할론을 말하는 자체가 무슨 의미냐는 주장이다. 중국 스스로는 ‘대국 외교’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추천 도서]

협상 성공 위한 전략적 사고

전략적 사고 트레이닝, 그것이 최선인가
애비너시 K. 딕시트, 배리 J. 네일버프 공동 지음, 박주관 엮음, 타래 펴냄
2013년

6일 북한은 당국간 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한국전쟁 때 희생된 우리 국군의 넋 등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날에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같은 날 저녁에 우리 통일부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이렇듯 남북한 모두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나서지만, 대화의 실체는 ‘비핵화’냐 ‘핵포기’냐 같이 전제 조건과 예상 결과가 모두 다르기에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막판 대화를 통하여 성과를 톡톡히 챙겨왔기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중앙)든 “실효성 있는 대화”(한겨레)든 모두 남북한의 바람직한 협상이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지만,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협상의 원칙을 골자로 한다.

비단 남북 정상화를 위한 대화 차원이 아니라도 한미 FTA 등 그간 우리 정부의 협상 능력은 그렇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전략적 사고’임을 놓치면 곤란하다. 전략적 사고란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행위다. 전략적 결정을 연구하는 행동과학이 게임이론이기도 하다.

전략적 사고를 일반적인 분야까지 두루 확장해 게임 이론의 정립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바로 <전략적 사고>(Thinking strategically: the competitive edge in business, politics, and everyday life)다. 지난 1993년에 번역된 이 책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서 얼마 전에는 <전략적 사고 트레이닝 그것이 최선인가>로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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