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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4 19:11 수정 : 2014.07.05 12:03

서울 잠수교 남단 쪽에 위치한 세빛둥둥섬의 6월24일 모습. 왼쪽이 현재 운영중인 1섬이고, 오른쪽에 2섬이 보인다. 2섬에는 이달 중 문을 여는 뷔페식당과 한류상품 판매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빛둥둥섬은 곧 이름을 바꾸고 9월쯤 3섬까지 완전 개장할 예정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르포
재개장 앞둔 세빛둥둥섬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인 정현종의 이 짧은 시는 ‘수능 국어’ 식으로 해설하면 ‘소통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고독’을 담고 있습니다.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는 한강에 섬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일견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그 섬에서 여러 난장(亂場)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웃으며 그 광경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이끌려 함께 들썩이게 되는 공간이 있다면 서울의 삭막함도 조금 감소할 테니까요. 세빛둥둥섬은 과연 그런 공간이 될까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비한 한강변이 다 그렇듯 잠수교 남단 둔치에도 그늘이 없었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여름 햇볕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 강가에 덩그러니 세빛둥둥섬이 떠 있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섬. 오는 9월 완전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세빛둥둥섬을 6월24일 찾았다.

사실 세빛둥둥섬의 이름은 곧 바뀔 예정이다. 세빛둥둥섬 사업을 진행하는 ㈜플로섬의 대주주인 ㈜효성은 애초 이 섬의 이름을 ‘세빛섬’으로 정했다. 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개의 빛’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그런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여기에 ‘둥둥’을 더했다. 나쁜 말은 아니지만 왠지 우스운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게다가 세빛둥둥섬 사업이 표류하면서 ‘세금둥둥섬’이니 하는 별명까지 붙었다. 효성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섬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 이름을 선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년반 이상 ‘표류’하던 인공섬
9월 완전 개장 목표로 정비
이미지 위해 이름도 바꿀 예정
1섬에는 카페·레스토랑·예식장
2섬에는 뷔페식당 준비중

오세훈 전 시장이 서두른 탓에
공사비는 계획보다 2배로 뛰어
혈세낭비라는 인식은 오해지만
공공성 강화는 마땅한 일
더 많은 고민과 상상력 필요

“약간 물비린내가 나는데…”

현재 세빛둥둥섬은 세 섬 중 가장 큰 1섬만 운영중이다. 1섬에는 1층에 커피 등을 파는 ‘시엔엔(CNN) 카페’, 레스토랑 ‘호텔 올라’ 등이 들어서 있고, 2층에는 컨벤션센터가 있다. 3층에는 컨벤션센터와 연계된 레스토랑인 ‘비스타 펍’이 운영중이다.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2섬에서는 2층 뷔페식당 공사가 한창이었다. 뷔페식당은 7월 중 문을 열 예정이다. 1층에는 해외관광객, 주로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한류상품 판매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제일 작은 3섬은 어떻게 이용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수상레포츠 관련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3섬까지 다 개장하는 것은 9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세빛둥둥섬을 찾는 사람은 평일에는 300명 정도, 주말에는 1000명 정도다. 세빛둥둥섬이 일부나마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세빛둥둥섬 운영을 맡은 효성 쪽은 완전히 다 개장하고 나면 평일 1000명, 주말에는 3000명까지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섬 1층의 시엔엔 카페는 강남 등 다른 곳에 있는 시엔엔 카페와 별다를 것이 없지만 한강이 바로 보이는 조망이 좋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호텔 올라는 평일 오후라 그런지 한산했지만 인테리어는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올라는 여러 군데 지점이 있는데 이곳은 특별히 고급을 지향한다며 ‘호텔’이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값이 조금 비싸다. 비슷한 상권이라고 할 올라 반포점의 코스인 ‘피렌체’는 1인분에 5만9000원인데, 제공되는 요리가 거의 비슷한 호텔 올라의 피렌체는 7만9000원이다. 세빛둥둥섬에서 먹는 비용 2만원이 추가된 셈이다. 국제회의나 결혼식 등을 하는 2층 컨벤션센터는 상당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였다. 섬의 3층까지 튼 13m의 높은 돔형 천장 때문에 개방감이 있었고, 한쪽 벽은 유리창으로 만들어서 저녁에는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 예식이나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가격은 상당했다. 컨벤션센터 운영을 맡은 ‘플로팅 아일랜드 컨벤션’의 팸플릿에는 대관료 300만원, 세리머니 300만원, 꽃장식 450만원에 식사가 6만~12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3층 레스토랑은 식사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펍 형태로 꾸며져 있었는데 컨벤션센터와 연계돼 예식을 보고 위에 올라와서 식사를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밤에는 세빛둥둥섬 전체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따로 조명을 비추는 방식이 아니라 창문 안에 촘촘히 박힌 엘이디(LED)가 발광하는 방식이다.

세빛둥둥섬의 건물 내부.
비 올 때 여기서 막걸리에 빈대떡?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여자친구와 시엔엔 카페를 찾은 강민석(21·학생)씨는 “(반포대교에서 하는) 무지개 분수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여기 카페가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왔다”고 했다. 애초에 세빛둥둥섬을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는 “약간 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며 “경관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서 끝”이라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함께 온 정채진(21)씨는 “섬이라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개방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여긴 그냥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실내일 뿐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상당히 냉정한 반응이다.

기자의 감상을 말하자면 세빛둥둥섬 1섬은 괜찮았다. 데이트하기에도,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도 나쁘지 않아 보였고, 강남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식당이나 카페의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최선일까. 그 많은 논란과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 이 섬이 그냥 경관 좋은 고급 레스토랑으로만 쓰이는 현실이 말이다.

세빛둥둥섬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한강에 인공섬을 세우자는 아이디어는 서울시민들의 시정 제안장이었던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처음 올라왔고, 한강 정비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자 했던 오세훈 당시 시장의 맘에 ‘꽂혔다’. 오 시장은 한강변 경관을 개선하는 한편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수상이용을 활성화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했다. 세빛둥둥섬은 그 핵심이었다. 2008년 1월 서울시가 플로팅아일랜드 조성 및 운영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을 발표해 3월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소울플로라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씨앤(C&)그룹이 67%의 지분을 가진 소울플로라 컨소시엄이 6월 사업협약을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사업은 순항할 것처럼 보였다.

2008년 하반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대 주주 씨앤그룹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사업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의 건설 계열사였던 진흥기업이 인공섬 시공에 참여하기 위해 10% 지분을 획득했고, 사업이 표류할 것을 우려한 서울시에서 효성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한강본부 장정우 본부장, 이제원 부장이 효성을 방문해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사업 참여를 요청한 것은 그해 12월이었다.

씨앤그룹의 대체 출자자로 나선 연예기획사 웰메이드스타엠마저 자금 문제로 결국 손을 들자 서울시는 몸이 달았다. 효성이 아니면 사업이 취소될 판이었다. 효성 관계자는 “당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에 참여했다”고 회고했다. 2009년 2월 효성이 사업 참여를 결정해 3월부터 바로 공사에 착공했다. 공사는 쉽지 않았다. 두바이 등에서 인공섬을 만든 사례는 있지만 물에 뜨는 섬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의 임기 중에 세빛둥둥섬이 완공되기를 바란 오세훈은 ‘패스트 트랙’ 방식을 추진했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건설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662억원으로 책정됐던 투자비는 2009년 5월 964억원으로, 2011년 12월에는 139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래도 어찌어찌 완공은 됐다. 2011년 5월21일 세빛둥둥섬은 임시사용허가를 받으며 사실상 완공했고, 개장식에는 오세훈 시장도 참여했다.

그사이 세빛둥둥섬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반대를 내걸고 눈물쇼까지 하며 주민투표를 벌였지만 결국 실패해 2011년 8월 사임했다. 뒤이어 서울시장 자리에 오른 이는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이었다. 사업성 문제와 혈세 낭비, 특혜 시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세빛둥둥섬 사업은 집중 감사를 받게 됐다. 2012년 7월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업협약이 무효다, 민자사업자한테 유리하게 체결된 불공정 협약이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 와중에 세빛둥둥섬은 표류했다. 거의 2년 반 동안 폐쇄된 채 떠 있기만 했다. 밤이 되면 ‘비행 청소년’의 아지트가 된다는 소문도 들렸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세빛둥둥섬을 방문해서 “경치가 좋은 곳은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좋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맥주를 한잔 하든 치맥을 하든 빈대떡에 막걸리를 한잔 하든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아주 좋은 명소가 이제 개관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와서 보니깐 좋은 시설을 총체적 부실, 흉물이라고 낙인을 찍어 2년 반이나 방치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적 이해 때문에 세빛둥둥섬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 후보는 세빛둥둥섬을 잘 이용하자고 한 이야기였지만 효성 내부에서는 이 말을 듣고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는 후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막걸리와 빈대떡’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 오는 날이라니. 비가 많이 오면 세빛둥둥섬을 폐쇄해야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잠수교 방향에서 바라본 세빛둥둥섬. 맨 앞에 보이는 섬이 2섬이다.
섬이 아니라 쇠사슬에 묶인 배

세빛둥둥섬은 엄밀히 말하면 배다. 등록도 선박으로 돼 있다. 1섬이 1만8000t, 2섬이 1만t, 3섬이 3000t 정도인데, 이름 그대로 둥둥 떠내려가지 않도록 강바닥에서 쇠사슬로 연결돼 있다.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 이 쇠사슬을 수위에 맞춰서 올릴 수 있다. 반포대교 쪽의 한강 평지수위는 2.7m인데 세빛둥둥섬은 최대 12m까지 뜰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 역사상 가장 큰 홍수로 꼽히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당시 한강 인도교 수위가 12.26m까지 올라갔다고 하니 세빛둥둥섬이 물에 잠길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셈이다. 세빛둥둥섬이 폐쇄되는 수위는 잠수교와 맞췄다. 잠수교는 수위가 5.5m를 넘으면 보행이, 6.2m 이상이면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하지만 폐쇄되는 날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수교가 통제되는 날은 매년 평균 9.6일 정도에 불과하다. 세빛둥둥섬 운영을 맡은 효성 에프아이(FI)사업단 영업지원팀장 차상윤 부장은 “세빛둥둥섬이 만들어진 지 3년 동안 세번의 여름을 거쳤는데 한번도 침수되거나 안전에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와 사회적 논란 등으로 2년 반 동안 표류했던 세빛둥둥섬은 효성이 직접 운영하기로 하고, 무상 사용기간을 종래 30년에서 20년으로 줄이고 추가 10년은 유료 사용하기로 서울시와 협약을 다시 맺으면서 정상화되고 있다. 효성은 지난 5월 한해 90억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하고 플로섬과 계약을 맺었다. 세빛둥둥섬의 소유 운영 구조는 간단하게 정리하면, 효성, 에스에이치(SH)공사 등이 대주주인 플로섬이 세빛둥둥섬을 소유하고, 이를 효성이 임차해 플로섬에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효성은 레스토랑, 컨벤션 업체에 다시 재임대를 하고, 뷔페식당 등 직접 운영하는 시설을 통해서도 수익을 거둔다. 레스토랑과 컨벤션 등은 특별히 정해진 임대료가 있는 게 아니라 매출의 20%를 효성에 임대료로 낸다. 그 정도로 매달 10억원 가까운 이익을 거둘 수 있을까? 차 팀장은 “열심히 노력하긴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 플로섬은 90억원의 임대료를 받아서 수익이 날까? 이 섬을 만드는 데 1390억원이 들었으니 단순히 계산하면 연 수익률은 6.4% 정도다. 임대료를 받아서 본전을 뽑는 데는 15.4년이 걸린다. 들어간 돈이 대부분 다른 데서 빌려온 돈이니 이자비용까지 계산하면 그 기간은 한참 늘어난다.

효성은 세빛둥둥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상당 부분 오해 때문에 생겼다고 억울해한다. 세빛둥둥섬이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 섬은 효성이 최대 지분(57.8%)을 보유한 비오티(BOT) 방식의 민간 투자 사업이다. 비오티 방식은 개발사업자가 시설을 만들고 일정 기간 운영해 수익을 거둔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의 민자사업이다. 즉 효성의 자회사인 플로섬이 세빛둥둥섬을 만들고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하며 개발비와 운영비 등을 회수한 뒤 서울시에 기부하는 것이다. 사업에 투입된 총 1390억원의 대부분을 효성이 직접 지급보증을 통해 조달했으며, 시민의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에스에이치공사가 지급보증한 239억원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돈 또한 세빛둥둥섬이 제대로 운영되어서 수익을 거두면 정상적으로 회수될 수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처럼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가 추가적으로 부담할 돈도 없다. 세빛둥둥섬을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례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효성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게다가 이미 다 만들어진 시설이니 방치하는 것보다 잘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문제는 공공성이다. 현재 효성의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한강을 바라보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결혼식장이 될 뿐이다. 효성은 섬이 아닌 둔치에 지어진 공연 및 전시공간인 ‘미디어아트 갤러리’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효성 설명대로 이 섬이 민간 투자로 지어진 사업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공공재인 한강의 수변을 이용하는 비용은 시민들에게 돌려져야 마땅하다. 더 많은 고민과 상상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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