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피죤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성북동 이윤재 회장 집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기발령, 지점폐쇄, 해고 등 부당한 탄압에 시달리던 이들은 이 회장에게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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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 ‘피죤 독재자’ 이윤재의 귀환
▶ 이윤재(80) 피죤 회장은 지난 2011년 부정비리 폭로를 막겠다고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전직 사장을 청부폭행하는 엽기적 사건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경영의 전면에 나섰고, 이후 피죤에서는 사장 퇴진, 노조 탄압, 부당 해고와 전직 등 악몽 같은 일들이 재연되고 있다. 피죤 강릉지점에서 주부영업사원으로 일하는 홍성단(49)씨는 지난달 16일 이후 매일 강원도 강릉의 집과 서울 역삼동 회사 사이를 출퇴근한다. 새벽 6시 이전에 집을 나서면 저녁 11시가 다 돼야 귀가한다. 매일 6~7시간을 길거리에서 낭비한다. 교통비도 매일 7만원 가까이 들어간다. 자칫 고속버스 막차라도 놓치면 하루 6만~7만원 하는 모텔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홍씨는 “저녁 늦게 귀가해서 밀린 청소와 빨래를 하다 보면 밤 12시가 넘는다. 다시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다 보니 가족들을 제대로 챙길 틈이 없다. 이러다간 이혼당하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숨을 내쉰다. 대전지점에서 근무하던 류학재(38)씨의 처지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류씨는 대전 집에서 출퇴근은 생각도 못하고, 매일 밤 회사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을 전전한다. “(서울에서) 방값을 아끼려고 비슷한 처지의 직원들과 함께 자는 일이 많다.” 류씨와 대전지점에서 함께 일했던 임효경(30)씨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외박이 어렵기 때문에 매일 서울~대전 간을 출퇴근한다. 임신 3개월째로 홀몸도 아니다. 회사는 임씨의 호소를 들은 척도 않는다. “빨래엔 피죤~” 한때 섬유유연제의 대명사로 불렸던 피죤에는 이들과 같이 생고생을 하며 가정파탄에 직면한 직원들이 20명을 넘는다. 이유는 회사의 일방적인 인사 때문이다. 피죤은 지난해 12월16일 지방지점을 폐쇄하면서 직원 22명에게 서울 본사 대기발령을 냈다. 며칠 뒤에는 수도권 근무 직원 4명에 대해 추가로 본사 대기발령을 내고, 1차 대기발령자 중에서 10명을 다시 부산지점으로 대기발령을 냈다. 항의하는 직원들에게 돌아온 회사의 답은 단순히 “경영상 이유”였다.
이윤재 피죤 회장은 2011년 10월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이은욱 전 피죤 사장 청부폭행 혐의 관련 조사를 받았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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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점 폐쇄 뒤 본사 대기발령
류학재씨는 두달새 근무지가
대구→대전→서울로 바뀌었다 극심한 고용불안에 노조 만들자
조합원 대상 비상식적 인사 남발
청부폭행으로 감옥 간 이 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복귀하고 나서
부당노동행위가 본격화됐다 임원에게 고액 연봉 주고 돌려받는다? 회사의 끈질긴 노조 탈퇴 압박과 부당노동행위에 지쳐 2명의 조합원이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나머지 조합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자가 “이렇게 고생하느니 노조를 탈퇴하거나 회사를 그만둘 의사는 없느냐”고 물어봤다. 모두들 고개를 젓는다. 노조원 홍성단씨는 “내 청춘을 피죤에 다 쏟아부었다. 더이상 불명예스럽게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홍씨는 1999년 주부사원으로 처음 피죤에 들어와 8년을 일했다. 2007년 회사가 대형 유통업체 매장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들을 별도 회사 소속으로 떼어낸 뒤에도 팀장으로 5년을 더 일하다 2011년에 그만뒀다. 2012년 회사가 어려울 때 본사 영업담당 상무가 찾아와 “회사를 다시 살려보자”고 간곡히 부탁해 재입사를 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이런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다. 홍씨는 “내가 노조를 탈퇴해 이번 일을 모면한다고 해도, 다음번 직원도 똑같은 부당대우를 받을 것 아니냐”고 말한다. 노조는 지난해 말 대표이사인 이주연 부회장(이윤재 회장의 딸)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이윤재 회장의 횡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노조는 “이 회장이 과거처럼 직원들을 슬리퍼로 때리거나 칼로 찌르는 폭행은 하지 않지만, 욕설은 똑같다. 가족들까지 거론하며 모욕을 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한다”고 말했다. 배임과 횡령 등 부정비리 의혹도 여전하다. 피죤은 지난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법률 자문계약을 맺고, 6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7억원을 지급했다. 계약서에는 김앤장이 피죤의 구매 및 원자재 조달, 자금운용, 중국 자회사에 대한 투자 및 운영 등과 관련해 법률자문을 해주는 대가로 쓰여 있다. 하지만 노조는 “김앤장이 회사를 위해 법률자문을 해준 것이 없다. 이윤재 회장의 변호를 해주고,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이 회장의 청부폭력 사건과 배임·횡령 사건에서 모두 변호를 맡았다. 이윤재 회장 일가의 연봉은 3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장 일가의 개인 소유인 서울 역삼동 사옥의 임대료도 매년 10억원이 나간다. 노조는 “피죤 같은 작은 회사에서 회장 일가 연봉이나 사옥 임대료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주고 일부를 되돌려받아 챙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노조는 “2011년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연봉이 4억원에 달했는데, 절반 정도는 (회장 일가에) 반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2011년 7~9월 이윤재 회장과 피죤의 부정비리와 불법행위에 관한 기사를 수차례 연재했다. ‘피죤 시이오와 노동자의 무덤’, ‘직원을 칼로 찌르는 피죤 회장’, ‘소비자도 우롱하는 피죤’, ‘자녀 명의로 수천억대 재산 관리한 피죤 회장’ 등이 당시 기사 제목이다. 이 회장과 피죤의 부정비리, 불법 혐의는 임직원에 대한 폭행과 폭언, 부당해고, 배임·횡령, 비자금 조성, 회계부정, 탈세, 뇌물공여, 차명재산 운용, 해외로의 재산 유출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 회장은 2011년 말 청부폭력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데 이어 2012년 12월에는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8개월의 옥살이, 두차례의 형사재판, 2년여 경영공백에도 불구하고, 이윤재 회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약속을 뒤집고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무리하거나 일방적인 인사로 조합원 탄압에 나섰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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