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6 19:33
수정 : 2012.03.06 23:26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재앙
➊ 방사능은 현재진행형
그때 그 사람들, 벌써 1년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수많은 비극이 찾아왔지만 그만큼 수많은 극복의 드라마도 만들어지고 있다. 당시 ‘상징’들의 1년 뒤 이야기다.
출발한지 35㎞가 지나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처럼 무거워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깨에 두른 ‘한마음으로 미나미소마의 재부흥을’이라고 적힌 빨간 띠에 부끄럽지 않도록.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의 사쿠라이 가쓰노부(56·위 사진) 시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도쿄마라톤 대회에서 완주의 감격을 맛봤다. 기록은 4시간9분53초.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망가진 도시를 힘겹게 일으켜세워온 그의 역주였다.
그는 지난해 3월24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당시 24㎞ 정도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에서 뿜어져 나온 방사성 물질 때문에 생필품을 실은 트럭이 진입을 거부했고, 시민들은 집안에서 꼼짝못한채 굶주리고 있었다. “우리는 고립돼 있습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라는 시장의 호소 이후, 시청에는 전세계에서 보내온 구호품이 산처럼 쌓였다. 그는 마라톤 완주 뒤 “원전사고는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진 당시 평생 네번이나 쓰나미를 겪은 일로 화제가 된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의 ‘마지막 게이샤’ 이토 쓰야코(85·가운데)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그날 오랜만에 유서깊은 료테(요정) 사이와이로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쓰나미로 수포가 된 아쉬움을 토로하던 그는, 지난해 11월7일 그곳에서 사미센(일본전통악기)을 연주하며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그가 이날 부른 노래는 ‘가마이시항의 노래’. “이름높은 가마이시는 호이호이~ 언제나 풍어 덕분에 번성한다네.” 그의 노래는 아직도 4만명의 시민 중 6400명이 임시가옥에 사는 이 지역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지진 이틀 뒤 찍힌 사진이 전세계 언론에 일제히 소개됐던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수기모토 유코(30·아래). 당시 잔해더미 앞에서 담요를 뒤집어쓴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아들이 다니던 유치원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며칠 뒤 다른 대피소에서 아들을 만나 하염없이 울며 신께 감사를 드렸으나, 살던 집과 가재도구는 모두 폐기처리되고 남은 것은 31년 동안 갚아야 하는 2500만엔의 모기지 대출뿐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 하던 일마저 그만두고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족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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