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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1 22:03 수정 : 2012.03.12 00:00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재앙
④탈원전으로 가는 일본
정기점검 원전 재가동 못해
내달말 처음으로 모두 멈춰
태양광·풍력 등으로 눈돌려
비용부담 여부에 성패 달려

“도카이 제2원전은 입지도 적절하지 않고, 설비도 낡았다. 폐로해야 하지 않겠나.”

무라카미 다쓰야 도카이무라 촌장이 지난해 10월11일 호소노 고시 원전사고 담당상(환경상)을 만나 한 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첫번째 원전인 도카이 1호기(1998년 폐로 착수)가 세워졌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비롯해 핵시설이 밀집된 원전 클러스터의 지방자치단체장이 ‘탈원전’을 주창하자 일본인들조차 깜짝 놀랐다.

세입의 3분의 1이 핵관련 시설에서 나오는 자치단체의 장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사고 위험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3·11 대지진 당시 도카이 제2원전은 외부전력이 모두 끊겼고, 2대이던 비상용 디젤발전기도 1대가 해일에 따른 침수로 고장났다. 대사고 일보 직전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3개월 운전 뒤 받아야 하는 정기점검(3개월)에 들어간 일본 원전은 아직 한 곳도 재운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 때문이다. 54기의 상업용 원자로 가운데 11일 현재 운전중인 것은 단 2기뿐이다. 오는 26일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 6호기가 멈추고, 홋카이도의 도마리 3호기가 4월 말에 멈춰서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모든 원전이 멈춰서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안전하다고 확인되는 원전부터 재운전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원전 반대파들은 ‘탈원전’ 계획을 확실히 한 뒤,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에 대해서만 재가동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리야마시의 노구치 사유리(주부)는 “원전이 없으면 에너지 수급에 큰일이 날 것처럼 전력회사들이 이야기해 왔지만, 거짓말이란 게 드러나고 있다”며 “재가동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원전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여,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70~80%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기존 원전은 40년 가동하면 원칙적으로 연장 운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원전은 45기가 20세기에 지어진 만큼, 이 원칙을 지키면 2039년에 5기만 남게 된다. 2008년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14기를 증설해 전력생산에서 원전 의존도를 30%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던 것도, 후쿠시마 사고 뒤 백지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인들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35개 광역 자치단체와 손잡고 태양광·풍력발전 개발에 나섰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에스비(SB)에너지는 4월 중 4기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착수한다. 손 사장은 “원전은 갈수록 생산단가가 비싸지고, 태양광은 싸지고 있다”며, 탈원전의 길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은 전력회사로 하여금,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미리 정한 값으로 모두 사주게 하는 법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지진대국 일본이 위험한 원전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을 전력소비자들이 기꺼이 감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산업성 산하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는 54기의 원전을 모두 세우고 화력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발전 연료비가 3조4730억엔 불어나, 가정의 한달 평균 전기요금이 5763엔에서 6812엔으로 1049엔(18.2%)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꺼이 그 돈으로 ‘안심’을 사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많지만, 참혹한 사고를 사람들이 망각하기 시작하면 탈원전의 길은 흔들릴 수도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으로 향하던 이탈리아, 스웨덴의 에너지 정책이 흔들렸던 것도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끝>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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