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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14 19:30 수정 : 2012.12.14 19:30

드라마 <학교 2013>(학교)

[토요판] 허미경의 TV남녀

학교는 지옥이다. 학교 밖 어른 세상도 그렇다. 세상이 그렇다. 오늘의 고등학교 교실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드라마 <학교 2013>(학교)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이번주 4회차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바로 지금, ‘지옥 같은’ 학교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으로 시청자를 밀어넣는다.

그가 벽을 향해 서 있다.

학교는 단지 지식 습득(주입)의 장소일 뿐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믿는 담임교사 ‘정인재’(장나라)가 ‘자기소개서’ 작성 숙제를 안 해온 그에게 종례시간에 외우도록 한 시를 못내 외우지 않은 채 ‘교실 뒤에 서 있는’ 벌을 받는 것을 택한, 이 드라마의 주인공 ‘고남순’(이종석·사진 오른쪽)이다.

<학교> 속 2학년2반 교실은 ‘주먹’이 지배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아 쉬쉬 하는 일진인 ‘오정호’(곽정욱·왼쪽) 패거리의 폭력이 이 반을 규율한다. 이 교실만이 아니다. 학교 전체가 그렇다. 교장은 그 지역 꼴찌권을 맴도는 이 학교(승리고)의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알고 보면 일진 오정호는 교장을 닮았다. 오정호는 반에서 가장 힘이 약한, 경계성 학습장애를 앓아 말투마저 어눌한 부진아 ‘한정우’에게 장난풀이로 폭력을 휘두른다. 교장은 이 교실에서 누군가 던진 의자가 유리창을 뚫고 운동장으로 떨어진 사건, 곧 ‘의자 폭력 사건’에 연루된 것을 빌미 삼아 꼴찌 학급인 이 반의 꼴찌인 ‘부진아’ 한정우를 전학시키려고 한다. 학교 성적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심산인데, 이 학생은 이 학교를 나가면 갈 곳이 없다. 종례시간, 교사와 학생들의 한순간 화기애애하던 교실로 쳐들어온 교장이 부진아 한정우의 전학을 선언하고 교실에서 내보내려는 순간, 한정우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직한 음성이 교실의 정적을 깨뜨린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벽을 향해 등 돌린 채,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을 외우는 고남순의 뒷모습은 풀꽃처럼 연약하면서도 세상의 온갖 바람에 맞서는 풀꽃처럼 완강했다. 교실을 나서던 한정우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풀꽃들은 이렇게, 안온한 온실이 아니라 바로 이 지옥 속에서 피어난다.

처음엔 주인공 ‘고남순’의 너무도 성숙한 캐릭터에 놀랐다. 그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보살피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면서도 꿋꿋이 학교를 다닌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얻어맞으면서도 일진 패거리에 들어오라는 회유에 넘어가지 않는다. 학급 안 약자들을 괴롭히는 패거리에게 맞짱을 뜨는 대신 실수인 척 책을 던져 폭력 행사를 중단시키는 현명함을 발휘하기까지 한다. 17살, 이토록 성숙한 청춘이 있을까? <학교>는 최근 방영된 4회차에서 예전 학교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의 얼굴을 한 고남순의 ‘과거’를 언뜻 보여줬다. 고남순은 작가가 현실에 맞서는 낭만주의적 열정을 담아 빚어낸 캐릭터이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폭력적일 때가 많기에 고남순 캐릭터는 비현실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는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김수영 <풀>)는 풀잎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지옥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분명한 건 절망이 있는 한, 희망도 있다는 사실이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힘, 그 정신의 활력이야말로 희망이다. 고남순 캐릭터가 지닌 희망의 힘이다.

#추신: 1년 남짓 <허미경의 TV남녀>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아스타 마냐나~! 꾸벅.

사진 <한국방송> 제공

허미경 대중문화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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