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2 22:06
수정 : 2012.03.02 23:16
[토요판] 커버스토리
퍼시픽랜드 전직 직원들의 증언
“어미가 천장에 달린 볼 터치를 하려고 번쩍 뛰었어요. 그런데 도약 지점을 잘못 잡은 거예요. 바로 아래 새끼가 보이자 어미는 본능적으로 새끼를 피했어요. 하필 떨어진 곳이 공연장 무대 시멘트 바닥이었어요. ‘쿵’ 하는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죠.”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일했던 직원 ㄱ씨는 2004년께 벌어진 사고를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관중들은 웅성거렸고 곧바로 막이 내려졌다. 돌고래의 입에선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어미는 얼마 되지 않아 새끼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현재 퍼시픽랜드엔 남방큰돌고래 7마리가 살고 있다. 6마리는 2009~2010년 사이 제주 앞바다에서 잡힌 개체들이고 나머지 한마리는 2005년에 태어난 개체다. 지난달 24일 제주 퍼시픽랜드에 갔을 때, 7마리 가운데 기봉이, 해순이, 춘삼이, 똘이가 하루에 네번씩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을 태우고 대포처럼 공중에 쏘아 올리는 묘기를 벌인 똘이를 가리키며 조련사가 “다섯살밖에 되지 않은 새끼”라고 소개하자, 500명의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대공원의 시설은 제주 퍼시픽랜드에 비하면 훌륭한 편이다. 퍼시픽랜드 전직 직원 ㄴ씨는 “공연용 풀장 안쪽 대기용 풀장은 욕조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 보니, 가로 5m 세로 4m쯤 되는 풀장에 공연에 나오지 않은 3마리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뛸 수도 헤엄칠 수도 없는 크기다.
이 돌고래들 또한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됐다. 전직 직원 ㄴ씨도 여기에 한번 따라간 적이 있다. “돌고래가 그물에 걸렸다고 어민한테 연락이 오면 바로 달려가요. 통통배를 타고 정치망에 가 보면, 으레 돌고래가 맴돌고 있죠. 그럼 다이빙복을 입고 들어간 뒤 그물을 천천히 좁혀서 잡아요.”
그 뒤 지느러미가 빠질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천으로 돌고래를 감싸고 들것에 실어 화물트럭에 싣는다. 이동 중에 물은 계속 뿌려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피부가 괴사해 죽을 수 있다. 퍼시픽랜드에 들어온 돌고래는 일정 기간 다른 욕조에 격리 수용된다. 죽은 생선은 받아먹지 않기 때문에 맨 처음 며칠은 강제로 먹인다. ㄱ씨는 “공연을 하느라 피곤하고, 죽은 생선을 먹기 때문에, 매일 게브랄티(간장약)와 아스코르빈산(비타민제)을 준다”며 “심지어 옹포는 새끼를 낳고 이튿날 공연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동안 한번밖에 수의사를 못 봤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야생방사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퍼시픽랜드는 돌고래를 두 차례 제주 앞바다에 풀어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에서 잡아 온 희망이와 일본에서 사 온 소망이다. ㄱ씨가 말했다. “희망이가 쇼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어요. 바다에 나가서 희망이를 풀어줬죠. 몇 번 쳐다보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잘 가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희망이가 자유로워 보였어요.” 제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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