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25 17:39 수정 : 2006.01.17 04:09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관을 찾은 외국인들이 고인돌 전시구조물에 얹혀진 책정보 검색단말기와 한국의 책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되돌아 본 2005 문화마을 ⑥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내가 만난 한국 작가들은 2002 월드컵의 나라, 냉전과 분단의 나라, 생명복제 황우석 박사의 나라로만 알던 한국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역사·전통을 새롭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지난 10월19~23일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열린 독일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만난 한 독일 언론인이 한국이 펼친 여러 주빈국 행사들에 대해 던진 찬사였다. 프랑크푸르트의 늦가을 하늘 아래에선 29가지의 문학·공연·전시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고, 초청된 한국 문학작가 39명은 연일 독일 언론 인터뷰와 낭독 행사로 바빴다. 행사 막바지에 독일 도서전조직위원회(위원장 위르겐 보스)와 한국 주빈국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 총감독 황지우)는 “독일과 유럽인의 마음에 한국을 ‘문화와 전통의 나라’로 인식시키는 첫발을 내딛었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우려와 논란 딛고 ‘성공적’ 평가

2005년 주빈국 행사까지는 쉽잖은 길이었다. 한국은 2003년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2004년 2월 주빈국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출판계의 의견 수렴과 준비는 더뎠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고 도서전에 내세울만한 국내 출판물도 충분하지 않았다. 우려와 논란도 적잖았다. 올해 3월부터 조직위는 독일 주요 도시에서 한국 작가들이 참석하는 문학 순회낭독회를 110여 차례나 열었다. 6월부터는 독일 언론인을 초청해 한국 문학과 문화를 적극 홍보했다.

주빈국 행사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주빈국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 총감독 황지우)는 이번 행사를 ‘대체로 성공작’으로 평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독일 신문의 보도를 분석해보니 당시 1700건 가량의 관련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 역대 주빈국 관련 보도 가운데 세 번째 수준”이라며 “문학과 이벤트 중심의 행사였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작지만 분명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출판 소외·실속 없었다” 비판도

그렇지만 이런 성과가 출판의 내실화로 이어져야 하다는 점에서, 출판계의 반응은 썰렁한 편이다. 일부 출판인들은 “문학 중심 행사가 출판을 소외시켰다” “주빈국 행사 뒤에 정작 우리 출판계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며 비판을 감추지 않는다. 도서전을 다녀온 안선재 서강대 교수(영문학)는 <문학사상> 12월호에서 한국 번역도서의 준비·전시 부실을 지적하며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300만 달러가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낳지 못할 것이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라며 혹평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최쪽은 문학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를 이처럼 화려하게 보여준 적이 언제 있었느냐는 점에서 호평하는 반면에, 출판계는 도서전 행사인데도 출판이 중심이 되지 못한 채 문학과 이벤트만 앞세운 국가 홍보로 끝났다는 점에서 불만이 높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빈국 이후’다. 도서전을 통해 한국 문화를 독일과 유럽에 알리는 경험을 쌓았다면, 이제는 그 열매를 출판계가 기르고 거둘 수 있는 체제를 확충하려는 내실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되돌아 본 2005 문화마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