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께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서울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 강남농수산물검사소 공무원들이 방사능 검사를 위해 일본산 도미를 시료 채취용 봉투에 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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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르포] 수산물 방사능 감시
▶ “먹어도 되나.” 추석 명절에 상 위에 놓인 동태전을 보고 잠시 망설였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이라 더 고민이었습니다. 많은 분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수산물,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요? 방사능 검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수산물 방사능 검사의 현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26일 오후 1시 서울 가락동 수산시장은 한산했다. 서울시 산하 강남농수산물검사소 소속의 최기원씨는 상인들 틈에서 수산물을 고르고 있었다. “한달에 두번씩 시장이나 마트에 나와 수산물을 열개 정도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검사할 수산물을 고르는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무작위로 가게 열곳에 들러 각기 다른 어종을 하나씩 선택하는 거죠.” 최씨는 상인들의 협조를 받아 농어, 가리비, 도미 따위를 비닐팩에 담았다. 방사능 검사를 의뢰할 수산물 열개를 고를 때 절반은 국산으로 채우고, 나머지 다섯개는 일본, 중국 등 각기 다른 나라의 어종으로 고른다고 했다. 이렇게 채취한 수산물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진다. 이 연구원은 서울 강남과 강북, 강서 등 모두 세곳의 농수산물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각 검사소에서는 한달에 두차례씩 열개의 시료를 채취한다. 검사 결과는 2011년 10월부터 보건환경연구원 누리집에 월 1회씩 공개됐으나,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지난해 10월부터는 주 1회씩 서울시 누리집에 올려놓고 있다. 지자체 중 유일하게 방사능 검사하는 서울시 최씨가 가락동에서 수산물을 채취하기 하루 전인 25일 오후 보건환경연구원을 찾았다. 이 연구원에선 이미 24일 강남검사소가 이마트 양재점에서 가져온 오징어를 방사능 검사기에 넣어 검사하고 있었다. 둥근 플라스틱통엔 오징어가 잘게 갈린 채로 담겨 있었다. 한번 검사할 때 들어가는 시료의 양은 1㎏이었다. 이 시료를 담은 통을 압력밥솥처럼 생긴 검사기에 넣으면 3시간 뒤에 검사 결과가 모니터에 나온다. 김정헌 보건환경연구원 식품의약품부장은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주로 살에 축적되기 때문에 수산물에서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생살을 갈아서 검사를 하고 있다. 이 검사기로는 인공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요오드를 검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방사능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고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물질로 핵실험, 원전사고 등의 결과물이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만 하루에 유통되는 수산물의 양이 수백톤, 보건환경연구원은 그 가운데 한달에 60개의 시료를 골라 방사능 검사를 하는 것이다. 유통 규모에 견줘 너무 적은 양으로 검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김정헌 부장은 서울시의 검사가 보완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자체 중에선 유일하게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1억5천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검사기를 도입했지만 이미 정부에서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부 검사의 보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입니다.” 식약처에서 매일 일본 수산물무작위 표본조사 진행하지만
검사장비는 18대에 불과하고
핵사고 때 나오는 200여가지
방사성 물질은 측정하지 않는다 방사능 국민 불안 커지자
기준치 100베크렐로 낮췄지만
“아예 일본산 수입을 금지해
국민 안심시켰으면 좋겠다”고
소비자·환경단체·상인 한목소리 정부의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는 수입 수산물을, 해수부는 국산 수산물을 맡는다. 식약처는 수산물을 비롯해 모든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는 식약처 누리집 ‘일본 원전 식의약 정보방’에 일일 단위로 공개한다. 예를 들어 9월25일엔 냉동다랑어, 명태, 홍어, 게, 장어를 포함해 2만1949㎏의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됐다. 또 3645㎏의 축산물과 맥주와 커피 등 가공식품 21만6680㎏도 함께 들어왔다. 이들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인공방사능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 이후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건 모두 131차례였다. 모두 수산물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모두 방사능 기준치에 훨씬 미달하는 미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식품에 적용되는 방사능 기준치는 100베크렐(bq/㎏)이다. 정부는 방사능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원래 370베크렐이었던 방사능 기준치를 지난 9일 100베크렐로 낮췄다. 식품에 적용되는 방사능 기준치에 대한 전문가 견해는 엇갈린다. 현재 미국의 기준치는 1200베크렐이고, 유럽연합(EU)은 500베크렐이다. 일본은 한국과 같은 100베크렐이 기준이다. 이언주 국회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식약처 조사 결과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131건 중에서 기준치인 100베크렐이 넘은 적은 없었고, 10베크렐 이상이 검출된 적은 7건이었다. 이에 대해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학)는 “정부가 설정한 기준치는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국가별로 방사능 기준치가 상이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100베크렐이 넘는 식품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지금보다 기준치를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 물질이 들어간 식품을 섭취할 경우 위해성에 대한 입장도 전문가마다 엇갈린다. 식약처는 누리집을 통해 현행 기준치인 100베크렐의 생선을 연간 10㎏(1인당 평균 생선 섭취량) 섭취할 경우 방사능 피폭량이 0.013밀리시버트(mSv)로 사람이 자연상태에서 피폭되는 자연방사선 평균치인 2.4mSv의 0.5%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방사능 물질은 누적될수록 건강에 해롭고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나온 검사 결과는 세슘과 요오드에 대한 것만 포함되지만, 핵사고 발생 시 나오는 200여가지 방사능 물질에 대해선 측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사람이 생선만 먹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음식물 섭취를 고려하면 방사능 물질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산 외 수입산은 검사결과 공개 안 해 수산물에 이해관계가 얽힌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유통업자, 판매상 등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의 강화다. 정부가 8일 후쿠시마와 지바 등 일본 8개 현에서 나오는 수산물의 수입을 중단했지만, 이보다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바닷물의 흐름으로 볼 때 수입 중단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홋카이도산 명태나 도쿄산 고등어 등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 김아무개(64)씨는 “손님들도 찾지 않기 때문에 일본산은 거의 팔지 않는다. 정부에서 아예 일본산의 수입을 금지해 국민들을 안심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정부의 방사능 검사가 미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유한 검사장비는 세슘과 요오드만을 측정한다. 이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면 안전하다고 판단하지만,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폭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또한 장비가 부족해 전체 유통량 중에서 검사받는 물량이 극히 일부분이다. 매일 일본에서 수입되는 농축수산 가공식품의 양이 20만~40만㎏에 달하지만, 이에 사용되는 방사능 검사장비는 총 6대에 불과하다. 손영욱 식약처 식품기준과 연구관은 “모든 식품을 품목과 컨테이너별로 나눠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0㎏ 물량의 참치가 들어오면 무작위로 열곳의 박스를 꺼내 시료를 채취하고 혼합해 검사기에 넣을 1㎏ 분량을 만든다. 시료를 검사기에 30분간 넣어 방사능 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미량이라도 확인되면 3시간의 추가검사를 통해 방사능 물질의 정확한 용량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 수입 물량을 다 검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손 연구관은 “직원들이 매일같이 야근을 해서 겨우 감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산 이외의 수산물에 대한 검사는 더 미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일본산 이외에 다른 수입산과 국내산에 대한 조사가 미진한 편이다. 일본 동해안으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산을 비롯해 태평양에서 잡은 수입산, 국내산 원양수산물로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산을 제외한 수입산에 대해서는 검사 결과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검사실사과 관계자는 “태평양에서 조업한 수입산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두차례씩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고 러시아산은 최근 조사를 강화해 매일 검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어느 정도의 물량을 검사했고, 방사능 물질이 얼마나 검출됐는지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산처럼 다른 수입산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산물을 검사하는 해양수산부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식약처는 총 18대의 방사능 검사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수부는 단 2대를 가지고 있다. 해수부에서 방사능 검사를 담당하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박재윤 사무관은 “부산과 인천 지사에 방사능 검사장비를 1대씩 보유하고 있고, 전국 12개 지사에서 수산물 위판장이나 양식장에 가서 검사할 시료를 무작위로 채취한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국내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조사 현황’을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총 345건의 검사를 실시했고 이 중에 방사능 물질이 미량 검출된 횟수는 총 6번이었다. 박 사무관은 “검출된 방사능 물질은 요오드로 모두 다시마에서 나왔다.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3~5베크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직접 방사능 검사하는 민간업자·시민단체 정부의 방사능 검사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업자들이 직접 검사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시가 검사하는 수산물도 정부의 방사능 검사가 이뤄진 뒤에 이미 시중에 유통된 물량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2011년 10월부터 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4개의 수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3월엔 국산 꽁치와 삼치에서 세슘 1베크렐, 미역에서 요오드 1베크렐이 검출됐고, 2월에도 꽁치에서 1베크렐의 세슘이 나왔다. 조한빈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관은 “방사능 물질이 미량 검출됐지만 식품에 적용되는 방사능 기준치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어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도 직접 장비를 도입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규철 위생환경부 과장은 “30만원짜리 방사능 피폭량 측정기를 2대 도입해 낮 시간과 새벽 경매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피폭량을 측정한다”고 밝혔다. 25일 새벽 1시, 경매시장에서 실시하는 방사능 검사현장을 찾았다. 방사능 검사를 담당하는 노량진수산주식회사의 이덕창(56)씨는 휴대용 방사능 검사장비를 일본산 도미 앞에 들이댔다. 초당 방사능 농도 시피에스(cps)가 0.5~1.5 사이를 맴돌았다. 꽃게 0.3, 전어 0.3, 도미 0.7cps 정도의 숫자가 표기됐다. 이씨는 “자연상태에서도 이 정도이다”며 아스팔트 위에 기계를 내려놓았다. 여전히 수치는 0~1.5 사이에서 어지럽게 변화했다. 이씨는 “3cps 이내면 정상입니다. 그보다 넘을 경우엔 반송조치를 하는데 지금껏 반송조치를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본산 수입 물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산 도미의 양이 예전보다 3분의 1로 줄었다. 생태도 원전 사고 이전엔 매일 100박스씩 들어왔지만 요즘은 안 들어오는 날도 많다”고 전했다. 이날 경매시장엔 일본산 도미가 13~14㎏씩 담긴 상자가 14개 들어왔다.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민간 차원에서 감시활동을 벌이는 곳도 있다. 녹색병원,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에코생협 등 7개 단체가 설립한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올 4월 1억5천만원을 모아 방사능 검사장비를 구매했다. 이 센터의 이윤근 소장은 “녹색병원이 절반을 부담하고 다른 시민단체들이 모금해 장비를 도입했다. 6월부터 기기를 운영해 지금까지 언론사, 시민단체들로부터 의뢰받은 조사를 110건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 방사능 검사를 의뢰하는 비용은 건당 10만원이고 소요시간은 3시간가량이다. 이 소장은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면서까지 직접 방사능 검사를 담당하는 이유가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도 중국이나 대만보다 미진합니다. 중국은 일본 10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을 수입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8개 현에서 생산한 수산물만 금지하고 있죠. 방사능 검사가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고, 그나마 일본산을 제외하면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정부는 검사장비를 더 도입해 지금보다 꼼꼼하게 검사를 해야 하고 모든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우리가 실제로 검사를 해보니 정부 발표에 비해 방사능이 검출되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조만간 검사 의뢰자의 동의를 거쳐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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