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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23 08:51 수정 : 2018.09.23 13:05

[토요판] 르포
인천공항 세관 풍경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
추석연휴 77만명 출국 예상

자진신고 감면 혜택 이후 증가
지난해 대비 올해 50%나 늘어
단속강화에 전산시스템도 발달
“어차피 내야 할 세금, 감면이라도”

압수된 물품은 유치창고에 보관
명품, 성인용품, 금괴에서 송이버섯, 전갈, 앵무새알까지
가장 많이 보관된 물품은 ‘담배’

▶해외여행의 마지막 관문은 여행을 마치고온 뒤 거치는 세관신고다. 자진신고 감면 혜택 제도가 생기면서, 자진신고자도 늘었지만 면세 한도를 넘은 물건을 숨기거나, 반입이 제한된 물건을 몰래 들여오려는 여행자들과 세관원의 눈치싸움은 여전하다. 19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세관신고 현장과 유치창고를 찾았다.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면세 범위를 초과하거나 신고 없이 불법으로 반입하는 물건이 없는지 승객들의 짐을 검색하고 있다. 인천공항/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19일 인천공항 입국장의 세관 검사대.

“가방을 2702달러에 구입한게 맞나요? 조회해보니 2720달러라고 나옵니다.”(인천공항 세관원)

“헷갈렸네요. 2720달러 맞습니다.”(여행객 김아무개씨)

“면세 한도인 600달러를 제외한 금액인 2120달러에 대한 관세, 49만8740원을 내시면 됩니다.”(인천공항 세관원)

김씨는 중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면서 국내 면세점에서 2720달러짜리 가방을 사서 가지고 나갔다. 입국하는 길에 인천공항 세관에 당당하게 자진신고를 했지만, 정확한 가격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세관에는 국내 면세점의 고액 구매내역이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세관원이 2720달러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세관에는 국내 면세점 뿐 아니라 해외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1건당 600달러를 초과해 물건을 사거나 현금을 인출한 내역 역시 통보된다. 현행법상 국내 면세점과 해외에서 산 물품은 600달러까지 면세가 된다. 따라서 2720달러에서 600달러를 뺀 2120달러(240만8680원)에 대해서 관세 20%가 붙는데, 185만2000원을 초과하는 가방이나 지갑은 ‘고급 가방’으로 분류돼 이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개별소비세 50%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계산해보면 김씨는 64만8740원을 내야 하지만,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30%(15만원 한도)가 감면된다. 최종적으로 김씨는 세금 49만8740원을 내게 됐다.

공항 입국장에는 카드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자동화기기가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카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계좌이체를 선호하는 편이다. 김씨는 “요즘엔 단속도 강화됐다고 하고, 신고 안했다가 가산세까지 낸 경우도 많이 봤기 때문에 속편하게 신고를 했다”며 “어차피 내야할 세금이니 자진신고하고 조금이라도 감면을 받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세관 자진신고를 위해 검사대로 이동하고 있다. 인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자진신고 늘었지만…

해외여행객 3천만명 시대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출국한 사람은 2819만명(연인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이번 추석연휴(21일~26일) 예상 출국자도 77만7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해외여행객 수가 늘어나면서 해외반입 물품을 신고하는 세관 풍경도 변하고 있다.

관세청은 2015년 2월부터 해외여행자가 면세 범위인 1인당 600달러를 초과한 물품을 입국시 자진신고하면 15만원 한도 안에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30%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자진신고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자진신고 건수는 올해 1월~7월 11만478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4972건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정부의 단속 강화와 전산시스템 발달로 더이상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관세청 쪽은 지난 6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씨가 명품 등을 밀반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보고 ‘밀반입이 중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의식하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지만, 면세 한도를 넘긴 물건을 몰래 들여오려는 여행자들과 세관 사이의 눈치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지난 19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의 검사대에 선 한 남성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관 공무원은 “엑스레이 검사에서 가방 안에 시계로 추정되는 것이 보인다”며 꺼내보라고 했다. 그는 시계를 못 찾겠다며 몇번이나 실랑이를 벌였다. 세관원의 설득 끝에 그는 화장품 파우치 안에 숨겨둔 시계를 꺼냈다. 그는 원래 사용하던 시계라고 우겼지만, 시계는 누가봐도 새 것으로 보였다. 결국 그는 해외에서 새로 산 시계라고 실토했고, 세금을 내기로 했다.

면세 범위를 초과하거나 신고없이 불법으로 반입하려다 압수된 물건들이 지난 19일 인천공항 내 유치 창고에 쌓여있다. 인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인천공항 세관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걸리면 원래 갖고 있던 가방이나 시계라고 우기지만, 가방끈만 봐도 얼마나 사용한 물건인지 다 보인다”며 “원래 사용하던 물건임을 주장하려면 그 증명은 그러한 사실을 주장하는 여행자가 해야한다. 국내 판매처에서 발행한 영수증, 보증서 등을 제시하거나, 물건을 가지고 출국할 때 세관직원에게 신고하고 ‘반출 확인증’을 받아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엑스레이 판독실에서는 여행객들이 부친 짐을 찾기 전에 1차로 전부 분석한다. 북미, 유럽, 홍콩에서 돌아온 비행기일 경우 명품, 중국은 불법 의약품, 동남아는 금 위주로 살핀다. 면세 한도를 넘은 것으로 의심 되면 노란색 전자 자물쇠가 채워진다. 총과 칼 같은 도검류 반입이 의심되면 빨간색, 식물류면 초록색, 축산물이면 오렌지색 전자 자물쇠가 채워진다. 이렇게 자물쇠가 채워진 가방들은 별도로 짐 검사를 받아야한다.

주류의 경우 1인당 1병만 반입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1병 이상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날도 중국술을 2병 사오다 적발된 중국인이 있었다. 세관원은 “관세를 내면 술을 찾아갈 수 있다”고 절차를 설명했지만, 그는 “찾아가지 않겠다”며 화를 내고 가버렸다. 신고를 하지 않은 반입품들은 원래 내야 하는 세금에 추가로 가산세 40%가 붙는다.

지난 19일 인천공항 안 유치 창고에 쌓여있는 에쎄(ESSE) 담배의 모조 담배 ‘쎄쎄(SESE)’ 인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세상에 이런 것까지”

반입 한도 범위를 초과한 물건들, 별도의 검역이 필요한 외국산 농산물, 반입금지된 물품, 성분이 불명확한 물품 등은 각 공항의 유치 창고에 보관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에 위치한 유치 창고는 온갖 물건으로 가득차 있었다. 한편에 ‘SESE’(쎄쎄)라고 써진 담배가 눈에 띄었다. 국산 담배인 ‘ESSE’(에쎄)의 짝퉁 담배였다. 쎄쎄는 국내에 살고있는 동남아인들에게 팔기 위해 ‘보따리상’이 밀반입해 온 것이었다. 불법적인 물품이라 모두 폐기될 예정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의 짝퉁 가방·신발도 한쪽에 쌓여있었다.

고가의 시계와 가방은 별도의 방에 보관된다. 이 방에는 금괴 10kg, 롤렉스 시계, 명품 브랜드 가방 등이 보였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밀수한 금은 대체로 신체 부위에 숨겨서 온다. 몸에 붙여서 오면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항문 등 신체 안에 넣어 오면 영장을 받아야 수색할 수 있다”며 “밀수한 금을 깍두기 모양으로 만들어 항문에 넣어온 사례가 있었는데, 여행자 정보 분석관(여행자 출입국 기록 등을 분석해 범죄 혐의를 찾아내는 공무원)이 이를 알아채고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유치 창고 한편에는 성인용품도 한 상자 놓여있었다. 성인용품의 경우 개인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회풍속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만 만족시키면 통관이 가능하다. 상업용으로 대량으로 들여왔을 때는 관세청의 ‘성인용품 통관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뒤, 정식 수입절차를 거쳐야한다. 성인용품 통관은 관세법 234조에 따라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의 경우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기존에 위원회에서 허가했던 기존 물품과 비슷한 규격이면 수입을 허용한다”며 “예를 들어 사람과 똑같은 모양의 ‘리얼돌’은 심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인천공항 안 유치 창고에 쌓여있는 금괴. 수입절차를 밟기 위해 보관 중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창고 한편에는 냉동고가 놓여있었다. 냉동고를 열어보니 송이 버섯이 가득했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냉동고만 봐도 어떤 음식이 제철인지, 유행인지 알 수가 있다”며 “지난달엔 동남아에서 들여온 향채와 캐비아가 냉동고를 가득채웠다”고 말했다.

동물을 몰래 들고 오는 경우도 있다. 한 세관원은 “전갈, 거미, 거북이알, 앵무새알이 몇년 전에 많이 들어왔는데 최근엔 덜해졌다. 동물도 유행이 있는것 같다”며 “이런 사이테스 품목(보호동물)은 압수한 뒤 서울대공원에 위탁한다”고 말했다. 선승규 인천본부세관 홍보팀장은 “적발시 가장 황당했던 물품은 순대처럼 위장해 진공 포장된 백사, 살아있는 뱀, 앵무새, 원숭이였다”며 “세관원의 눈을 속이기 위해 가방 맨 위에 자진 신고할 플라스틱 샘플을 넣고 그 아래에는 옷가지를 넣은 다음 맨 밑바닥에 살아있는 전갈, 지네, 거미 등 총 312마리를 밀폐용기에 담아 옷으로 덮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인천공항에서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면세 범위를 초과하거나 불법으로 반입하는 물건이 없는지 승객들의 짐을 엑스레이로 검색하고 있다. 인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유치품 1위는 담배

온갖 물건이 보관돼있는 유치 창고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담배다.

담배를 면세 범위 이상으로 사왔다가 적발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찾아가길 포기하기 때문이다. 담배는 면세 범위인 1보루를 제외하고는 관세가 40%나 붙는다. 몰래 들여오다 들키면 여기에 부가세 10%까지 붙기 때문에 오히려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돈이 더 들게 된다. 적발됐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관세(구입금액의 40%)+개별소비세(1갑당 594원) 5940원+부가세({구입금액+관세+개별소비세}×10%)+지방세 1만4490원(담배소비세 1갑당 1007원+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의 43.99%)까지 붙는다. 즉 1보루를 2만원에 사왔다면, 관세를 3만1830원이나 내야한다.

유치 창고에 보관된 물품들은 불법적인 물품이 아닐 때는 30일 이내에 관세와 보관료를 내고 찾아갈 수 있다. 30일 이상 찾아가지 않으면 폐기되거나 공매 절차로 넘어간다. 수입은 국고에 귀속된다.

세관의 또다른 업무는 마약반입 단속이다. 세관원 중에는 사복을 입고 여행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복 세관원들이 있다. “검은 재킷, 청바지, 남성, 입국심사장에서 1층으로 이동.” 이날도 사복 세관원들의 무전기에선 끊임없이 소리가 났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행동이 수상하거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여행자들은 감시의 대상이 된다. 빈번하게 해외를 자주 왔다갔다 하거나, 지나치게 짧은 시간만 해외에서 머물고 돌아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달엔 한 남성이 입국장 기둥 뒤에 숨어 전화를 하며 2시간 동안 서성이는 모습을 보여 사복 세관원이 주시 끝에 체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 남성은 코카인 40g을 가지고 있었다.

선승규 팀장은 “세관은 수많은 여행자를 상대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불법 반입을 찾아내고 있다”며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까지 부과되니 신고서를 성실히 기재해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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