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30 21:05
수정 : 2012.01.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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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들이 30일 오후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한 새 정강·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비대위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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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정책’ ‘인도적 지원’
남북 신뢰쌓기 강조
한나라당이 30일 내놓은 대북정책 관련 새 정강·정책에선 가능하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이 묻어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구상이 반영된 것 같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이 빠진 점이 눈에 띈다.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못박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이는 북한보다는 남쪽 보수층을 겨냥한 성격이 컸다. 보수층의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 남북관계에는 역효과를 부를 수밖에 없는 조항이었다. 박 위원장의 한 참모는 “북쪽에 최소한 흡수통일을 할 의사는 없다고 해야 저쪽도 대화나 개방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남북교류협력은 정경분리의 큰 틀은 유지하되 투명성은 확고히 한다’는 문구도 통째로 들어냈다. 대신 ‘유연한 대북정책’과 ‘인도적 지원’이 들어갔다. 박 비대위원장의 한 참모는 “이념투쟁보다는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박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내용과 맥락이 닿아 있다. 박 위원장은 당시 기고문에서 “신뢰가 최저수준인 한반도를 신뢰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면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하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라고 썼다. 북한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당의 정강·정책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함을 보일 테니 북한도 남한의 기대치에 부응하라는 신호가 들어 있는 셈이다. 박 위원장의 한 참모는 “기존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은 남한 쪽의 입장만 강조했을 뿐 북한 쪽의 입장은 배제되어 있었다”며 “박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신뢰를 쌓으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상대가 위협을 느끼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새 정강·정책에는 남북관계 악화에 관한 박 위원장의 비판적 시각이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제외한 다른 남북관계 갈등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와 달리 전면적인 교류 중단 등의 극단적 조처는 가급적 취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 분야에선 기존의 실용주의 외교를 균형외교로 바꾼 점이 눈에 띈다. 박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방법으로 강조한 ‘다자안보 체계’를 담은 동시에 미국에 치우쳐 중국과 거리가 멀어진 현 정부의 외교정책과는 차별화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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