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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1 20:14 수정 : 2013.10.14 10:28

수술 전후 사진을 걸어두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형외과 광고는 도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도 쉽게 성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매체 환경이 달라지면서 새로 등장한 의료 광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시민들이 서울 을지로 지하도에 있는 성형외과 광고판 앞을 스쳐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

[토요판/르포] 성형외과 카카오톡 상담

▶ 깨톡! 주변을 둘러보면 남녀노소 ‘깨톡’(카카오톡)을 안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성형·미용 관련 병원들은 카카오톡 세상에서 광고 영업에 한창입니다. 지하철, 버스, 블로그 등에 적힌 성형외과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친구로 추가해보았습니다. 카카오톡 화면에서 이뤄지는 성형 상담(또는 수다)은 친절한 편이지만, 결국 병원에 와서 전문가인 의사를 만나보라 하네요.

추석 연휴를 앞둔 9월의 어느 퇴근길 서울 지하철 3호선 객실 안, 손안에 펼쳐진 세계에서 짧은 말들의 성찬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얼핏 보면 ‘똑같이 생긴’ 여성 두 명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대의 비주얼 이제는 비 주얼(Be Jewel, 보석이 되어라)’이라는 센스 있는 문구가 보였다. 그들의 사진 아래에 상담을 받아보라는 듯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아이디 여러개가 쓰여 있었다. 호기심에, 그리고 손쉽게, 대화중이던 카카오톡 창을 닫고 광고판에 적혀 있는 상담용 카카오톡 아이디를 ‘친구’로 등록했다. 이후 여러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아이디를 추가로 등록했다.

지난 7일 기자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실장과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하고 저장한 화면.

상담 18분이 지나자 답이 오지 않았다

지난 7일 오후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동시에 운영하는 서울 ㅍ병원의 카카오톡 창에 글을 남겼다. 턱과 턱 주위에 카시오페이아자리(W) 모양으로 솟아오른 여드름이 고민이었다. 오후 4시24분 턱 여드름 상담도 하냐고 물었다. 상대로부터 대답이 온 건 오후 5시19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여드름은 필링을 하는 게 좋으세요.”(상담실장)

“알아보니 성인 여드름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요.”(기자)

“성인 여드름은 스트레스나 환경적인 요소에서 오는 것이 많습니다. 일단 피부상태를 봐야 합니다.”(상담실장)

턱 주위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셨어요?”(상담실장)

“주말 동안 올라왔고요. 손 많이 안 대려 했는데 자꾸만 손이 가네요.ㅜㅜ”(기자)

벌써 저녁 6시50분, 퇴근시간이 지났다. 상담도 거기서 멈췄다. 다음날 오전 10시20분 다시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보통 생리 시기나 배란일 전후에 호르몬 이상으로 나타나거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거나 하면 일시적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연고를 사서 바를까 하는 고민 중이라고 답하자, 손안의 세계에 있는 상담실장은 바로 대답했다.

“손으로 만지는 게 가장 안 좋습니다. 술이나 밀가루 음식 등을 피해주시고 되도록 숙면을 취하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고는 ‘비추’(비추천)고요. 푹 쉬고… 과일, 물 많이 드세요.”

7일 오후 같은 시각, 또다른 성형외과 강아무개 실장 이름의 카카오톡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생각나는 대로 눈과 코, 팔자주름 등의 부위를 읊었다. 마치 답변 매뉴얼이 있는 듯 물 흐르듯 대답이 이어졌다.

“비용이 궁금하신 건가요? 눈은 쌍꺼풀 말씀이시죠? 쌍꺼풀 수술 시 대략적인 비용은 150만원이에요~ 기본 코 수술 시 비용은 280만원이고 팔자주름은 방법이 여러 가지예요^^; 처짐이 심하시다면 피부절개로 리프팅(안면 주름살 제거 수술의 일종) 권해드리며 정도에 따라 실 리프팅(실을 이용한 리프팅) 또는 지방이식으로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절개하면 자국 안 남아요?”

메시지 읽음을 표시하는 작은 숫자는 사라졌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소요 상담시간은 18분이었다.

성형외과 카카오톡 아이디로
상담 문자를 보냈다
“턱 여드름 상담도 하나요”
“여드름 필링하는 게 좋으세요”
퇴근시간이 지나자 답변이 끊겼다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카오톡 이용 광고가 늘었다
잡지·지하철 광고는 포화상태
온종일 곁에 있는 모바일 통한
SNS 광고는 새로운 영역이다

카카오톡 상담의 결말은 내원상담 권유

회사에 출근해서도 개인적 용도로 카카오톡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8일 오전 성형외과에서 카카오톡 상담 업무를 하는 한 실장은 오전 시간이라 여유가 있다며 업무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물론 중간중간 병원 상담도 빼놓지 않았다.

“카톡 피시 버전 등장(지난 6월20일) 이전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뻔했어요. 핸드폰으로 씨름하느라~ㅋㅋㅋ”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한다는 그는 카카오톡 상담 진행만 8개월째라고 했다. 전에 일하던 실장이 퇴사하면서 업무가 주어졌다고 했다. 카카오톡 상담뿐 아니라 내원환자들 상담도 한다. 병원에서 개통해준 상담용 휴대폰으로 하루 많게는 60~80건의 상담을 하고, 적을 때는 25건 정도다. 새벽 3~4시에도 메시지가 날아와 힘들었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 무음으로 해놓고 잔다.

“저녁에는 잘 안 봐요. 저도 쉬어야 하니까.”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겪는 고충은 작은 손안의 세계에서도 재현됐다.

“가끔 응대가 늦어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막말을 하시는 분들한테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래 봤자 저만 손해더라구요~ 그러려니 하는 거죠.^^”

이렇게 말 많은 손님은 싫지 않으냐고도 물어보았다.

“바쁠 때는 응대를 잘 못해드리니깐요. 지금은 많이 바쁘지 않아서. 카톡으로 상담하는 것보다 내원해서 정확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아요.”

서로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끝마쳤다. 오프라인 상담,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과 카카오톡 상담까지 감정노동자의 유형도 기술의 진보를 따라 진화중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ㅈ성형외과의 심재승 홍보팀 실장에게 카카오톡 상담 업무와 관련해 물었다. 그는 업계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의사 11명이 있는 이 성형외과는 업계 에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카카오톡 상담 실시 이후 고객이 늘었을까.

“당연히 늘었죠. 카톡 상담을 받고 내원해 수술 예약까지 잡은 분들은 카톡 상담 기록이 남거든요. 그렇게 파악한 결과 10~20% 정도 고객이 늘었어요.”

이 성형외과가 2년 전 처음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시작했을 때는 상담용 카카오톡 아이디가 하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자 6명의 상담실장이 상담을 한다. 전문의만큼 의학적으로 심도 있는 대화는 굳이 필요 없다. 비용, 할인 여부 등을 위주로 답변한다.

심 팀장은 ‘접근성’을 카카오톡 업무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1만1000명의 카카오톡 사용자가 24시간 은밀하게 상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몰려 있는 병원을 오기에 불편한 지역이나 해외에 사는 사람들, 전화상담이나 내원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남성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자신의 사진을 보내주는 경우는 20~30%로 적은 편이라고, 아무래도 아직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꺼리는 것 같다고 심 팀장은 분석했다.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대개 내원상담을 권유하는 게 카카오톡 상담 업무의 궁극적 목적이다.

보통 상담실장들은 카카오톡뿐 아니라 전화, 온라인, 방문상담 업무도 함께 한다. 원래 하던 전통적 방식의 상담 업무에 이제는 카카오톡까지 업무가 늘었다. 심 팀장은 보통 병원들이 상담 건수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상담 고객이 수술까지 마친 뒤라야 비로소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추가 임금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상담 업무는 일종의 마케팅, 광고 영업이다. 의료보험 비급여과목을 진료하는 병원, 즉 ‘치안피성’으로 묶이는 치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에서 많이 이용한다. 기업화가 된 성형외과는 상담실장이 주로 성형 견적에 대해 상담을 하고, 피부과나 산부인과, 치과 등은 전문의가 직접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굿닥’이라는 병원 소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아이마케팅코리아 임진석 이사는 카카오톡 상담과 같은 의료광고 방식의 변화 원인을 매체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800여개의 병원이 ‘굿닥’을 통해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피시 검색이 줄고 모바일 검색이 늘고 있어요. 이런 생활양식과 마케팅의 조화를 찾은 거예요. 환자는 정해진 병원 업무시간 이외에도 상담을 요청할 수 있어서 좋고,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받기도 편하니까 좋고요. 병원에서는 고객과의 연대를 이어가기 쉽고 빨라서 좋죠.”

임 이사는 양악수술을 받은 충청도의 고객이 왜 뼈가 시린지 엑스레이 사진 파일을 모바일로 전송해 상담을 받은 사례를 들며 병원과 환자 간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숱한 광고가 손안으로 파고드는 시대

카카오톡을 이용한 광고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병원끼리 경쟁이 치열해서이기도 하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추산 결과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원한 병원은 1000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형외과 시술을 포함한 미용 관련 병원의 수는 전국적으로 모두 1만여곳이다. 정형외과나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서도 보톡스나 아이피엘(Intense Pulse Light·주근깨 및 잡티 치료, 피부탄력 회복 등을 위한 레이저 치료의 일종) 같은 시술을 한다. 의사면허만 있다면 불법은 아니다. 결국 미용 시장만 이전에 견줘 10배 이상 커졌다. 홍종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가 말했다.

“일반의나 다른 전공의들이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배운 전공으로는 돈을 충분히 못 버니까 성형외과 시술을 하는 거죠. 성형외과 쪽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지는 않아요. 그 선생님들이 자기 전공으로 계속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요. 그게 아니라면 배출되는 의사들이 계속 성형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요. 지금 너무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환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다 보니 광고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잡지 광고, 지하철 광고, 블로그 광고는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최근 에스엔에스(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광고가 늘었는데, 미용이라는 개인의 내밀한 욕망을 상담하는 데에 모바일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카카오톡 시장은 거의 광고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을 규제가 쫓아가지 못하는 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의료진이 아닌 상담실장이 카카오톡으로 의료정보를 주며 일종의 마케팅을 하는 거잖아요. 2~3년 전부터 달라진 변화라 아직까지 실태조사도 돼 있지 않아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 내부에 걸린 광고나 온라인 광고뿐 아니라 카톡 상담까지 아직은 모두 의료광고법에 따른 사전심의 대상이 아니에요. 사실 모두 광고로 볼 수 있는데도요. 소비자를 현혹하는 이런 유사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시장의 이러한 마케팅 풍속이 활발해질 무렵 카톡은 기업과 개인 간의 소통, 곧 마케팅을 위한 창구로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수진 카카오톡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홍보가 필요한 업체는 플러스친구 출시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더라고요. 일단 전화번호 교환이 필요 없으니까 쉽게 사용한 것 같아요. 그런 활용 모습을 보고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활용할 통로를 만든 게 ‘플러스친구’였어요. 개인 대 개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출발한 카카오톡이 기업과 개인을 잇는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병원 말고도 경찰, 동네 커피숍 등 다양하게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카카오톡의 ‘플러스친구’를 이용하는 병원은 모두 14개 병원뿐이다. 대개 앞서 소개한 ‘치안피성’ 곧 피부과, 치과, 안과, 성형외과 등이 마케팅 목적으로 플러스친구를 이용하고 있다. 플러스친구를 이용하려면 개설할 때 시스템 이용을 위한 ‘입점비’와 개설 이후 친구 수나 메시지 발송 건수에 따라 책정되는 광고비를 카카오톡에 지급해야 한다. 대다수 병원이 플러스친구보다 일반 카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료로 상담 업무 또는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8일 오전 9시2분, 전날 주름 제거 상담을 했던 ㄷ성형외과 상담실장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답변해줘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다.

“아, (답변) 고맙습니다. 출근하셨나봐요.”

“네^^*”

“저도.ㅋ”

“아 그러세요 ㅎㅎㅎ 날씨도 꿀꿀한데 힘내시구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카톡으로 물어보는 분들 많으시죠? 조금은 귀찮으시겠어요.”

“업무이니 어쩔 수 없죠 ㅎㅎㅎㅎ”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 카카오톡에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매체 환경이 달라지자 등장한 새로운 마케팅 유형이다. 새 마케팅 방법은 보다 내밀하고 즉각적이다.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처럼 살갑고 가벼운 대화를 하다 보면 의료광고인지, 상담인지, 대화인지 경계가 모호한 순간이 온다. 접근성을 무기로 한 숱한 광고가 손안으로 파고드는 시대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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