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급’ 하마오카 원전
원전지진재앙 재발할 가장 위험한 곳 지목
‘암반위에 건설’ 주장도 거짓말로 밝혀져
전문가 “내진설계 강화로 끝날 문제 아냐”
수도권에 규모7 지진 가능성은 “4년안 70%”
지난달 26일 일본 시즈오카현 오마에자키시 하마오카원전 전시관 전망대. 원자로 1~5호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하마오카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이라는 탈·반원전론자의 평가와 달리 평온하기까지 했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끼리 전망대를 찾은 사람들이 10여명 됐지만 적어도 이들의 표정에선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빚은 재앙의 흔적이 엿보이지 않았다. 다만, 전망대 오른쪽 바닷가에서 쓰나미 피해를 대비한 방조제 증축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점만이 불길한 평온을 웅변하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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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우루시하라 아키라(62)에게 접근해 소감을 물었다. 5년전에도 전시관에 견학온 적 있다는 우리시하라는 “5년전과는 감상이 전혀 다르다. 왜 이런 무리한 것을 보여주느냐하면 하마오카원전은 안전하다는 것을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해서 어필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친구들과 인근에 놀려왔다가 시간이 남아서 견학관에 들렸다는 그는 44년전인 1968년 하수도공사 등을 하며 원전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안전신화를 믿고 원전공사에 임했던 그의 입에서 나온말은 안전신화의 붕괴였다.
“원전공사에 관련된 사람으로서 일본의 지혜를 모으면 절대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런 생각으로 일했다. 그런데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보고 자연에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안전 안전이라고 원전의 안정성을 강조한다면 도쿄 같은 도심 한가운데 지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벽지 바닷가에 지을 게 아니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주부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앵무새같은 안전성만을 강조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의 일본 요구에 따라 쓰나미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방파제를 18m로 높이는 공사를 한창 진행중이다. 주부전력은 올해말까지 방파제 보강공사를 끝낸 뒤 가동정지된 원자로를 모두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방파제 보강공사가 끝나면 도카이지진에도 견딜만큼 과연 안전할까?
이에 대해 1976년 ‘도카이지진설’을 최초로 주창한 일본지진학자인 이시바시 가즈히코 고베대학명예교수(지진학)은 후쿠시마 원전쟁앙 훨씬 이전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경고해왔다.
하마오카원전 바로 밑의 스루가만~엔슈탄 지역에 걸쳐있는 필리핀해 플레이트(암판구조)가 육지의 플레이트 밑으로 연간 3㎝씩 침하하에 따라 마그니튜드 8급의 거대한 도카이지진이 발생했음을 밝혀내고 아무리 내진설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일본 전역에 원전건설붐이 일 당시인 1960~1970년대는 일본지진대가 우연히 평온기였을뿐 최근들어서는 지진활동이 활발해져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도카이지진은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100~150년마다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안세이 도카이지진(1854년발생, 마그니튜드 8.4)의 경우 이미 발생 이후 150년이 지났기 때문에 언제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안세이 도카이지진이 일어난 다음날인 1854년 1월24일 불과 30시간만에 인근에서 난카이 거대지진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그전인 1707년에는 두가지 지진이 동시에 발생한 지진역사를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이시바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도카이지진으로 (하마오카원전)에 큰 사고가 일어나면 수도권까지 방사능이 도달하는 원전진재(원전재앙)이 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 경우 사망자가 10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여기에다 하마오카원전에서 멀지않은 수도권에서 마그니튜드 7급의 직하형 지진이 강타할 가능성이 ‘4년안에 70%’에 이른다는 도쿄대 지진연구소의 연구결과마저 지난달 발표된 상태이다. 기존 일본정부가 보수적으로 설계한 ‘30년안 70%’ 수도권 직하 대지진 조사 결과를 적용한다고 해도 도카이지진 발생확률은 87%로 매우 높다.
2002년 하마오카원전 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반원전 운동을 이끌고 있는 ‘하마오카원전을 생각하는 시즈오카네트워크’(하마네트)의 사라토리 요시카(79) 대표는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8일 하마네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그 결정적 사례로 2009년 8월 11일 발생한 스루가만 지진의 피해 실태와 그 이후 새로 밝혀진 조사결과를 들었다. “장래 예상되는 도카이지진(마그니튜드 8급)의 지진에너지 1/200인 중규모 지진이었음에도 원자로 5호기와 터빈 건물 등이 금이 가는 등 5호기는 50여곳에 손상이 가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
주부전력쪽은 애초 도카이지진 규모을 넘어서는 마그니튜드 8.5의 강진에 대비해 최대가속도 1000갤(1갤은 매초 1㎝의 가속도로 고베 지진당시 818갤 측정)에도 원자로가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내진설계 보강공사를 끝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원전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마그니튜드 6.5의 스루가만 지진으로 인한 최대가속도 604갤에 속수무책 당한 것이다. 시라토리 대표는 “주부전력쪽은 애초 원전이 단단한 암반위에 건설됐다고 주장했으나 스루가만 지진 결과 전력회사쪽이 1년간 자체 조사한 결과 5호기 밑 300~500m 지점에 암석과 흙의 중간정도 강도인 연약한 지반인 사라가라소(상량층)가 발견됐다”면서 “이 때문에 중규모의 지진파에도 피해가 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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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즈오카현 오마에자키시에 있는 하마오카원전 전경. 과거 100~150년 주기로 규모 8급의 강진을 일으킨 도카이지진 진앙대 바로 위에 건설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으로 불린다. 후쿠시마제1원전 이후 쓰나미 피해에 대비해 방조제를 18m로 증축하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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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토리 대표는 “만약 도카이지진이 우려하는대로 지하 15㎞ 지점에서일어날 경우 원전 부지전체가 요동쳐 2m 정도의 융기, 침몰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원전을 직접 타격한다고 지진학자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3·11이후 하마오카원전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시즈오카현내에서는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바뀌었다. 하마오카 원전 인근의 마키노하라 시 의회에서는 지난해 9월 영구정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시즈오카현에서만 10곳이 넘는 지자체에서 탈원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심지어 원전 입지 지역인 오마에자키시 주민들의 태도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전에는 오마에자키시에 한달에 한번 정도 선전활동에 나가면 전단지를 나눠줘도 받지 않았어요. 우리의 활동에 반감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운동에 협력적이라고 주위에 비춰지는 게 좋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사고 이후에는 선전활동나가면 ‘당신말대로네요’ ‘어떻하든 중단시켜달라’고 솔직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오마에자키시민들이 늘어났죠.”
하마오카원전 인근의 마키노하라시 의회가 지난해 9월 하마오카원전 영구중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최초로 통과시킨 뒤 주변 10여개 지자체가 탈원전쪽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시라토리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는 탈원전단체는 ‘시즈오카 네트워크’가 유일했으나 사고 이후에는 함께 하는 단체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10년전 하마오카원전을 중단시키기 위해 살고 있던 사이타마현에서 시즈오카현 아타미로 주거지를 옮겨온 아즈미이 레이(69·여)는 2004년 이후 중지서명운동을 전개해 지난해 11월 100만명 목표를 달성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반년만에 90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탈원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
그러나 노다 야스히코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전국 54기 원전중 2기만 가동중인 원전에 대해 전력수요가 많은 올 여름을 목표로 재가동할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즈미이는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경제통산성 산하 원자력 안전보안원이 스트레스 테스트에 통과한 원전에 대해 재가동한다고 하지만 실제 검토해야 하는 항목은 쓰나미 대비 등 30여개가 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아즈미이는 민주당안에서도 재가동에 신중한 의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낙관론은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시작한 반원전 운동 이후 26년간의 활동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는 원전에 의문을 갖고 있는 10여명과 함께 매월 한차례 도쿄전력을 방문해서 정보제공을 요구한 이래 지금까지 150차례 넘게 끈질기게 본사 방문투쟁을 해왔다고 한다. 또한 일본 전국 9개 전력회사를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해 주총에 참가해서 각종 원전안전 제안과 정보습득 활동을 했왔다고 한다.
이렇게 얻은 원전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원전이 있는 지자체 단체장들과 관료들을 만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탈원전 방향으로 선회를 촉구해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이상 입장 차이를 떠나 같은 테이블에 앉아 1보씩 전진하다보면 길을 열리더라구요.”
그는 그 실례로 도쿄전력쪽에서 일하던 사람이 자신과 함께 탈원전운동에 하는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탈원전 활동에 대해 “자연이 써놓은 메시지를 해석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전력회사와 정부는 내진설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자연에 대한 불손입니다. 자연이 과거 지진기록을 통해 남겨놓은 경고를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핵에너지의 무서움을 알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마에자키·시즈오카·아타미/글·사진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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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운동 시라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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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오카원전을 생각하는 시즈오카네트워크’(하마네트)의 시라토리 요시카(79)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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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하마오카원전 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이 지역 반원전 운동을 이끌고 있는 ‘하마오카원전을 생각하는 시즈오카네트워크’(하마네트)의 시라토리 요시카(79·사진) 대표는 “만약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도카이지진이 지하 15㎞ 지점에서 발생할 경우 원전이 자리한 부지전체가 2m 정도의 융기, 침몰을 일으키는 등 요동쳐 원전을 직접 타격하게 된다”며 “원전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28일 하마네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에게서 원전에 반대하는 노운동가의 ‘분노’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국가와 권력이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배구조를 유지지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라토리 대표는 일본이 원전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두가지라고 설명했다. “원전과 막대한 돈이 얽힌 체제와 핵보유국가라는 일본 보수파의 오랜 꿈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위험 알면서 막대한 돈과 핵위해 국민 희생 당연시해”
일본 공영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원전 건설이후 50여년간 약 3조2000억엔에 이르는 각종 보조금과 기부금, 전력회사의 기부금이 원전관련 지자체에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시라토리 대표는 “하마오카원전의 수용지인 오마에자키 시의 연간 예산 42%도 각종 원전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 10월이면 팔순을 맞는 그는 1972년 이후 5년전까지 시즈오카현·시 의원 활동을 하면서 공해문제와 원전문제에 천착하다 15년전 하마네트가 결성된 이후 본격적으로 반원전 운동에 뛰어들었다. 26살때부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는 스즈키 다쿠마 하마네트 사무국장도 72살이다. 반원전 운동을 비롯해 일본의 시민운동 관계자들은 60대 이상의 장년층이 중심으로, 젊은층 중심의 한국 시민운동과 사뭇 다르다. 최근 일본의 탈원전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지만, 그 바탕엔 이런 이들의 수십년간의 노력이 있다.
시즈오카/김도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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