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25 19:16
수정 : 2012.01.27 11:49
출발땐 인적구성 관심 끌며 변화 예고
당명 교체 빼곤 줄제동 ‘초라한 성적표’
“박 위원장이 단호한 쇄신 미루기 때문”
“말만 시끄럽지 제대로 쇄신을 한 게 뭐냐. 이제는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4월 총선은 개인기로 뚫는 수밖에 없다.” 27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에 대해 25일 쇄신파의 한 의원이 내린 평이다. 비대위원인 주광덕 의원도 이날 정치쇄신분과 회의에 앞서 “설에 만난 젊은 보수들은 현재 비대위에서 하는 쇄신에 별다른 감동이 없더라”며 “내용과 속도 면에서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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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한나라당 정치쇄신분과위원장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분과회의에 앞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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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서 출범한 비대위는 초반에는 20대 신진 청년부터 70대의 경세가까지 모인 인적 구성 등으로 관심을 끌었다. 첫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된 최구식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등 초반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도 “재창당을 뛰어넘는 개혁”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등 한나라당의 대변화와 쇄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그동안 내놓은 결과물은 애초 예상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분야에서는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 하위 25%를 무조건 탈락시키고, 지역구 20%를 전략공천 한다는 정도가 합의된 결정 사안이다. 이마저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분야 쇄신의 줄기에 해당하는 재창당이나 중앙당 폐지 등 쇄신파가 요구한 사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되거나 보류됐다. 대신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당명을 고치는 선에서 정치분야 쇄신 작업이 대충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둔 정책분야 성적표 역시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카드수수료와 등록금 융자 이율을 낮추기로 한 것 정도가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나 기조를 변경하는 핵심적인 부분은 줄줄이 제동이 걸려 없던 일이 됐다. 유통재벌 규제 방안이 한때 검토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혀 없는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의 출자총액제 부활 문제도 ‘보완’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핵심을 비켜갔다. 시대 변화에 맞게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빼자는 논의도 소모적으로 진행됐다. 대북정책 유연화도 내용이 없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그동안 실세 공천 배제, 이명박 대통령 탈당 등 별 도움이 안 되는 논란만 무성했지 국민이 변화를 느낄 만한 쇄신을 하지 못한 것은 김종인, 이상돈 위원 정도를 빼고는 내공이 없는 사람들로 비대위가 구성된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총선보다 대선에 관심이 많은 박 위원장이 모호한 화합과 결속을 앞세워 단호한 쇄신을 반대하거나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 용어 삭제나 출총제 부활 보류, 유통재벌 규제방안 포기 등은 모두 박 위원장이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내부 사정을 아는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은 그런 방향전환이 이뤄질 경우 소속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뤄질까 우려한다”며 “앞으로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김종인 위원과, 중앙당 폐지 등 정치쇄신과 관련해서는 이상돈 위원과 박 위원장이 정면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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