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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6 18:09 수정 : 2019.10.17 11:29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장관 후보보다 훨씬 막중한 대통령 후보자의 의혹을 수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나는 것 아닐까. ‘조국 수사’에 박수를 친 야당도 ‘대선후보 검증 특검’ 도입에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김종구
편집인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의 최대 기획인 ‘조국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좌초시켰다. 지금의 위기를 위장된 축복으로 해석해야 할 이유다. …만약 조 장관이 법무장관직 대신 총선과 대선으로 직행했더라면 야망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크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기 열흘 전쯤 한 보수 신문에 실린 칼럼 내용이다. 이번 사태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글이다.

‘조국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조국 대통령론’이다. 오래전부터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혀온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청와대 민정수석→법무부 장관→(2020년 총선 출마)→대선주자’의 경로를 밟으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곧바로 제기됐다. 조국 사태가 초과열 양상을 보인 밑바탕에는 이런 정치적 맥락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지자 중 상당수는 ‘조국 대통령’의 염원을 갖고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그런 계획을 저지하려는 필사의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급기야 “조국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좌초”를 “축복”이라고 말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조국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 프로젝트가 완전히 좌초됐는지를 말할 계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검찰이 칼을 휘두른 고위공직자 검증의 선례’ 문제다. 가공할 만한 인력과 수사 기법을 동원한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를 떼놓고는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조국 장관의 중도하차에 검찰은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래서 이런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이렇게 혹독한 검증을 했는데 대선 주자 검증은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장관보다 백배 천배는 더 막중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의혹을 ‘수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이제는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나는 게 아닐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1·2위를 다투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을 때부터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수상쩍은 재산 증가와 석사 학위 취득 등 숱한 의혹에 휩싸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아들의 논문 의혹, 부친이 운영하는 홍신학원의 각종 비리 의혹 등에서 조 전 장관과 얼마나 다른지 속 시원한 진실을 알고 싶다.

그런데 진실을 누가 밝힐 것인가. 언론이 조 전 장관 검증에 보인 광적인 집착과 취재 의욕을 다시 발휘할 리는 만무하다. 설사 의욕이 있어도 언론에는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진실 규명 능력에 한계가 있다. 결국 확실한 의혹 규명은 수사기관이 맡아야 하는데 검찰은 절대 아니다. 검찰에 또다시 ‘검증의 칼’을 쥐여주는 것은 검찰공화국을 완성하는 지름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지만 국회 법안 통과도 아직 안 된데다 설립 목적과 취지에 비춰볼 때 적합하지 않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대선 후보 비리 의혹 검증 특별검사제’다. 야당 쪽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조 전 장관 수사에 그렇게 열렬히 박수를 친 사람들이 막상 자기 검증 수사에 꼬리를 내리는 것은 너무 창피한 일 아닌가. 그리고 검증 수사가 자기들한테 꼭 해가 되리라는 법도 없다. 조 전 장관의 경우 검찰 수사 이후 오히려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가 3위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특별검사 수사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검찰의 조국 전 장관 수사 방식을 그대로 준용하면 된다. 수사 대상은 자신과 배우자는 물론 자녀, 양가 부모, 형·동생, 조카 등을 모두 망라해야 한다. 압수수색은 최소한 70여곳은 해야 하며 동시다발적일수록 좋다. 무엇보다 자택 압수수색은 11시간 정도의 넉넉한 여유를 갖고 할 것을 권한다. 수사 인력은 적어도 검사 20여명, 수사관 50여명은 투입해야 한다. 특검의 수사 착수 시기는 여야 해당 정치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당내 예비 후보가 됐을 때로 정하면 된다.

이런 제안은 결코 풍자나 해학이 아니다. 웃자고 하는 농담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기에는 검찰의 이번 전대미문의 수사는 너무나 큰 파장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글 첫머리에 인용한 칼럼이 참으로 말도 잘했다. 이제는 누구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야망”을 그대로 수수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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