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7 21:22
수정 : 2012.02.27 23:23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오른쪽)과 김종인 비대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새누리당 1차 공천자 발표 진통
‘쇄신’보다 ‘현실 타협’…내심 ‘본선 경쟁력’ 기울어
“친이 좌장 격인데 공천주지 않으면 보복처럼 비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공천위원회의 1차 공천자 명단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이재오 의원 공천에 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이재오 의원의 공천에 관해선 철저히 개입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의중은 이 의원 공천은 주는 쪽으로 일찌감치 기울어 있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정권 실세 용퇴론을 앞세워 이 의원의 공천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 “(비대위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다.
박 위원장으로선 이재오 의원의 본선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의원은 2010년 7월 은평 보궐선거에서 살아 돌아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 측근은 “박 위원장 입장에선 쇄신도 중요하지만 총선 승리도 중요하다. 한 석 한 석이 소중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과 도덕성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고 더구나 단수 공천을 신청한 터라 공천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경우 돌아올 당내 분열이나 정치보복 비판에 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결국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쇄신보다는 현실 안주를 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박 위원장이 쇄신보다는 잡음을 피하는 공천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당 관계자도 “박 위원장이 자신의 대선에 해코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달래려는 것 같다”며 “총선을 대선에 연계하는 공천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 공천을 둘러싼 비대위와 공천위원회의 갈등이 박 위원장에겐 나쁠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두 당내 기구가 박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을 대신 나눠 졌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덜컥 공천을 주는 것보다 훨씬 모양새가 좋지 않으냐. 더 시끄러운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