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7 22:10
수정 : 2012.02.28 19:16
개혁개방·과학발전 역설나서
지도부, ‘명예퇴진’ 허용할 듯
정치적 폭풍에 휩쓸린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가 후진타오 주석과의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보 서기는 지난 24일 열린 충칭시 공산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3·14 총체부서를 총강령으로 삼아 개혁개방을 심화시키고 충칭의 과학적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관영 <충칭일보> 등이 26일 보도했다. ‘3·14 총체부서’란 후진타오 주석이 2007년 제시한 충칭 발전 계획이다. 당시 충칭시 당서기는 보시라이의 라이벌인 왕양 현 광둥성 당서기였고, 이는 후 주석이 자신의 최측근인 왕양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보시라이는 2007년 충칭시 서기로 부임한 이후 ‘3·14 총체부서’를 거론한 적이 거의 없다.
‘왕리쥔 사건’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보시라이 서기의 공개 행보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코드가 달라졌다. 떠들썩하게 자신의 업적인 ‘창훙다헤이’(혁명가요 부르기·범죄와의 전쟁)를 선전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개혁개방, 과학적 발전관, 공동부유 등 후진타오 주석의 노선에 맞추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보시라이 서기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는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일 중국 전국의 지도부가 베이징에 집결하는 양회(정협·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보시라이의 정치적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보 서기가 처벌을 받거나 충칭 서기 자리에서 갑자기 밀려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베이징의 소식통을 인용해 “왕리쥔 문제는 그의 간헐성정신병 발작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고, 사건이 보시라이에 미치는 영향도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가능성이 대폭 낮아지는 정도일 것”이라며, “보시라이의 충칭 통치 경험은 계속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오치정 정협 대변인도 지난 24일 ‘보 서기가 양회에 출석하느냐’는 질문에 “출석할 것으로 본다. 그러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답했다. 권력 교체를 앞두고 공산당 내 파벌간 타협이 중요한 민감한 시기에 태자당의 대표적 인물인 보시라이를 너무 강하게 처벌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해석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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