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09 19:15
수정 : 2012.02.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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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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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공심위 본격심사 앞두고 거취 결정
본인은 “가족들이 요청” 확대해석 경계
박희태와 국회입성·퇴장 시기 겹쳐 ‘기연’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방패 구실을 했던 박상천(74·5선·전남 고흥·보성) 민주통합당 의원이 9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본격 심사를 앞두고 나온 첫 불출마 선언이어서 다른 중진 의원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이가 많아져 가족들이 몇 달 전부터 불출마를 요청해왔다”고 밝히면서 “이번 불출마 결심은 호남 물갈이론과 무관하다. 인위적인 물갈이는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을 무시한 오만하고 비민주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호남 물갈이’로 번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는 “호남의 다선 의원만 물갈이하겠다는 것은 호남에서는 정치 지도자와 국회 지도자를 양성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최다선 의원인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 가운데 총선 불출마 혹은 호남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6명으로 늘었다. 장세환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동영(서울 강남을)·정세균(″ 종로)·김효석(″강서을)·유선호(″ 중구) 의원은 호남을 떠나 서울로 옮겼다. 현재 호남 출마를 준비중인 3선 이상의 중진의원은 김영진(광주 서구을), 김성곤(전남 여수갑),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강봉균(전북 군산), 이강래(전북 남원ㆍ순창), 조배숙(전북 익산을) 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김영진 의원(65)은 박상천 의원과 같은 5선이다.
박상천 의원은 20년 동안 판·검사를 지내다 지난 13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야당 대변인, 원내총무, 김대중 정부 초대 법무장관 등을 지냈고,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방자치법, 통합선거법, 안기부법 개정 등 입법 실적이 많았다. 반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민주당 내에서 ‘오른편’에 치우쳐 있으면서도 ‘중도’를 앞세워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각종 개혁 입법을 막은 점,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점 등은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 ‘택일’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박희태 국회의장과 겹쳐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1938년생 동갑내기로 서울법대 동기동창에다 고시 사법과 13회 동기로 검찰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에 입성해 같은 시기 여야의 대변인·원내총무(현 원내대표)를 맡아 ‘맞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퇴장하는 날까지 겹쳤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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