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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4 21:01 수정 : 2012.02.14 21:06

새누리당의 ‘돌밭’인 광주 서구 을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매월동 자동차 매매단지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성연철 기자

‘상대 텃밭’ 뛰어든 두 의원 동행 르포
광주 서구을 출마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8년전보다 시선 호의적
“예산도 많이 따오고 열심”
인물평가엔 너그럽더니
당 간판엔 차가운 시선

“무슨 식사를 그렇게 빨리 하셨대?” 13일 낮 12시40분. 4·11총선 광주 서을 지역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황망히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정동 장애인 점심 모임에 들러 인사할 작정이었지만 이미 모임이 끝난 뒤였다. 곧이어 들른 지역 경로당은 한산했다. “2시께나 되어야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부지런히 다닙니다. 여기선 항상 불청객이지요.” 연이어 ‘허탕’을 친 이 의원이 차 안에서 말했다. 핸드폰은 불이 났다. 연신 지인들에게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어렵습니다”라는 지지호소 전화를 돌렸다.

5분여 뒤 도착한 풍암동 아파트의 주부 모임엔 10여명의 주부들이 모여있다. 이 의원의 목소리가 활기를 띤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장을 넣으면 자동으로 당선증이 나왔던 자판기 정치는 이젠 끝내야 합니다. 경쟁없는 정치는 주민에게 친절할 수가 없습니다. 호남 의원 31명 중에 1명만 버리는 셈치고 뽑아주세요.” 말미엔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며 노랑색(민주당 상징색) 바탕에 파랑색(새누리당 상징색) 새싹이 수놓인 넥타이를 꺼내 보이며 “싹 하나만 틔워달라”고 당부했다. 한두 차례 박수가 터졌다. 이 의원은 “8년 전에 비하면 분위기가 천지 차”라고 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이 지역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그는 11만여 유권자로부터 720표(0.65%)를 얻었다. 5명 중 꼴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라 “여기가 어딘데, 감히”라며 그의 명함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7.7%에 그쳤다.

그는 새해 첫날부터 7년 동안 해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변인 격’ 구실을 접고 지역에 아예 상주하며 ‘돌밭’을 갈기 시작했다. 일정표엔 5시 새벽기도부터 심야 체육 동아리 방문 등 20~30개의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동 중에 상가 조문 등 서너개의 돌발 일정이 추가되기 일쑤다. 이런 ‘살인적 일정’이 벌써 40여일 째다. 지역구만 맴도는데도 이날 그의 차량 주행거리는 80㎞를 돌파했다.

유권자들은 이 의원을 금방 알아봤다. 눈길도 호의적이었다. 특히 이 의원이 여당 의원으로서 호남 예산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는 것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기억하고 있었다. 박 아무개(37)씨는 “이 의원이 예산을 많이 따와서 광주에 준 걸 안다”며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금호동의 박 아무개(48)씨도 “당을 떠나서 추진력 있고 일하고 싶은 열정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택시기사는 아예 “그 정도 노력했으면 인정하고 되게 해줘야 쓰겄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물음엔 낙관적 답이 나오지 않았다. 소속 정당이 영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한 30대는 “인물이 좋아도 한나라당으론 어림도 없지라”라고 했다. 풍암동의 홍 아무개(51)씨는 “당 이름을 바꾸면 뭐하나. 호남은 예나 지금이나 내팽개치지 않느냐”며 “이 의원이 좋지만 그 당에서 혼자 얼마나 일을 하겠는가”라고 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친 대기업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컸다. 노점상 강 아무개(45)씨는 “이 정부가 서민에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업만 잘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85년 민정당 출신 의원이 당선된 뒤 27년 만에 민주당 독점을 깨려는 이 의원의 목표는 인물과 당의 간극을 얼마나 메우느냐에 달린 듯 보였다. “아직 반반이여. 무소속이라면 고민 없이 딱 찍는데….”라는 한 유권자의 말은 이 의원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광주/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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