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정치적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3일 자신의 선거 사무실을 찾아온 유권자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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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텃밭’ 뛰어든 두 의원 동행 르포
대구 수성갑 출마 민주당 김부겸 의원
마주한 직능단체 사람들“대구도 이제 좀 바뀌어야”
분위기 변화조짐 보이지만
막판 ‘박근혜 바람’ 불수도 “민주당에는 좀 이상한 사람들이 많지만, 김부겸 의원은 젊은 시절 사회운동도 애국심에서 했다고 봅니다. 상주 사람이고 경북고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세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54)의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13일 오후 김부겸 의원이 찾아간 대구지역 유력 직능단체 기관장은 뜻밖에 김 의원에게 무척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구는 보수적이지만 이제 분위기가 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정치풍토가 너무 일방적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70대 중반인 기관장은 김 의원의 부친과도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참동안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지 ‘코치’를 했다. 김 의원은 한없이 겸손한 태도로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했다. 기관장은 김 의원을 사무처로 데려가 직원들에게 일일이 소개까지 시켜줬다. 김 의원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 대구 지역의 민주화운동 관련단체뿐 아니라 자유총연맹, 새마을회, 상이군경회, 노인회 등 안보 및 직능 단체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대구에서는 이들 보수단체 기관장들의 발언권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면접을 통과해야 수성갑 각 지회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했다. 대구 사람들이 김 의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해 잠시 그를 따라다녀 보았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기자라는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소개로 찾아간 법무사 사무실도 김 의원을 따뜻하게 맞았다. 법무사들은 “그동안 대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된 사람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 제대로 된 인물이 왔으니 아마 해볼만 할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의원도 “호남 사람들은 좀 악착같은 데가 있다. 이정현 의원(새누리당)이 호남에 출마하는데 악착같이 한다. 우리 대구 사람들은 절박한 마음이 좀 없다”고 장단을 맞췄다. 좀 제대로 도와달라는 당부다. 법무사들은 다시 “대구에 정치적 교두보를 만드는 데 제일 적임인 것 같다”고 한껏 추켜 세웠다.
이번엔 어린이 미술학원으로 장소를 바꿔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했다. 교육 문제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의 ‘전공’이지만, 현 교육 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컸다. 30분 정도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김 의원의 표정은 어두웠다. “육아, 교육 등 중산층과 서민의 어려움은 대구도 똑같다. 정책 의제, 지역구 쟁점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더더욱 필요하다.” 자신의 대구 출마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태도였다. 그는 상주 출신이 많이 사는 북구나 달서구에 출마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으나, ‘꼼수 쓴다’는 욕을 먹기 싫어 박근혜 위원장의 측근 이한구 의원이 버티고 있는 수성갑을 선택했다.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은 중산층 밀집지역에 출마해 정정당당하게 겨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경기 군포 지역구를 포기하고 대구 출마를 선언했을 때 정가에서는 ‘정치적 자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두 달 뒤인 2월 중순 수성갑의 기류는 미약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김부겸 의원이 맞닥뜨리고 있는 부담은 두 가지다. 첫째, “제2의 유시민 아니냐”는 시선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는 2008년 총선 때 옆 지역구인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대구를 떠났다. 둘째, 막판에 박근혜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경북고-서울대 출신 엘리트로, 이 지역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인물론이다. 대구/글·사진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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