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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10 20:28 수정 : 2013.05.10 21:00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8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보건의료산업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한겨레> 인터뷰를 보고 홍준표 도지사에게 속았다고 느꼈다”는 그는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이제라도 경남도가 제대로 된 대화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토요판/ 뉴스분석, 왜?]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인터뷰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예고한 진주의료원 폐업 유보 한달 시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지만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는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은 <한겨레> 토요판에 실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인터뷰를 보고 지금의 상황을 예견했다고 합니다. “홍 지사와 맞짱토론을 하고 싶다”던 그는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을까요?

폐업 유보해 농성 해제했는데
인터뷰에서 “늦었다”고 하니
정말 이렇게 말했나 의심했다
보름간 대화 진행해보니
전권 줬다는 병원장은
일일이 도청 보고해 결재받아 

홍 지사는 4가지 측면에서
지도자로 부적격입니다.
공공의료 인식이 부족하고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했고
환자인권을 돌보지 않았으며
노동 가치를 존중하지 않아

“처음엔 눈을 의심했고, 나중엔 속았다는 생각뿐이었다.”

유지현 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인터뷰(<한겨레> 토요판 4월27일치)를 본 느낌을 전했다. <한겨레>가 홍 지사를 인터뷰하기 한시간 전인 4월23일 오후 4시 유 위원장은 홍 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 위원장과 홍 지사는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양쪽은 한발씩 물러섰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한달간 유보하기로 했고, 노조는 고공농성을 해제했다. 유 위원장은 한시간 만에 뒤바뀐 홍 지사의 발언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홍 지사가 인터뷰에서 ‘늦었다, 늦었어, 늦었다고’라고 말한 것을 봤을 때 정말 이렇게 얘기했을까 의심을 했어요. 몇 번을 확인한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한시간 만에 부정하다니 정말 참담했죠.”

<한겨레>는 4월23일 인터뷰에서 홍 지사에게 ‘노조와 경영정상화에 합의하면 폐업을 막을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4차례 던졌고, 홍 지사는 “늦었다, 늦었어, 늦었다고. 더 이상 도민의 혈세로 노조를 배불리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금 연봉 수준으론 간호사 데려오기도 힘들어

유 위원장은 보름간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를 진행하면서 홍 지사의 의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한겨레>에 반박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인터뷰는 5월8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4월23일 한달간 대화하기로 합의한 이후 정확히 절반이 지난 보름 만이었다.

유 위원장은 홍 지사가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주의료원 노조가 ‘귀족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가장 먼저 항변했다.

“진주의료원 노조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세전을 기준으로 3200만원입니다. 홍 지사가 자꾸 진주의료원과 비교하는 마산의료원은 연봉이 더 많아요. 마산 쪽은 간호직이 3400만원, 사무직이 4000만원입니다. 연봉 3200만원을 받는 사람을 귀족노조라고 딱지 붙이는 게 적절할까요. 심지어 도청에서 파견한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도 협상장에서 ‘자신도 귀족노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이 연봉으로 귀족을 운운한다는 게 민망한 거죠. 경남도가 처음엔 병원 재정상황을 이유로 폐업한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을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지않나 싶어요.”

체불된 임금에 대해 홍 지사가 ‘적금’이나 ‘보험’ 들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 위원장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한달 벌어 한달 먹고사는 월급쟁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거죠. 안 그래도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사는지 물어봤어요. 다들 생활고에 시달리고, 애들 학원마저 끊었대요. 웬만하면 애들 교육비는 손 안 대는데 그만큼 어렵다는 거죠. 적금에 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적금을 깨고 있어요. 법조인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출신이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죠.”

진주의료원의 재정상태에 대해선 노조와 경남도청이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인건비 비중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렸다.

“의사, 약사 이외의 일반 노조원들의 연봉은 32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이유는 연봉이 많아서가 아니라 매출이 적기 때문이죠. 진주의료원이 2008년 지금의 부지로 옮겨올 때 수요예측을 잘못했습니다. 혁신도시 조성이 계획보다 늦어졌죠. 오히려 지금쯤 병원을 옮겨왔다면 사정이 달라졌겠죠. 또 의료인력 수급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환자들이 늘어나는 시점에 의사들이 병원을 그만뒀고, 금요일에 5~6명의 의사들이 한꺼번에 휴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린 거죠. 자꾸 인건비가 많다고 하는데 지금 정도의 연봉 수준으로 간호사를 데려오기도 힘듭니다. 저임금에 근무조건이 나빠 1~2년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홍 지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 중에 “왕일순 할머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정말 불쾌하다”며 “<한겨레> 시각으로 기사 써라. 인터뷰 끝내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왕일순(80)씨는 진주의료원에서 목하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이틀 만에 숨졌다. 유 위원장은 홍 지사의 태도를 지적했다.

“홍 지사가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어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진주의료원에 단 한차례도 오지 않은 홍 지사는 도청 직원들을 시켜 환자 보호자들을 종용했어요. 전화하고 문자로 ‘곧 의사들이 없어지니까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말에 압박을 느끼지 않을 환자가 어디 있습니까. 사실 환자가 있는데도 의사에게 계약해지를 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입니다. 우리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경남도는 진료과장들의 계약해지일이 4월21일이라고 통보했고, 3월 중에 퇴사해도 일하지 않은 4월분 급여를 주겠다고 했어요. 사실상 의사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한 거죠. 환자들이 있는데 의사들을 급히 내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왕 할머니의 둘째 아들인 박아무개(56)씨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5월6일 창원지검에 홍 지사와 윤성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을 직권남용·업무방해·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박씨는 고소장에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고 입원환자들에게 퇴원·전원을 요구한 행위는 홍 지사의 직권 남용이자,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고유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적었다.

‘명예퇴직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 삭제 제안

홍 지사가 귀족·강성노조의 주된 근거로 삼은 진주의료원 노사 간 단체협약에 대해 유 위원장은 맥락과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제가 되는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은 노조가 먼저 삭제하는 것을 제안했고,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공병원 직원들의 임금이 민간병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민간병원이 간호사, 사무직들의 임금을 올려주자 공공병원에선 이직률이 높았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임금 대신 줄 수 있는 반대급부가 필요했죠. 이런 이유로 직원 본인과 가족들의 진료비를 감면해주고, 낙하산 병원장이 들어와서 전횡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가 징계위원회, 장비구입위원회 등에 참여를 보장하게 해준 겁니다. 명예퇴직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은 우리도 왜 있는지 모르는 황당한 내용입니다. 실제로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단 1명이었지만, 문제가 있다고 여겨 삭제를 제안한 상태입니다. 진료비 감면 조항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단 의사를 먼저 병원 쪽에 밝혔습니다.”

유 위원장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면 국가 정책의 기본방향에 역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공공의료 시스템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최정점에 있고, 광역거점인 국립대병원, 지역거점인 지방의료원이 있습니다. 가장 작은 단위는 보건소죠. 지금까지 지방의료원이 문을 닫은 사례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정책당국자나 전문가들의 고민거리는 ‘어떻게 공공의료의 비중을 높일 것이냐’였습니다. 미국처럼 영리병원과 의료의 상업화가 발달한 국가에서도 공공의료의 비중이 전체의 35%입니다. 한국은 병원 수를 기준으로 5.8%, 병상 수를 기준으로 10%에 불과하죠. 공공의료의 비중이 30%는 돼야 민간병원의 영리적 의료행위를 견제하고, 공공의료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고, 비중을 30%로 높이는 것은 이쪽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의 컨센서스(합의)였어요. 박근혜 정부도 지역거점 병원의 확대와 공공의료 확충을 대선 공약과 인수위 과제로 적시했어요. 만일 이번에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으면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기초연금에 이어 세번째로 공약에 어긋나는 사례가 될 겁니다.”

홍 지사는 인터뷰에서 “법이 개정돼 민간병원에서도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에 대해 유 위원장은 “홍 지사가 공공의료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해당 법안의 입법취지가 의료취약지역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적시돼 있다. 이는 미진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입법이지, 기존의 공공병원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방의료원법 개정안 무산도 이해 못해

홍준표 견제법이라고 불린 지방의료원법 개정도 논란이 됐다. 이 법은 지방의료원을 폐업하기 전에 지자체장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 지사는 해당 법이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여당이 추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의 요구를 받아준 정치적 산물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5월7일 국회 회기 마지막 날에 추경은 통과됐으나,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유 위원장은 합의를 쉽게 저버리는 정치의 수준을 문제 삼았다.

“홍 지사가 저에게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말하고선 한시간 뒤 인터뷰에서 ‘노조가 어떤 대안을 가져와도 타협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 쉽게 무산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간혹 재정적인 부담이 있거나 정부에서 반대하는 경우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연기되지만, 이 법은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도 않습니다. 이런 행태가 통하는 한국 정치의 수준이 아쉽습니다.”

보름간 진행된 진주의료원 노사 간의 대화는 겉돌고 있다. 노조 쪽은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홍 지사가 임명한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유 위원장은 권한이 없는 병원장 직무대행과 더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름간 대화를 진행해보니 홍 지사가 정말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병원장에게 교섭과 타결의 전권을 줄 것이냐고 누차 물었어요. 홍 지사는 전권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병원장은 일일이 도청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만 답변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2차 협상 때 제안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박 원장은 ‘도에 보고하겠다’며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5차 협상 때 ‘더 획기적인 것을 가져와라’며 성의 없이 답했어요. 그럼 획기적인 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고 하면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은 충실한 전달자 역할’이라고 말하는 병원장과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렵습니다.”

유 위원장은 도청 쪽과 직접 대화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화기간으로 정한 한달 시한 역시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다.

“진주의료원 사태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2가지 숫자가 연봉 3200만원과 연 지원금 12억원입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에 쓴 돈이 연 12억~13억원입니다. 홍 지사가 발표한 서민의료대책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죠. 진주의료원 사태가 전국적인 사안이 되면서 홍 지사가 마치 보수의 아이콘처럼 인식되는데요. 홍 지사는 4가지 측면에서 지도자로 부적격입니다.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했고, 환자인권을 돌보지 않았으며, 노동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도정을 이끌어나가기 어려울 겁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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