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과감한 ‘공천 물갈이 추진’
신인들 일부 공천방식 우려 표명
‘다면평가’도 객관적 평가에 의문
일대일 경선과 의원 다면평가.
4·11 총선을 앞둔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새로이 도입된 요소들이다. 한 지역구에서 후보자 간 경선은 상위 2명만 치르겠다는 일대일 경선 원칙엔, 3위 이하의 나머지 후보들이 똘똘 뭉쳐 ‘1위 역전’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 현역 의원들이 서로를 평가해 그 결과를 공천에 반영하는 다면평가에는 지역주민들이 잘 모르는 국회 의정활동을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두가지 모두 후보 선정에서 기득권을 최소화하는 장치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는 이 두가지 방안의 도입을 놓고 꽤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심위에는 외부인사들뿐 아니라, ‘기득권’의 대명사인 현역 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천에선 인지도가 낮은 후보와 40살 미만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당 지도부와 공심위는 이런 장치를 통해 호남, 중진, 현역 등 민주당에서 기득권으로 평가되는 요소가 제 ‘구실’을 못하면서 물갈이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심위는 적합하지 않은 후보자들의 탈락을 지향하는 ‘네거티브 공천’이 아니라, 적합한 후보자들의 당선을 지향하는 ‘포지티브 공천’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공심위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광주에서 ‘일대일 경선’을 하면 현역 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면평가도 각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낮음 등 4개 구간으로 나누어 상대평가를 하도록 해, 의원들은 상당히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장치들마저 기득권 배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호남 지역 의원 보좌관은 “경선에선 모바일투표가 관건이다. 그래서 유력 후보들은 다들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에 혈안이 돼 있다”며 “하지만 선거인단 모집은 결국 조직력에 달려 있어 조직 선거와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다른 호남 지역 한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은 “아무리 일대일로 치른다고 해도 현역 의원에게 인지도나 조직장악력이 있어 어차피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면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상임위별로 같은 상임위 동료 의원들을 평가하는 현행 방식(초선)의 경우, 배정된 지 오래지 않은 의원들은 능력의 정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 불리한데다, 결과적으로는 친소관계에 따른 평가가 되고 말 거란 비관론도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부적격자를 제거하려는’ 당 지도부와 공심위의 시도는 너무 실험적이란 불만도 있다. 한 보좌관은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런 방안, 저런 방안을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여유가 있는 건가”라며 “공천을 신청한 사람만 놓고 누가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따질 게 아니라, 정체성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온 사람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전략공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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