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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01 18:55 수정 : 2014.08.03 15:40

7월22일 밤 11시께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약국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았다는 경보가 들어와 세콤 현장출동직원 임임혁 선임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문은 제대로 잠겨 있었고 경비장치는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다시 작동시켰다. 출동 상황의 대부분은 이렇게 별다른 문제 없이 해결될 때가 많다.

[토요판] 르포 ‘세콤 24시’

▶ ‘복지 국가’의 반대말은 ‘야경 국가’입니다. 국가는 다른 건 다 시장에 맡기고 밤에 국민들을 지키는 일(night watch)이나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민들이 안심하고 잠드는 데는 상당 부분 민간 무인경비회사에서 설치해준 출입통제장치 덕이 큽니다. 야경마저도 시장으로 넘어간 셈이죠. 민간 무인경비보안회사들은 어떻게 계약자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킬까요? 그들의 24시간을 들여다봤습니다.

삐리릭~ 삐리릭~

“세콤입니다. 말씀하세요. 네? 네!”

전화를 받는 관제사의 목소리가 급박해졌다. 7월22일 오후 4시44분, ‘안심폰탁’에 걸려온 신고전화였다. 29살의 여성 김아무개씨가 서울 광화문 근처 한 미술관 앞에서 안심폰에 있는 긴급출동 버튼을 누른 것이다. 관제사가 보고 있는 세개의 모니터 가운데에는 그동안 걸려온 신고전화의 내역과 처리 상황이, 오른쪽 화면에는 신고자의 인적 사항이 한번에 떴다. 왼쪽 모니터에는 신고자의 현재 위치가 지도 위에 나타났다. 현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잡히지 않는 지역에 있는지 위치는 와이파이 기반으로 광화문 인근으로만 표시됐다.

“네, 지금 입고 계신 옷은 무엇입니까. 하늘색 셔츠요. 거기 계시면 곧 출동요원이 찾아갈 겁니다. 안심하고 기다리세요.”

관제사는 익숙한 손길로 주변의 출동 가능한 현장사원을 검색했다. 화면의 지도에는 어느 현장사원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에 표시된다. 가장 가까운 3명의 오토바이 출동 사원은 모두 출동 중이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지원차량을 호출했다. 지원차량 사원은 신고자를 찾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무사히 신고자를 안심시키고 병원으로 안내해 줬다. 신고전화가 걸려온 지 30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김씨는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여기서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20대의 안심폰 사용자라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류승환 상황팀장은 말했다. “바깥에 있을 때는 지피에스 덕분에 현재 있는 위치가 몇m 오차 이내로 정확하게 잡힙니다. 하지만 이렇게 실내에 계시거나 지피에스를 꺼놓았을 때에는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 이상신고 3만5000건
관제사 오작동이나 실수인지
진짜 출동해야 할 상황인지
재빨리 파악해 지시 내려야
3개 모니터 보며 상황 파악

현장출동 직원 900여명 대기
지시 내려오면 곧바로 출발
새벽근무는 졸음과의 전쟁
‘택배 집에 넣어달라’ 요청도
서비스 차원에서 들어준다

하루 1만건 정도 출동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에스원 관제센터에는 25명가량의 관제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 경기도, 인천, 강원도 지방을 총괄하는 센터로, 이 지역에서 걸려오는 신고전화는 모두 이곳으로 모이게 돼 있다. 지역별로 ‘탁’을 나누고 한 관제사가 그 지역에서 오는 신고를 총괄해서 관리하고 있다. 수원탁, 안양탁 이런 식이다. ‘탁’은 탁자에서 나온 말이라는데, 세콤의 고유한 단위다. 이외의 지역은 대구센터에서 관리한다. 한 명의 관제사가 2만~2만5000건 정도를 관리한다. 건은 큰 건물 하나일 수도 있고, 작은 가게 하나일 수도 있다. 하나의 관제장치를 1건으로 본다.

1981년 에스원의 전신인 한국안전시스템주식회사가 국내 최초로 시스템경비 영업을 개시한 뒤 30여년이 지났다. 에스원은 일본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유명한 세콤 브랜드를 도입해 무인경비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이제 웬만한 가게에는 다 무인경비 시스템이 달려 있고, 순수하게 건물만 지키는 당직은 상당수 사라졌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경비회사에 상당히 기대고 있는 셈이다.

하루에 수원과 대구의 관제센터에 걸려오는 보고는 모두 3만5000건 정도다. 그중 5000~1만건 정도가 출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7월 들어 22일까지 신고 건수는 모두 88만건이고 이상이 있다고 판단해 처리한 경우는 10만건쯤 된다. 관제사는 신고된 상황이 기계 고장 등으로 인한 오인보고인지, 정말로 출동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빠른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한다. 판단이 빠를수록 출동시간이 빨라진다. 화재사고, 강도사고 등의 경우는 수십초 차이로 피해 규모가 결정날 수 있다. 올해 세콤이 담당하는 구역에 실제로 침입이 이뤄지는 등 문제 상황이 생긴 경우는 1734건이고, 이 중 침입·도난미수 건수는 550건이다.

예를 들어 한 공장의 무인경비기에서 누군가 침입했다는 보고가 들어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관제사는 재빨리 이게 진짜 침입인지, 아니면 공장 직원 등이 깜빡하고 경비장치를 제대로 해제하지 않은 채 들어와서 생긴 보고인지 판단해야 한다. 사실 이런 착오에 의한 보고가 제일 많은 편이다. 오후 4시7분께 울린 경보가 그 좋은 예다. 수원시 고색동 ㄷ전기에서 침입보고가 울렸다. 관제사는 재빨리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했다. 누군가 받았다. “여보세요. 세콤 관제센터입니다. 침입경보가 울려서 그러는데 들어오신 분은 누구십니까?” 관제센터는 전화를 받은 직원이 등록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 오인신고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상황을 해제했다. 류 팀장은 “그런데 전화받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예전에 한번 침입신고가 나서 전화했는데 도둑이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 적이 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관제사가 사장에게 전화해서 이런 직원이 있느냐고 다시 확인해 출동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혹시 “고객이 흉기 등으로 협박을 받아서 아무도 침입하지 않았다고 대답할 가능성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고객의 목소리 음색을 듣고 미리 정해진 암호나 비밀번호를 묻는 경우도 있다. 틀리게 대답할 경우 바로 출동한다”고 대답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관제사는 최하 5년 이상 현장출동 사원으로 근무한 사람 중에 뽑는다. 평균 10년 이상 현장 근무를 했던 관제사들은 현재 상황이 어떤지 전화와 관제설비의 이상신호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세콤의 현장출동차량 내부 모습. 조수석을 뜯어내고 고객들의 열쇠를 보관하는 함을 달았다.
방탄조끼·헬멧에 가스총·3단봉 장비

국내 관제시장은 세콤과 캡스, 케이티텔레캅 등의 대형 업체 외에도 군소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가격경쟁이 격심한 상태다. 기존의 관제만으로는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비업체들은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핵심은 이동통신과의 연계다. 세콤의 안심폰 서비스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스마트폰이나 폴더폰에 있는 에스원 버튼을 3초 이상 누르면 곧바로 보호자에게 문자서비스로 비상상황이 알려지고, 세콤 관제사가 곧바로 전화해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건강상담도 가능해 멀리 떨어져 사는 노부모 등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세콤 쪽은 밝혔다. 또 건물의 설비와 에너지 소비를 원격으로 관리해 주는 엔프라, 출입문 관리 등 물리관제와 정보보안 관제를 융합한 이에스(ES·엔터프라이즈 시큐리티) 등으로 관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종합 안심솔루션 기업’이 에스원의 모토다.

수원관제센터가 담당하는 구역 내 현장출동 사원은 모두 900명 정도 되며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합쳐 모두 800대가 순찰을 돌고 있다. 보통 차량 1대가 1000건 정도를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관제사가 센터에서 출동 상황이라고 판단을 내리면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해결하는 사람이 바로 이들이다.

수원 인계동 인근 지역의 22일 저녁 야간근무 당번은 임임혁(32) 선임이었다. 근무시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비가 부슬부슬 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출동이 좀 적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적은 편이라서 출동 상황도 좀 적죠. 제일 바쁜 시간은 역시 근무 시작할 때부터 오후 9시까지입니다. 상황이 생긴다기보다는 고객들이 퇴근하면서 기기 조작을 실수하는 경우가 많고 자동현금입출금기(ATM)가 장애를 일으켜 출동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세콤은 관제만 하지 않는다. 은행이 문을 닫고 난 뒤의 현금입출금기의 관리는 대부분 경비회사들이 맡는다. 영수증이 떨어지거나 카드가 걸리는 등의 상황에도 대부분 경비회사가 대응한다.

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자기가 맡은 구역의 중간 지역쯤에서 대기한다. 순찰한다고 돌아다니다가는 교통사고가 나거나 출동상황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임 선임이 주로 대기하는 장소는 수원 민방위교육장이다. 이날 기자를 뒷좌석에 태운 임 선임은 “가만히 대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출동이 많은 게 낫다”고 말했다. 세콤 차량의 운전석 옆자리는 좌석을 들어내고 고객들의 열쇠를 보관하는 보관함이 설치돼 있다. 출동해서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다.

“야간근무는 피곤해요. 특히 여름휴가철은 더 그렇죠. 명절 때나 휴가철에는 현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당연히 침입절도 사건도 늘어나고요. 그래도 멍하니 대기하고 있는 것보다는 뭔가 일을 하는 게 더 낫습니다. 새벽에는 죽을 것처럼 졸리거든요.” 차량 뒷자리에는 목캔디와 껌통이 여러개 놓여 있었다. 졸음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다.

8시58분 첫 출동 지시가 내려왔다. 한 고객이 퇴근하려고 하는데 가게 열쇠가 없어서 관제실에 신고했다. 임 선임은 5분 만에 달려가서 문을 대신 잠가주고 나왔다. 임 선임은 2008년 입사해 지금까지 6년을 일했다. 맡은 지역은 수원 임계동을 포함해 5개 동으로 번화가라서 출동이 많은 편이다. 하룻밤에 보통 20건 이상 출동을 한다.

“항상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상황을 만날 수 있어서 일은 굉장히 재밌습니다. 고객의 안전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도 있지요.” 임 선임은 일 자체에는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잦은 야근 때문에 피곤해했다. 세콤의 현장요원은 낮근무 이틀, 야근 이틀, 휴일 이틀을 돌아가며 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동 부리는 취객 상대해야 할 때도

밤 10시5분에 다시 출동 지시가 내려왔다. 2.4㎞ 떨어진 축협 냉동창고에 문이 열렸다는 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출동 지시는 스마트폰의 전용 앱에서 알람으로 오기도 하고 직접 관제센터에서 전화로 오기도 한다. 밤에 경비시설을 제대로 해제하지 않고 문이 열렸다는 것은 침입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마 조작 실수일 것”이라는 임 선임도 조금 긴장한 표정이었다. 출동 지시가 떨어지면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곧바로 출동지까지의 최단경로가 표시된다. 5분 정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임 선임은 헬멧을 쓰고 3단봉을 챙겼다. 실제 상황에서 세콤 현장요원이 갖춰야 하는 기본 장비다. 임 선임이 입고 있는 조끼는 앞쪽은 방탄 소재고 뒤쪽도 칼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질긴 그물형 소재로 돼 있다. 조끼 안에는 가스총도 들어 있다.

차에서 내리고 3단봉을 편 임 선임이 조심스럽게 축협 냉동창고 주변을 둘러본다. 문이 열려 있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쪽 문이 빼꼼 열리며 술을 한잔 걸친 기색의 중년 남성이 나왔다. “세콤 출동직원입니다. 문이 열렸다는 경보가 들어와 출동했습니다.” 임 선임은 그 사람의 신원이 이곳 직원임을 확인한 뒤에 출동 상황을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술을 드신 다음에는 조작 실수가 많습니다. 경비를 해제하지도 않고 문을 여는 경우도 있고요.” 역시 술은 백해무익이다. “술집 고객의 경우 취객이 소동을 부려서 저희를 부를 때도 있습니다.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저희가 출동해서 1차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취객을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주말에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후 몇번의 출동이 더 있었지만 모두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은행 365코너의 문이 잠기는 11시30분께에는 미처 나가지 못하고 갇힌 사람들을 꺼내줘야 하는 출동이 잦다.

11시44분 또 한번의 출동 지시를 받고 임 선임이 출동했다. 한 아파트였다. 아파트에는 대부분 자체 경비시설이 달려 있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추가로 관제업체와 계약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임 선임은 “예전에 도난이나 침입 피해를 당한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출동의 임무는 ‘택배’였다. 정확히는 ‘집에 아무도 없는데 택배가 문 앞에 놓여 있다. 집 안에 좀 넣어 달라’는 요구였다. 임 선임은 문을 열고 택배를 집 안으로 넣었다. “이런 요청까지 받느냐”는 질문에 임 선임은 “집에 아무도 없는데 개 밥 좀 주라는 요구가 들어올 때도 있다. 계약사항은 아니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이런 요청도 대부분 들어준다. 안 그러면 계약이 끊길 수도 있다”며 웃었다.

임 선임은 일하면서 한번도 도둑을 실제로 마주친 적은 없다고 했다. 아무리 빨리 출동해도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1~2분 만에 손에 잡히는 것만 털어서 순식간에 달아나는 도둑을 잡을 수는 없다. 다만 세콤의 비상벨이 울리고 곧 현장요원이 출동할 것이라는 안내방송만으로도 피해는 크게 줄일 수가 있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도난된 만큼의 금액은 보험을 통해 보상되기도 한다.

다시 민방위교육장 주차장으로 들어오니 서 있던 차량 두대가 황급히 시동을 걸어 사라졌다. 임 선임은 “여기가 주차도 무료이고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밤이 되면 남녀 둘만 탄 차량이 많이 들어옵니다. 저희 차가 경광등이 달려 있어서 그런지 제가 오기만 하면 저렇게 가버리는군요”라며 웃는다. 누군가의 은밀한 욕구를 쫓아내며 세콤의 차량은 그렇게 새벽을 지키고 있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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