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6 22:42
수정 : 2012.02.27 10:17
광주서 민주당 불법선거인단 의혹 단속중 60대 숨져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후보 경선 선거인단을 불법으로 모집했다는 의혹을 받은 60대 전직 동장이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속 과정에서 투신해 숨졌다. 선거인단 모집 경쟁이 과열되면서 빚어진 사고로 민주당 경선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저녁 7시5분께 광주시 동구 계림1동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꿈나무도서관 관장 조아무개(65·전 계림1동장)씨가 건물 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신음하고 있는 것을 선관위 직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조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인근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조씨는 선관위 직원 3명이 4층 꿈나무도서관으로 들이닥치자 안에 있던 동료 3명과 함께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대치하다 20여분 만에 열어주었다. 조씨는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온 선관위 직원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5층으로 올라가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계림1동장 등을 지낸 뒤 퇴직해 일용직 공무원 신분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꿈나무도서관의 관장직을 맡아왔다.
선관위는 ‘공무원들이 민주통합당의 박주선 광주동구 예비후보를 위해 국민경선 선거인단 대리등록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도서관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 현장 책임자 1명을 선관위 사무실로 데려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조씨가 갑작스레 5층으로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이곳에서 선거인단 명부로 보이는 A4 용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대리등록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를 지시한 윗선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와 선관위 직원, 박 후보 쪽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씨의 정확한 투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사무실에 있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컴퓨터, 장부 등을 압수해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박 후보 쪽은 “조씨가 선거 캠프와 무관하게 박 후보와 가까운 구의원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자발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해왔다”며 “상대 후보 쪽이 선거인단 모집이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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