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4.26 20:33 수정 : 2013.04.26 21:58

방위사업청은 지난 17일 오후 김관진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육군의 차기 대형공격헬기로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가디언(AH-64E·사진)을 선정했다. 육군은 앞으로 1조8400억원을 들여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미 국방부 제공

[토요판/ 뉴스분석, 왜?] ‘아파치 가디언’과 거대한 비합리

▶ 아파치 가디언이라는 헬기가 있습니다. 256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하고 M230 30㎜ 기관포 1200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16기 등을 장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무장능력과 뛰어난 기동성을 갖춘, ‘하늘의 팔방미인’쯤 되는 헬기입니다. 이런 훌륭한 헬기를 왜 공군이 아니라 육군이 보유하게 된 걸까요. 아파치 가디언의 도입 배경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유일 항공대 지닌 육군
대형공격헬기 도입에 사활
20년 숙원사업 성취에
1조8400억원이 들었다

북한을 전투기로 타격할까
미사일로 타격할까 둘러싸고
육군과 공군 서로 다투더니
결과는 둘 다 도입하는 것
무기 확보에 사활 걸면서
작전 중첩과 비효율 양산

아파치 헬기에 대한 육군의 집착은 어느 정도일까. 이런 일이 있었다. 2002년 대규모 무기 도입이 추진되던 시기에 김판규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의 전 간부는 아파치 헬기 도입을 신념화하라”며 자신의 재임기간 중 반드시 이 헬리콥터를 구입하겠고 다짐한 바 있다. 미군에도 없는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를 거느린 육군은 새로운 대형공격헬기를 도입하지 않으면 이 거대한 조직의 체면을 세울 수 없었다. 1994년에 경기도 이천에서 창설된 육군 항작사는 각 군단에 편성되어 있던 항공단을 빼내서 종합적인 기동작전을 펼치는 부대로 통합한 것으로, 세계 최초·유일의 ‘육군 항공부대’라 할 수 있다. 한반도 전장은 비좁은데, 지상 작전을 지원하는 항공부대는 날개가 움직이지 않는 고정익 전투기 중심의 공군 작전사령부와 회전익 헬리콥터를 갖는 육군 항작사로 이원화된 것이다.

산악이 많은 한반도 전장에서 무슨 수로…

한편 우리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17일 오후 김관진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육군의 차기 대형공격헬기로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가디언(AH-64E)을 선정했다. 육군의 20년 숙원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1조8400억원을 투입해 북한의 기갑전력과 해상침투전력의 침투를 저지하는 36대의 대형공격헬기를 도입하는 사업은 10여년간의 방황에 마침표를 찍었다.

AH-64E 아파치 가디언은 미 육군의 AH-64 아파치의 최신 개량형이다. 롱보 레이더를 장착해 256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하는데, 이 레이더가 워낙 비싸서 3~6대의 아파치 헬기 중 한 대만 장착하고 나머지는 데이터링크로 표적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이륙중량이 1만433㎏에 달할 만큼 탁월한 무장량을 자랑하는 이 헬기에는 M230 30㎜ 기관포 1200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16기 등을 장착한다. 어떤 악천후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전천후 작전능력과 뛰어난 기동성과 무장력을 보유한 이 헬기가 도입되어 육군은 언제든 투입이 가능한 기동타격대를 거느리게 되었다.

만일 우리나라 전쟁을 육군 혼자 한다면 이런 공격헬기 도입의 타당성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북한의 기갑부대나 공기부양정에 의한 기습침투 특수부대는 해군과 공군에서도 대비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기갑부대는 위협수준이 높지 않다. 장비는 낡았고, 산악이 많은 한반도 전장에서 빤한 기동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의 전차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는 이미 방어벽, 지뢰, 전차 등 각종 방어 및 타격무기에 의한 8중 방어수단을 투입하고 있다. 남북한의 전차를 합치면 6000대가 넘는데, 세계 어느 전사에도 이처럼 많은 전차가 투입된 전쟁은 없다. 드넓은 동유럽 대평원에서도 이렇게 많은 기갑전력이 투입될 일은 없는데, 한반도에서 대체 이런 무기는 모두 어디에 쓰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해상으로 들어오는 공기부양정 역시 소음이 크고 단발 엔진으로 취약한 장비인데다 우리 해군 전투함과 공군 전투기, 지상 방어 전력에 의한 9단계의 방어 전력이 중첩되어 있어 기습침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육해공군은 “누가 전장을 지배하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사활을 건 경쟁에 몰입해 왔으며, 그 결과 서로 중복된 무기를 도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로젠탈과 코츠민이라는 학자가 1991년에 연구한 결과를 보면 관료-정치(bureau-political) 아래에서 서로 다른 조직은 경쟁을 한다. 이 연구를 적용하면 우리 육해공군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우리가 가장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며 타 조직의 전문성을 부정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둘째, 특정 상황을 “내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위기의 순간에도 기관끼리는 권력과 명성에 집착하는 경쟁을 보인다. 셋째, 위기 이후의 인력과 예산의 재배분을 냉정하게 기대하는 “더 많은 자원”에 대한 쟁탈전을 벌인다. 넷째, 함께 과업을 수행하지 않았던 조직들 사이에 대결이 조성되는 “감정적 앙금과 갈등”을 보인다. 이런 요인이 합쳐져 국가 차원에서는 거대한 비합리성과 낭비가 발생한다.

각 군이 저마다 거대한 조직을 부풀리며 그 조직에 경쟁적으로 최신 무기를 공급하려고 안간힘을 쏟는 현실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 지역 핵심 목표 타격을 가정해보자. 육군 유도탄사령부의 지대지 미사일 전력과 공군 작전사령부의 전투기 전력이 있다. 육군에 따르면 전투기로 북한의 핵심 목표를 타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40일이 악천후인데 이럴 경우 공군 전투기는 작전 수행이 어렵다. 반면 육군 포병은 날씨에 상관없이 작전을 하기 때문에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는 현무 지대지 미사일 전력이라고 믿는다. 특히 최신 포탄은 위성항법장치(GPS)로 유도되고 거의 직각으로 낙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은폐된 표적도 얼마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공군 전력에 비해 육군 전력은 값이 싸다.

공군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의 핵심 표적은 지하 깊숙이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육군 미사일로는 파괴하지 못하며, 더욱이 산 후면의 표적을 미사일이 되돌아와서 때릴 수 없다고 본다. 게다가 1300㎞ 사정거리를 자랑하는 육군의 순항미사일은 그 성능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속도도 느려서 북한은 이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포함하여 육군이 향후 5년 안에 북한 전역을 타격하겠다는 계획 역시 예산과 기간이 잘못 설정된 허황된 계획이다. 북한에 은밀하게 침투하여 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스텔스 전력이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합참과 2함대사령부 사이 뒤튼 천안함 사건

결국 북한에 대한 적극적 억제를 위해 2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육군의 유도탄사령부 전력도 확충하고 12조600억원이 소요되는 공군의 차기전투기 사업도 모두 강행하는 것으로 국방정책이 진행중이다. 이런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육군과 공군은 서로에 대해 깊은 감정적 앙금과 경쟁심을 누적시키고 있다.

이런 논쟁은 2008년까지 북한에 대한 대화력전 임무가 한미연합사령부에 귀속되어 있을 때는 없었던 논쟁이다. 그런데 이 임무가 한국군으로 이양되어 각기 육군과 공군이 일부분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환되자 우리 육군과 공군의 영역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전투기로 타격할 것인가, 미사일로 타격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 미군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장거리 타격 목표는 전략사령부(STRATCOM)로 일원화되어 있다. 미군의 무인항공기 역시 과거에는 육군과 공군이 각기 개발하고 보유하던 것을 공군으로 일원화하였다. 우리 육군과 공군은 각기 중고도 무인기와 고고도 무인기로 사업을 분할하여 각기 사업을 하고 있다.

각 군의 필사적인 경쟁으로 인한 감정적 앙금은 2010년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서 드러났다. 천안함 사건은 육군 위주의 합참과 해군의 2함대사령부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적대감을 드러냈다. 합참은 제때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2함대에 책임을 돌렸고, 2함대는 해양의 특성에 무지한 말귀 알아듣지 못하는 합참에 책임을 돌리려 했다. 연평도 사건 때는 공군의 F-15K 전투기가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군이 반대했다”며 책임을 전가했고, 합참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특히 합참은 “연평도 사건 당일에 이명박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 이 대통령이 전투기나 함포를 동원하는 추가 대응에 대해서는 일절 말한 적이 없다”며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F-15K가 교전이 종료된 지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한 것도 청와대가 아닌 합참의 지시에 의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군은 F-15K 출동을 반대한 적이 없는데 “이 대통령이 말하는 군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F-15K 전투기가 적기에 출격하지 못한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2002년에 도입이 결정된 F-15K는 애초 사업계획 구상 당시에는 총 8소티(1소티는 1회 출격을 말함) 분량의 무장을 전투기 도입과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공군이 보유한 F-15K 60대가 각기 2발의 공대지 미사일(SLAM-ER)을 달고 8회 출격할 분량이면 총 960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투기 도입 예산의 증가를 우려한 국방부와 공군은 전투기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47발만 도입했고, 그나마 훈련으로 소요한 분량을 빼면 37발밖에 없는데, 최근 언론보도에는 이 중 절반이 결함 발생으로 점검중이다. 그러면 F-15K의 공대지 미사일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발에 20억원에 달하는 워낙 귀중한 미사일을 반출하여 공격대기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연평도 사건 때도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에 공군은 공대지 F-15K를 출격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뒤늦게 출격한 공대지 장착 전투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교전이 다 끝나고 90분 이상 경과한 시간이었다. 바로 여기에서 한국군의 고가 무기 도입이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전투기를 사고 보자는 식으로 도입된 결과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것저것 다 빼고 껍데기라도 먼저 도입하고 보자는 식의 무기 도입이 진행된 결과다.

천문학적 무기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각종 군수지원과 기능을 누락시켜 사업비를 축소시킨 다음에 주 장비만 도입하는 것을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군의 경우 무기를 도입하면서 초기 군수비용의 80%를 사업비에 포함시키는 데 반해 한국은 20%밖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다음에 추가 무장이나 군수지원은 무기가 도입된 다음에 별도의 사업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최초 무기 도입이 실비용보다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이번에 아파치 헬기 도입 결정을 설명하면서 방위사업청이 장착 기능과 도입 시기, 군수비용의 내역을 상세히 밝히지 않는 것도 실비용을 감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작전범위 30㎞×70㎞에서 150㎞×250㎞로

이명박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군 간의 작전 영역이 중첩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원래 육군 군단의 작전 범위는 가로 30㎞, 세로 70㎞다. 국방개혁 2020에서는 이것이 100㎞×150㎞로 확장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희 국방장관 당시에는 작전 범위가 더 확장된 150㎞×250㎞로 늘어났다. 이를 위해 기존에 계획된 차기 무인정찰기, 차기 전차, 차기 장갑차, 차기 다연장, 자주포, 공격헬기의 소요를 반영함은 물론 미군의 스트라이커 여단이 보유한 기동 및 타격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육군의 포병전력이 증강되면 포탄의 고도가 1만 피트를 넘어 2만 피트에 육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우리 군의 공중 공역 관리에서는 1만 피트 이상은 공군 영역, 1만 피트 이하는 육군 영역이다. 이로 인해 작전이 중첩된다는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이명박 정부는 이에 손도 대지 못한 채 국방소요의 합리화·과학화는 뒷전으로 미뤘다.

이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도 지상군 위주의 전력이 계속 확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해군과 공군도 필사적으로 수상함, 전투기, 공중급유기, 무인정찰기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되었는데, 이것은 각 군의 무기 중복과 비효율을 양산하는 비정상적인 군사팽창으로 나아갔다. 군사력의 과잉팽창은 북한에 대해 실효성 있는 억제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일단 무기부터 구매하고 보는 거대한 비합리성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 모든 비합리성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비판은 ‘북한 공포’로 차단된다. 안보위기에서 국방에 대한 수요는 아무리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속성을 드러낸다.

이런 일이 있다. 지난 4월초에 원로 장성들 모임인 성우회에서 회장단이 회동했다. 한 참석자가 “김관진 장관이 북한의 도발원점과 지원세력을 타격하겠다는데, 무슨 무기체계로 하겠다는 거지?”라고 묻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선제타격, 지휘부 궤멸, 적극적 억제를 말하는 국방부의 말은 듣기는 좋은데, 과연 무엇으로 어떤 능력으로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군사 전문가들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3~4월 동안 미국 방산업체의 주식 값이 12%나 치솟았다.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뉴스분석, 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