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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8 18:16 수정 : 2006.01.17 04:06

지난 7월 말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인 신아무개씨와 오아무개씨가 문화방송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성기를 노출해 음란공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되돌아 본 2005 문화마을 ① ‘카우치’ 성기노출 사건


2005년 한해 동안 문화 동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주요 사건·사고와 동향을 중심으로 10차례에 걸쳐 올 한해를 되돌아 본다.

예술 작품이나 공연 중 성기 노출에 대한 여러 시각들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최전선을 도드라지게 보여줬다.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들은 생방송 중 바지를 벗는 바람에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표현의 자유’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단순한 엽기 사건·사고로 넘길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역시 중요한 건 꿈보다 해몽이었다. 방송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고, 인디음악인들은 건전하다는 걸 증명해 보여야 했다.

사건은 지난 7월30일 오후 4시께 문화방송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시작됐다.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신아무개(27)씨와 오아무개(20)씨가 성기를 노출한 게 2~3초 동안 방송됐다. 그 뒤 이 밴드는 이제까지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 “생방송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가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사전 모의 의혹도 불거졌다. 언론은 “왜 팬티를 입지 않았나, 왜 벗기 쉬운 바지를 입었나” 등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들은 얼굴을 가린 채 “더워서 그랬다”는 둥 “원래 펑크 밴드가 좋아하는 바지다”라는 둥 하며 해명해야 했다. 둘은 지난 9월27일 징역 10월과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초점 빗나간 선정성에
인디 블랙리스트 작성 소동도

준엄한 해석이 잇따랐다. 먼저 도마에 오른 건 단골메뉴인 방송의 선정성이었다. 옷 벗어 시청률 올리는 방송의 행태에 대한 꾸짖음이 신문 사설 등에 등장했다. 사고를 일으킨 방송에 대한 규제가 솜방망이인 게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이 논리는 초점을 빗겨간 것이었다. <음악캠프>는 방송이 좀처럼 다뤄주지 않았던 인디밴드들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젊은 제작자 연대’(회장 박행렬 이성호) 등은 <음악캠프> 폐지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불똥은 서울 홍대 앞 인디음악계 전체로 옮겨 붙었다. 경찰은 클럽 단속을 강화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술 크게 더 떠 블랙리스트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신문들은 르포 기사는 ‘부비부비(남녀가 밀착해 추는 춤)’ 등을 부각해 퇴폐성을 우려하거나 그래도 건전한 밴드도 많다고 다독였다. 건전함과 불건전함을 가르는 시도는 힘을 받았다. 위기감에 빠진 인디음악 관계자들은 ‘홍대 앞 음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인디 문화 전체가 매도돼서는 안 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행히 이명박 시장의 블랙리스트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대신 ‘70년대식 사고’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여론의 방망이질이 끝난 뒤 홍대 앞 클럽들은 다시 활기를 찾아갔다.

‘누드 사진’ 미술교사 유죄 확정
“반문학적 판결” 성토 이어져

카우치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인 지난 7월22일 대법원은 길이 남을 만한 판결을 선보였다. 2001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누드작품 사진을 올려 기소된 미술교사 김인규(43·현 서천 애니메이션고)씨가 유죄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이에 따라 대전고등법원 형사1부는 10월 7일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기 때문에 김씨의 교사 신분은 유지됐다.

대법원의 판결은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1·2심을 뒤집은 것이었다. 엇갈린 판결은 ‘보통인의 정상적인 수치심’이 뭔지 헷갈리게 했다.

반발은 거셌다. 문화연대, 미술인회의, 진보교육연구소 등 문화ㆍ시민사회단체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반사회적, 반문화적, 반교육적”이라고 비판하며 ‘김인규사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1995년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규정한 판례를 따라 오늘의 문화에 10년 전 족쇄를 채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어 ‘유죄교사 김인규와 죄 없는 친구들’전 등 전시회와 학술 세미나, 전시회 등이 열리고 성토가 계속됐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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