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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9 19:18 수정 : 2012.06.30 10:35

[토요판/커버스토리] 연쇄 인터뷰/안철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새 리더십, 그를 지지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1대 주주인 이재웅(44)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대표와 금태섭(45) 변호사, 유민영(45)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 세 사람은 최근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로 꼽힌다.

‘안철수’라는 인물과 그의 정치적 고민 및 계획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 세 사람은 지난 27~28일 <한겨레>와 차례로 만나 “안철수 지지”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재웅 대표는 “안철수 원장은 지금 시대에 가장 적합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나는 지지하고 도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이유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불안을 정확히 포착했고, 그 대안까지 제시해왔기 때문”이라며 “대선에 나온다면 선거캠프 참여 등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안 원장을 “상식과 원칙, 공감과 동행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리더”라고 소개했다. 유 전 춘추관장은 지난 5월부터 안 원장의 개인 언론·공보업무를 맡고 있다.

이재웅 대표 등 각 분야의 40대 리더 세 사람이 말하는 2012년 대선의 의의와 이들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게 된 이유 등을 ‘안철수 현상’, ‘소통과 공감’, ‘대선 경쟁력’ 등 몇 개의 열쇳말을 중심으로 풀어봤다.

(위부터) 이재웅 다음 창업자, 에스오 피오오앤지 대표/금태섭 변호사/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이재웅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듣기 좋은 말만 한 게 아니라
진단·해법을 제시하기 때문

금태섭
MB 경제대통령이라고 뽑아
불통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나
안철수에겐 소통 능력이 있다

유민영
국정 경험 없는 건 맞지만
대중은 좀 나은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정치인을 바라는 것

안철수 현상-일자리 문제와 새로운 정치

지난 20일 저녁 서울 종로에 있는 카페 엠스퀘어에 대중의 눈길을 끌 만한 사람 두명이 동시에 등장했다. 안철수 원장과 이재웅 대표였다. 두 사람은 이날 벤처기업 오이씨와 위즈돔이 공동기획한 ‘스타트업을 하다’ 행사에 참석해 사회적 벤처기업 및 아이티(IT)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하려 하는 20~30대 80명과 만났다. 안 원장의 참석은 강연자였던 이 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강연과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 벤처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안 원장과 이 대표는 최근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부쩍 많이 나누고 있다. 특히 2008년 6월 자신이 창업한 다음을 떠나, 2009년 에스오피오오엔지 설립을 통해 소셜벤처(사회적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는 “소셜벤처는 기존의 영리기업이 해왔던 것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는 이 대표 자신의 고민인 동시에 그가 생각하는 ‘안철수 현상’의 한 배경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가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에 열광했던 이유는 그가 취업 문제 등과 관련해 듣기 좋은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에 따른 합리적 해법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를테면 수천만원대 등록금 부채가 대학생의 창업 의욕마저 꺾는 구조적 모순이 있는데, 대학생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등록금 부채부터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이고, 이를 해결해달라는 기대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기존 정치’에 대비되는 ‘새로운 정치’라는 표현으로 안철수 현상을 설명했다. 금 변호사는 “정당정치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철수 현상을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일부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 있는데, 안철수 현상은 지금까지의 정치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했기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대중은 지금 기존 정치인보다 조금 나은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인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의 기존 정치에 대한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4년간 한국 사회의 원칙과 정의가 무너졌다는 것은 일반적 국민의 판단 아닙니까. (서울) 내곡동 사저(터) 문제가 그랬고, 민간인 사찰 문제를 (청와대가) 처리하는 과정도 무원칙의 전형이었습니다. 반면 야당도 지난 4월 총선 때 기회가 있었는데도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선거에 접근했어요. 이명박 정부가 워낙 실정을 많이 해서 아주 쉽게 비판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그친 나머지 더 못 나간 겁니다. 국민이 정치에 보내는 냉소의 책임이 여당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4월 안 원장을 처음 만나 한달 뒤 공식적으로 ‘안철수의 사람’이 된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부산대 강연 장면을 소개했다. 당시 안 원장의 강연장에는 4000여명의 대학생이 몰려들었다. 강연장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돌아간 대학생도 2000~3000명에 이르렀다. 유 전 춘추관장은 “많은 대학생이 안 원장의 강연에서 듣고자 했던 이야기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였다”며 “미래를 잃어버린 세대가 될지 모르는 청년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리더가 안 원장”이라고 말했다.

소통과 공감-대안 제시 능력은 플러스알파

안철수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금태섭 변호사는 소통과 공감의 능력을 꼽았다. “올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한해는 경제적으로 혹독한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과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2007년 대선 때도 경제가 어려웠던 탓에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는데, 지금 보면 그의 불통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까. 안 원장에게는 (그에게 없던) 소통과 공감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웅 대표는 안철수 리더십과 과거 리더십의 근본적 차이가 소통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촛불집회가 벌어졌을 때,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우리가 결정했으니 따르라’ 하는 태도를 보였잖아요. 현 정부가 국민을 괴롭히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게 과거 리더십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런 카리스마형 리더도 여론수렴이라는 형식적 절차는 거치지만 그건 소통도 아니고 공감도 없는 거죠. 미래의 리더십은 시간이 좀더 걸리더라도 소통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소통과 공감 능력이 안철수 리더십이 보여주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면 미래에 대한 대안 제시능력은 플러스알파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이 힘들어하는 문제를 들어주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금 당장의 삶이 힘들더라도 그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안 원장이라면 바람직한 미래를 앞당기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선 경쟁력-미래 가치로 명백한 차별화

안철수 원장이 실제 정치 무대에 등장했을 때 보여줄 파괴력과 그의 권력의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치 무대에서 한번도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야권의 또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안 원장의 약점을 지적해달라는 요청에 “정말 훌륭한 분이다. 그러나 국정 경험이 없다는 것, 정당 기반을 갖지 못한 것이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문 고문의 약점 지적과 관련해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문 고문으로서는 충분히 지적할 만한 부분을 지적했고, 또 사실이 그렇다”면서도 “국정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맞지만 지금 대중은 낡은 방식의 정치가 실패해왔으니, 새로운 리더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갈망을 이뤄달라고 바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그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오래된 체제와 미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며 “안 원장이 미래 가치나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변화의 영역에 있다면, 한국 사회의 다른 리더들은 여전히 오래된 체제의 질서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웅 대표는 안 원장의 대선 주자로서의 자질 및 대선 경쟁력과 관련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밝혔다. “여야에서 벌써 대선후보 십수명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인데, 이분들이 정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나는 걱정되는 게 있거든요. 지금은 중소기업을 하든 자영업을 하든 심지어 대기업을 하든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인데, 여기에 세대·이념·지역간 갈등까지 여전하잖아요. 안 원장이 이 모든 갈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안타까운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의 부족한 국정 경험 문제를 지적한 문재인 상임고문을 가리켜 “훌륭한 분이라 생각하지만 이제는 (문재인의) 시대는 지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분은 참여정부에 있었던 분이고 그와 함께 일하는 분들 대부분 참여정부 출신인데, 지금 국민은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금 변호사는 “문 고문 등 야권에 좋은 정치 지도자가 많지만 그들을 보며 국민이 정권교체의 희망을 품지 못하는 것은 당대의 모순을 정확히 포착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 원장의 경우 이런 모순을 해결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차별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그는 “지지자가 여전히 많지만 과연 이분이 국민과 소통하며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마시점-정적인 듯 보이지만 코끼리 실행력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해서는 세명 모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재웅 대표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면 나는 지지하고 도와드릴 생각이 있는데, 결심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판단”이라며 “아직 안 원장의 출마 결심이 서지 않았는데 지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를 정치로 밀어넣는 느낌이어서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안 원장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보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스타일인데 이런 중요한 순간일수록 여기저기 떠밀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약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각계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안 원장의 행보를 코끼리에 비유했다. “안 원장의 리더십을 짧게 표현하면 ‘쿨하고 강하다’는 것인데요.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과단성을 갖고 대담한 결정을 해왔고,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빨리 포기하고 잊어버립니다. 또 움직임이 있기 전까지 굉장히 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을 시작할 때는 코끼리처럼 성큼성큼 빠르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결정해야 할 시기에 결정하지 못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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